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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나혼자 사는 미운우리새끼…혼밥을 ‘홈밥‘처럼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올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0%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하더군요. 주바리도 그 수치에 일조하고 있지만ㅎㅎㅎ... 1인 가구의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나홀로 가구의 식생활이 걱정되는 마음이야 부모님만 하겠습니까만 오늘은 엄마가 차려준 것처럼 특별하지 않아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홈밥 맛집’을 준비해봤지요. 간편식으로 끼니를 연명하다가 명절을 보내며 엄마 밥이 너무 그리운 분, 또는 ‘요리곰손’ 엄마의 밥에 지친 분들까지 ‘혼밥을 홈밥’처럼 즐길 수 있는 스킬을 알려드리죠.

일명 ‘나혼자 사는 미운우리새끼들의 혼밥을 부탁해~’ 특집이랄까요? ㅋㅋ


■ 일미식당
집밥 맛집으로 인정받아 방송을 여러 차례 탄 후 밥 때마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쉽게 방문하지 못했던 ‘일미식당’이 인근에 2호점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에 달려가봤지요.

이곳은 1호점이 있는 낙원상가 지하시장의 풍경인데요, 사진으로나마 구경해보세요.

정말 정겨운 모습이지요? 우리 어릴땐 그저 일상적이었지만 요즘에야 말로 이색적인 플레이스가 돼버린....

시장 맨 구석 쪽에 이렇게 일미식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뒷모습의 아주머니가 사장님이시죠.

1호점이나 2호점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부분이 이 전기밥솥인데요...밥때마다 새로 지은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을 제공해주는 기특한 일꾼들.

가격은 지금 오른 상태.


집에서 친숙하게 만나는 반찬의 종류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청국장. 요즘엔 청국장 잘하는 식당이 점점 사라지는 차에 만난 반가운 맛이죠.

내용물은 큼직하게 썬 두부 정도지만 적당히 콤콤한 냄새가 나는 정겨운 맛입니다.

두번째 시그니처라고 할 만큼 인기 많은 오징어볶음. 칼칼한 고춧가루가 음주를 부르는 그런 맛. 깨소금도 아낌없이 뿌리셨네요.

둘이 와서 청국장+오징어볶음을 시키면 적당해요

여기까지는 1호점에서 먹은 사진들이었고요.


정작 주인 아주머니는 요즘엔 2호점에 계시다는 건 안비밀ㅋㅋ. 낙원악기상가 지하시장 내에 있던 1호점에 비해 메뉴도 다양해져서 취향 따라 골라먹기에도 좋고요.

정감은 있으나 좀 꽤꽤한 환경이었던 지하를 탈출해 근처 골목 1층에 자리잡은 2호점...원조 마산해물찜(노란간판) 사잇길로 들어오시면 쉽게 찾으실수 있고요.

1호점이 있는 낙원상가 지하에 반찬가게도 오픈했다 하니 집에서 완벽한 집밥을 드시고싶다면 이용해보세요.

2019년 새해가 밝으면서 가격이 1000원씩 일제히 인상됐더라고요, 식자재나 인건비 인상 등을 감안하면 어쩔수 없다는 설명. 이 곳 뿐만 아니라 다른 식당도 거의 올랐더라고요.

반찬은 비슷한듯 다른 구성...이 집이 감동인 이유는 김치를 제외하고는 반찬을 금방 만든 듯한 느낌이어서 그렇죠.

청국장 비주얼 여전하시고요....맛도 1호점과 다를게 없네요, 당연하죠 주인아주머니께서 여기에 계시니 ㅋㅋㅋ

이 아이는 제육볶음, 오징어볶음과 함께 선택장애 일으키게 만드는 메뉴. 오징어 시키면 제육이 울고, 제육 시키면 오징어가 운다능 ㅋㅋ

오징어와 마찬가지로 제육도 칼칼한 맛이 일품.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반찬 구성 확인해 보시고요, 김만 붙박이(성경 김을 납품받아 쓰시더라고요...맛있어요).

12, 1월만 한정판매라는 김치찌개...당근 지금 가면 못드실 메뉴.

두부조림도 딱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점심 땐 주문 안되고 저녁때 사이드 메뉴로만 주문 가능.

최소 한시간 전 미리 전화로 주문해야만 맛볼 수 있는 동태조림도 JMT.

밥도둑이 정말 따로 없어요. 착한 도둑. 미나리 향은 그저 도울 뿐.

해물부추전은 그냥 쏘쏘해요. 꼭 안드셔도 될 만한 평범한 맛.

수요미식회 등 티비에 출연했지만 2호점에는 12시 조금 전에만 가시면 줄 안서고 드실 수 있으니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밥상이 필요하신 분은 꼭 가보시길....


요랫만에 메뉴 도장깨기를 유발시킨 일미식당은 소박한 맛으로 사랑 받지만 가격은 살짝 사악한 편^^.


■ 미학 상차림
미학(米學)이라는 작명에서 엿보이듯 매일 도정한 쌀로 솥밥을 지어주는 ‘밥’이 제대로 주인공인 맛집.

모던하면서도 소담스러운 인테리어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오픈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아 깔끔하죠.

매우 직관적인 물병이 시선 강탈이네요.

메뉴도 단출하고요. 기본 상차림은 같고 메인요리인 고기, 생선, 젓갈 중에 취향 따로 고르면 돼요.

