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점심

벚꽃은 떠나도...식욕은 남는다

사진:경향신문 DB

 

MSG 기피증환자인 주바리(바리= 바리스타:Barista의 줄임말), 그녀가 ‘MSG의 필요악을 외치는 직속상사 만부장의 줏대 없는미각을 교화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까칠한 맛집 탐험을 시작한다.

 

봄바람 휘날리며~~어~~~ 흩날리는 벚꽃잎으~~~~ㄹ.......둘이 걸어요~~ 

 

우리 초딩입맛 후배님, 식전 댓바람부터 웬 노래야, 기분이 좋아보이네?

 

좋긴요. 얼마전에 인터넷 기사를 보니까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이 자작곡인 벚꽃엔딩으로 대치동에 20억짜리 건물을 샀다고 하더라구요. 매년 쌓인 벚꽃연금’의 힘이겠지요. 89년생이면 저보다도 어린데...부러우면 지는건데...T.T...우울해서 노래 부른거예요. ㅋㅋ

 

ㅎㅎㅎ 이번주부터 여의도 벚꽃축제 하던데 예쁜 꽃구경하면서 마음을 달래보셔.

 

안 그래도 친구들이랑 약속할까 생각 중인데, 벚꽃축제도 식후경이라고 여의도 부근에 맛있는 식당 없을까요?

 

왜 없겠니, 세상은 넓고 맛집은 많단다. 벚꽃은 이번주 반짝 화려하게 피었다 지지만, 우리 식욕은 일년 내내 만개해 있잖니? 

 

ㅋㅋ 암요암요

 

여의도 서궁

여긴 가족들이 함께 가면 좋을 오랜 내공의 중국집이야. 여의도에서 30년 넘게 영업하고 있고 화교 출신이 3대째 맛을 이어오고 있다고 해. 단 여기는 짜장면, 짬뽕이 없는 집이니까 알아두고 가야겠지.

 

중국집인데 짜장·짬뽕이 없다굽쇼? 헐~

 

역시 초딩 입맛이라 서운해 하는군 ㅋㅋ. 화교 출신 중국요리집에선 없는 곳이 종종 있더라구. 아마 짜장면 짬뽕이 중국엔 없는 한국화된 중식이라 그런가봐. 하지만 여긴 짜장면 짬뽕 생각 안나게 하는 맛있는 메뉴들이 많으니까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규~

먼저 제일 유명한 탕수육. 가족 나들이 후 외식으로 탕수육만큼 만만한 게 없지. 아이들에겐 최고메뉴니까.

 

 

탕수육 비주얼은 그닥 특별한 게 없어보이지?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맛이 마음에 들더라고. 일반 중국집처럼 모든 음식에서 MSG 과다 사용의 느낌이 전혀 없었지. 

선배는 찍먹파시군요^^ 고기랑 소스랑 따로 주문하신 걸 보니....

 

난 부먹도 아니고 찍먹도 아니고, 말하자면 담먹파? ㅋㅋ 소스에 하나씩 담가놓고 다른 음식 먹다가 약 30초 후에 꺼내 먹지. 부어 먹어서 나중에 먹는 것이 너무 눅눅해지는 것도 싫고, 바로 찍어서 먹으면 또 소스와 튀김이 잘 어우러지지 않고....

 

하여튼 디테일 하셔요 ㅋㅋㅋ 

서궁 탕수육은 최최최고라고 할만큼은 아니지만 매우 기본 스타일로 맛있다고 할까? 옛날 어릴때 먹던 그런 탕수육이고 특히 소스가 지나치게 달아 않아서 마음에 들더라고. 이집 군만두도 매우 인기인데 특이하게 돼기고기가 아닌 소고기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직접 빚어 만드니까 당연히 공장제 냉동만두를 쓰는 다른 집과는 비교가 안되겠지? 그리고 방문한 날에는 맛보지 못했지만 손님 10명 중 7~8명은 오향장육을 시켜먹더라고 아마 이집 베스트 메뉴인가봐, 다음에 꼭 먹어보기로...

