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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음식으로 통일을, 내 입 안엔 평화를...

남쪽 1문 대통령과 북쪽 1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마주 보고 앉을 날(4월 27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네요. 이로써 20006월 김대중 전 대통령, 2007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 셈이죠

지난번 북한에서 열린 남북예술단 공연을 통해서도 이미 북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주바리는 옥류관에서 냉면을 호로록~’ 하는 레드벨벳과 백지영 등 우리 예술단의 모습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ㅋㅋ.

특히 남북 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는 평양 옥류관 냉면과 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의 달고기 구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감자전(러스티) 등이 오른다고 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죠.

어쨌든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돼 한반도 평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번엔 북한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을 소개해볼까 해요. 북쪽 음식 하면 제일 먼저 평양냉면을 떠올리실 텐데요. ‘남쪽에서도 너무나 대중화된 메뉴고 이미 많이 다룬 아이템이기 때문에 평냉은 빼고 갈게요^^.

 

반룡산

이름만 보면 중국집이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지만 반룡산은 함흥팔경 중 하나인 유명한 산 이름이래요.

대치동 포스코센터 빌딩 뒷편에 자라잡고 있어서 찾기 어렵진 않았네요.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도 나온 적 있는 듯.

 

인근 직장인들의 스타일답게 식당 내부는 특별하진 않지만 깔끔한 편이라서 일단 안심. 

가릿국밥, 오징어순대, 가자미식혜 등 다양한 메뉴 중에서 처음 들어보는 음식인 가릿국밥(가리는 갈비의 함경도 사투리)을 주문해 봤어요.

음식을 시키니 서빙된 4가지 반찬은 그냥 평범한 편. 

짜잔~ 태어나서 첨 먹어보는 가릿국밥. 일단 비주얼은 쇠고기 무국과 비슷하네요.

갈비, 양지로 육수를 내고 결대로 찢은 양지살과 선지, 두부, 무 등을 넣고 끓여낸 담백하고 시원한 이 국밥은 제사나 차례상에 올리는 탕국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하지만 고기 국물에서 느끼함은 전혀 없고요, 선지는 탱글탱글해 마치 푸딩 같더라고요.

무 사이즈도 큼직큼직한 것이 이북 스똬~일.

사이드로 시킨 평양만두는 1인분에 5개, 속이 꽉 찬 것이 평양면옥의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 물론 개인적으로 최고라 생각하는 평양면옥정도의 수준은 아니고요.

계산대 옆에 이것저것 함경도 지방과 관련된 사진들이 많이 붙어있더라고요. 사진 속 함흥제일여고 3회 졸업생이 사장님이시냐 물어보았더니, 사장님 어머님이라는 직원분의 퉁명스러운 대답. 함흥지방 향토음식인 가릿국밥도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메뉴에 올린 것이라고. 그밖에 매콤한 회냉면도 인기랍니다. 함경도의 맛을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드셔보시길 추천.

주차 가능하고요, 식당 문앞 데크에 귀여운 강아지가 묶여있.....는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강아지 인형이더라는...ㅎㅎㅎㅎ

 

대동문

평양에 있는 조선 중기의 성문(북한산 대동문 아니고요^^)을 이름으로 딴 북한음식 전문점 대동문30년 넘게 영업 중으로 여의도 직장인들 사이에 이미 정평이 난 집이랍니다.

평양이 고향인 할머니와 아들, 며느리가 운영한다는 이 집의 대표음식은 어복쟁반’. 어복쟁반이 생소하신 분들도 좀 있으실텐데요, 쇠고기 편육, 만두, 삶은 계란과 버섯, 배추, 쑥갓 등 여러 가지 야채를 쟁반 위에 보기 좋게 담은 후 담백한 육수를 부어 끓여 먹는데 이북식 샤브샤브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이게 2인용 사이즈고요,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주전자에 담긴 육수를 부어서 가스불을 켜고 끓이기 시작.

음식이름이 좀 특이하다 싶었는데 가운데만 볼록한 임금님의 배(아마도 )를 닮았다고 어복쟁반(御腹錚盤)이라 불린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음식명의 유래. 실제로 전체적으로 평평한 쟁반에 만두가 담긴 가운데 부분만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요. 또 다른 이름의 유래로는 소고기 뱃살을 사용해 끓이는 거라 우복에서 변형돼 어복쟁반이라고 하던데 이쪽이 더 신빙성 있어 보여요.ㅋㅋ

이 집은 반찬도 맛깔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어묵볶음 ㅋㅋ

점심 때가 되니 인근 직장인들도 보이는 손님들로 금세 식당이 가득 차 더라고요. 날씨가 더워지면 평양냉면 손님으로 더 복잡할 듯한...