물병이나 밥그릇 등으로 제작된 백자, 방짜 수저, 1인 쟁반으로 쓰인 소반 등등 식기류도 작품 수준.

초기엔 주지 않던 애피타이저 호박죽. 많이 달지 않고 좋네요.

생선 상차림(위) 고기 상차림 항공샷.

메인 반찬에 따라 위부터 순서대로 보시면 고기 상차림(1만5000원), 생선 상차림(1만3000원), 젓갈 상차림(1만4000원) 중에서 고르면 되죠. 싱글족이 집에서 해먹기 힘든 요리 중 하나인 생선(고등어)구이를 드시길 추천. 

매실장아찌, 시금치나물 등 4가지의 기본 찬은 간장 종지만한 그릇에 나와 처음엔 소꼽놀이라도 하나 싶지만 남길 염려도 없고 부족하면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으니 이런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더라고요. 반찬 재활용의 불안감까지 없애주니까요.

김은 추가한 메뉴에요...젓갈 이외의 상차림엔 안 나오죠.

밥은 이렇게 개인 솥에 따로 가져다 주는데요.

검은쌀과 약간의 잡곡이 섞인 밥. 갓 지은 솥밥을 한 술 뜨면 밥도둑이 아니라 반찬도둑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

밥을 덜고 솥에는 따뜻한 보리차를 부어 밥을 먹는 동안 누룽지를 만들면 돼요. 무엇보다 밥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저는 거의 다 못먹고, 양이 많은 남자분들도 부족하게 먹을 수 있죠.

특히 된장국, 미역국, 무국 등 정기적으로 바뀌는 국도 깊은 맛이 살아있어 엄지 척. 특히 된장국 맛이 일품이에요. 

메인 반찬 별로 하나씩 살펴보면 이건 젓갈 상차림. 3가지 종류의 젓갈과 김이 함께 나오죠.

생선 상차림은 고등어 구이가 간장소스와 함께

고기 상차림은 이렇게 국물 없이 바싹불고기 스타일로 구운 소고기가 곁들여집니다.

불맛이 살아있는 것이 아주 굿.


집에서 엄마가 차려준 밥상이라기엔 매우 정갈하고 또 고급지기까지 하죠? ㅋㅋ 하지만 반상으로 나오니까 혼밥하기에 아주 좋더라고요.

전통주 몇가지를 잔술로 판매하고 있어서 녁에 혼술도 한잔 곁들이면 캬~ 바깥 풍광이 더욱 운치 있을 듯.


미역국도 맛봤고...

다 먹은 후엔 눌은밥까지 완밥하면 ‘대’한 당신.

정리돼있는 식기들도 참 단아하네요.

봄·가을 따뜻할 땐 여기 야외 평상에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한데요. 한량된 기분 들 것 같은....

저녁이 되면 이렇게 운치있는 공간으로 변신도.....


이름난 도예가, 방짜수저 명인 등의 작품인 식기와 소반이 밥맛을 더욱 고급지게 만들어주는 ‘미학 상차림’의 위치는 광화문 경희궁의 아침 3단지 1층 상가.


■ 봉쥬르밥상

MSG에 시달린 미각을 달래줄 건강한 집밥을 선뵈는 ‘봉쥬르 밥상’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엄마와 두 딸 등 세 모녀가 함께 운영한다고.

좀 시간이 지난 사진이라 가격에 변동이 좀 있을 수도 있으니 감안하시고요...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인공 감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데다 저염 식단이라 초딩 입맛인 분은 맛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먹고 욕하지 마시고 다른 데로 가세요ㅋㅋ).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깔끔한 반찬들도 주바리 취향에 딱!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계절과도 딱 어울리는 ‘뽀얀 봉밥탕’인데, 한우사골육수로 제대로 끓여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뜨뜻하게 녹여주는 설렁탕 스타일. ‘맑은 봉밥탕’도 있는데 사골 대신 양지와 사태로만 국물을 낸 곰탕 스타일이에요.

보기만 해도 원기 보충되는 느낌.

‘맑은 봉밥탕’은 갈비탕 국물에 설렁탕 고기들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듯. 고기를 꺼내 소스에 콕 찍어먹으면 일품.


 ‘소고기 부추 비빔밥’도 담백한데 일반적인 고추장 양념이 아닌 특제 간장 소스로 비비기 때문.

느끼한 게 싫으시거나 해장이 필요하시면 힐링버섯탕이 제격. 육개장과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훨씬 깔끔한 맛.

이건 보기만 해도 온몸이 후끈해지는 맛.


떡국도 못 먹고 나이 한 살만 먹은 사람이라면 사골육수에 개성 있는 고명을 올린 ‘남다른 떡국’을 추천. 모두 한우만을 사용한다고 하니 엄마의 정성이 느껴지는 듯.

봉쥬르밥상은 워낙 간도 심심하고 조미료로 안쓰기 때문에 한 입 넣자마자 아 맛있다 하는 느낌은 없을 수 있어요. 하지만 짜지않고 건강한 맛에서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어요.

반찬 그릇이 비면 요청하기 전에 알아서 채워주시는 주인장의 넉넉함도 한몫.

 


재밌게 보셨으면 공감 하트 하나 꾸~욱 하고가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