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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품격

약 안파는 한약방, 떡 안파는 방앗간

기록적인 한파가 끝날 것 같지도 않게 괴롭히더니 어느새 봄향기가 솔~솔 불어오는 기분이 드네요. 이런 계절엔 향기로운 커피 한 잔 들고 산책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밥보다 커피를 더 사랑하는 주바리스타인만큼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카페도 참 많은데요. 오늘은 조금 독특한 이름과 콘셉트를 가진 커피 맛집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이른바 약 안파는 한약방, 떡 안파는 방앗간이라고나 할까요.^^

 

■ 한약은 안 지어주는 ‘커피한약방’


을지로 3가역 주변 첨단빌딩숲 사이에 자리 잡은 ‘커피한약방’은 처음 찾는 사람라면 자칫 입구를 발견하지 못하고 헤매기 십상이에요. 저 위에 사진으로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저도 처음 갈 땐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죠.

양손을 다 펼칠 수 없는 1m가 될까말까한 좁은 골목길 사이를 조심스레 줄맞춰 걸어 들어가면 화려한 색감의 벽화(?)가 펼쳐지면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구멍을 통과한 듯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지요.

이쪽은 입구 쪽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을 바라보며 촬영한 컷.

과거 60~70년대에 다방이 즐비했던 을지로의 풍경을 짐작케 하는 ‘커피한약방’은 ‘한약 제조는 할 줄 모른다’고 입구에 써 붙여 놓은 문구가 웃음을 짓게 합니다. 건물 자체도 워낙 오래된 모습 그대로 라서 더 이색적이더라고요. 저기 을지로삘딩이라는 간판도 떼지 않고 사용 중인데 옛날 드라마의 배경으로 써도 무리 없을 것 같아요.

 

이름이랑 분위기만 놓고 보면 다방커피에 계란 노른자 동동 띄워서 먹을 것만 같지만 카페 안에 들어서면 아메리카노는 없고 ‘필터커피’라는 용어부터 세련미 넘치는 반전을 선사해요. 말 그대로 커피는 종이드립을 이용해 한 잔 한 잔 핸드드립으로 제공되는데요, 바디감이 좀 있는 커피 맛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취향 저격일 거예요.

고풍스러운 샹들리에나 자개장 등을 배치해 ‘빈티’와 ‘빈티지’를 컬래버한 듯한 인테리어도 이 카페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한 몫 하고 있어요.

2~3년전 처음 방문할 때만해도 필터커피가 3000원으로 가성비가 좋았었는데, 최근에 유명세를 좀 탄 이후엔 4200원으로 올랐더군요. 흐....흠.

커피와 함께 달달한 디저트가 필요하다면 자매 카페인 바로 앞 ‘혜민당’에서 커피한약방에서 주문한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으니 참고를. 혜민당은 다음에 디저트 카페 편에서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

 

■ 떡쌀은 안 빻아주는 ‘커피방앗간’


서울역고가공원에 아래 중림동삼거리에서 성요셉아파트 방향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고소하게 깨를 볶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을 하지요.

누가 봐도 카페 따위는 없을 것 같은 풍경이라 커피 마시자더니 떡방앗간에 가냐 오해할 만도 한 것이 진짜 방앗간(삼남 떡방앗간) 바로 옆, 정식간판도 없이 종이에 써 붙인 이름이 전부인 아담한 카페가 바로 ‘커피방앗간’이지요.

로스팅 기계가 눈에 띄는 내부는 매우 아담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최근 들어 500원이 인상됐다고 하지만 현재도 아메리카노 한 잔에 2000원, 카페라테 3000원이라는 착한 커피값도 ‘커피방앗간’을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 그래서 점심식사를 마칠 즈음엔 인근 직장인들이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치듯’ 몰려들어요. 하지만 저렴하다고 커피 맛까지 별로일거라 생각하면 오산.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사용해 평균 이상의 맛을 보여줍니다. 특히 카페라테가 인기 메뉴라고 하네요.

이건 지난해 봄에 찍은 건데요. 바로 앞 건물에 장미가 예쁘게 피어 분위기를 거들더군요.

내부는 테이블이 3개뿐이라 협소한데, 카페에 앉아 있기 보다는 ‘중리단길’이라 불리는 주변을 산책하는 것을 추천해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도 근처에 있으니 들러보시면 좋겠죠?
로스터리 카페답게 다양한 산지의 원두도 100g에 7000원, 200g 1만원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홈카페족들의 지지를 받죠. 오전 8시에 오픈 하지만 평일엔 저녁 8시, 토요일엔 5시에 문을 닫으니 참고해서 방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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