보글보글 잘 끓어오르면 요렇게 고기와 야채를 건져 달콤새콤한 간장소스에 콕 찍어 입 속으로 호로록~쯔왑쯔왑... 맛이 끝내줍니다.

이 국물의 깔끔함과 담백함은 채소 육수에서 오는데 야채와 육수는 원하는 대로 리필이 가능하다니 참조하세요.

건더기를 건져먹은 후엔 메밀 면이나 깍두기볶음밥을 추가해 먹으면 별미. 대동문은 어복쟁반 외에도 직접 면을 뽑아 만드는 평양냉면, 만둣국, 콩비지, 녹두전 등을 평양의 옛날 맛 그대로 재현한다는 평가.

오랜 시간 매스컴에 소개됐던 역사를 죽 나열해 놓으셨군요. 여의도역 쪽 오래된 건물 안 2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깔끔한 분위기는 아니니 감안 하시고요.

나오면서 보니 주인분이 얼음슬러시 소주의 창시자라고..ㅋㅋㅋ

 

능라밥상

탈북자 최초의 박사이애란 원장이 운영하는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에서 만든 이북음식 전문점 능라밥상은 탑골공원 바로 옆 송해길초입에 있어요. 송해길이 있다는 거 이번에 첨 알았네요. 전국노래자랑의 그 송해 할아버지 맞고요....

명예도로명이 부여된 종로구 낙원동 일대가 송해 씨가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을 열고 50여 년 넘게 방송과 행사를 하면서 생활의 근거지로 활동하였던 지역으로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실향민인 송해 선생의 제2의 고향이라는 의미에서 몇년 전 생긴 것이라네요.

밥상에서부터 통일...좋은 문구네요.

저 분이 이애란 박사이신듯... 방문했을 때도 매장에 나와있었고 주방에도 들어가 직접 음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메뉴는 꽤 많은 편. 평양냉면 뿐 아니라 해주비빔밥, 평양온반, 개성장국밥, 남새된장국수, 개성무찜 등 이름조차 생소한 메뉴들을 선뵈고 있어요.

이 날 맛을 본 음식 모두 인공조미료는 1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자극적이고 맵고 짠 음식 취향이신 분들은 절대 네버가지 마시길 권유(주바리를 욕하실 수도 있으니^^).

개성장국밥은 콩나물이 들어가 있어 해장에도 그만이고요, 소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은 해주비빔밥이 특히 담백 하더라고요.

반찬들은 그냥 평범한 편인데 백김치는 나름 맛이 괜찮더군요.

국물이 얼큰해보이지만 그리 자극적이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깔끔한 맛.

해주비빔밥은 식성에 맞게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서 비벼 먹으면 됩니다.

강원도 감자떡을 연상시키는 감자만두는 밀가루 대신 감자를 갈아 피를 만들고 여러 가지 야채를 넣고 빚어 쪄내 쫄깃한 식감이 매우 독특해요.

보통 평양만두에 넣은 속과는 또 다른 다양한 야채들이 들어있었는데 독특한 향이 나더라고요. 재료가 뭐뭐 들어있는 지는 맞추기 힘들었어요.ㅎㅎ

하지만 감자떡 스타일의 피와 간장 맛이 어쩐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듯 했어요. 차라리 밀가루 피가 나은 것 같기도....

주변 환경상 나이 드신 분들이 자주 찾으시는 듯...

능라밥상은 평양냉면 등 다른 것도 맛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방문이었어요. 하지만 반룡산과 마찬가지로 새터민 출신인 듯 보이는 종업원들은 어딘지 딱딱하고 친절함이 몸에 배지 않아 보이더라고요, 인테리어에는 전혀 관심 없는 듯 보이는 매장 분위기도 살짝 눈에 거슬렸어요.

 

이밖에 이북음식으로 가장 유명한 초동의 평래옥도 있는데요. 1950년에 개업한 이 식당은 냉면부터 어복쟁반까지 다양한 북한음식을 내지만 유명세를 더한 건 겨울이면 함경도와 평안도 지방에서 먹던 별미인 초계탕. 닭고기와 오이를 고춧가루에 버무려 밑반찬으로 나오는 닭무침도 이것만 먹기 위해 일부러 갈 정도로 하드캐리한 메뉴죠. 하지만 근래에 방문했을 때는 추가 닭무침에 돈을 받고 예전과 맛이 살짝 변했다는 인상을 받아 실망했네요.

재밌게 읽으셨으면 공감 하트 하나 꾸욱~하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