삼선볶음밥도 먹어봤는데 나쁘지 않은 맛이었어, 나름 불맛도 느껴지고. 중국집의 내공이 어떤지 가늠할 때 볶음밥을 시켜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더라고. 이 집은 일반적인 볶음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맛이야. 평양냉면 먹고 맛없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내가 젤 싫어하는 볶음밥이 주문도 안한 짜장을 볶음밥에 옆에 떡하니 퍼주는 거...줄거믄 따로 주든가 내가 알아서 섞어먹게.

 

호~까칠모드 발동ㅋㅋ. 

 

여러가지 메뉴에서 안정적인 맛을 제공하는 서궁, 첫째·셋째·다섯째주 일요일은 쉬니까 영업일 잘 알아보고 가도록^^. 주차는 공짜.

 

◇합정역 리틀파파포

여의도의 인파에 휩쓸리는 게 짜증난다면 꽃구경을 마친 다음에 양화대교를 넘어가봐. 건너자마자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 있는 베트남쌀국수 집을 소개할게. 서궁이 가족 단위에 적당하다면 여긴 연인이나 친구들이랑 가면 더 좋을 것 같아. 리틀파파포라고 몇해 전부터 꾸준한 인기로 점심 때나 저녁 때나 늘 대기시간을 각오해야 하는 맛집이지.

 

헐~ 그럼 미리 예약하고 가면 안되나요?

 

예약도 안받더라구 T.T 합정점 말고 근처에 홍대점도 있으니까 그리로 가도 좋고.

매장 앞에는 이렇게 베트남 인력거인 빨간 씨클로가 놓여져 있어서 멀리서 매장 위치를 알 수가 있지.

 

기다리는 동안 타고 놀아도 되나요?

 

ㅋㅋ.

단정하게 위생모 착용한 반오픈 주방의 모습. 일단 플러스 점수.

 

내가 이 곳에 갈때마다 세트메뉴인양 시켜먹는 게 있는데 양지쌀국수와 비프에그누들 볶음면 그리고 호치민식 군만두.

일단 기본메뉴인 양지쌀국수. 고수 추가는 기본이지. 아삭한 숙주를 듬뿍 얹어서 국물이 식기전에 호로록~. 아....영혼 털리는 맛. 양파절임을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 난 이 집 쌀국수 국물이 정말 깔끔해서 좋더라고. 프랜차이즈 쌀국수 집 싫어한다고 내가 몇번 얘기했었지? 제대로 낸 육수가 아니라 조미료로 맛을 낸 국물 때문에 먹고나면 텁텁해진 경험이.... 리틀파파포 국물은 깔끔, 담백 그러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져서 굿~

양지쌀국수에 고명으로 올려진 고기의 두께에 감동, 국물 아래 깔려있는 고기의 양까지 푸짐해 또한번 감동의 쓰나미가 ㅋㅋㅋ.

요고요고 내가 정말 러브러브하는 볶음국수야. 에그누들이라고 하니까 면반죽에 계란이 많이 들어갔나봐. 부드럽고 고소한 면의 식감이 매콤한 양념과 어울어져서 짱짱, 엄지 척! 청경채랑 여러가지 야채도 듬뿍 들어서 영양적인 면에서도 딱 내 스타일...

 

아~침 고인당

내가 정한 세트메뉴의 완성은 바로 요 호치민식 군만두. 워낙 만두를 좋아하는 편이라 어딜 가든 메뉴판에 있으면 사이드로 꼭 시켜먹는 편인데 특히 튀긴 만두는 예술이야. 배불러도 남길수가 없는 맛.

쌀국수 국물이 좀 밋밋한 사람이라면 베트남 고추 양념을 넣어 칼칼하게 즐기는 방법도.

리틀파파포는 가격도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맛은 월등하다는 데 한표~

 

저도 사진만 봐도 한표네요. 벚꽃 구경은 못해도 맛집은 포기 못하겠어요. 당장 가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