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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너 참, 가지가지 한다

주변에 보면 이런 사람 꼭 하나 있죠. 일도 못하는 데 툭하면 지각까지 하고....회식때 술 먹고 주사 부리며 진상짓까지...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한마디 하죠.

너 참 가지가지한다” ㅋㅋ

 

하지만 이런 얘기를 가지가 들으면 참 기분 나빠할듯 합니다. 가지는 우리 몸에 매우 이로운 야채거든요.

컬러푸드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여러가지 컬러푸드 중 보라색을 지닌 이 가지가 지닌 성분 중 안토시아닌은 혈중 중성지방은 낮춰주고,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높여줘서 결과적으로 대사증후군을 멀리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또 벤조피렌이나 아플라톡신처럼 탄 음식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인 PHA 등을 억제하는 효과가 시금치보다 2배나 높다고... 그러니까 고기를 직화구이로 들실 때 같이 곁들여서 먹으면 좋다는 말씀.

 

사실 가지가 보라색이라서 이상하다고 안 드시는 분이 꽤 있더라고요. 보라색은 먹는 거 아니라면서.....사실 저도 어릴 땐 가지를 안 즐겨 먹었죠. 집에서 엄마가 반찬으로 내주시는 가지나물은 흐물흐물한 식감이 제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나이 먹고 가지로 만든 여러음식을 접하다보니 생각보다 아주 매력적인 식재료더라고요. 거기다가 몸에도 좋다니 더 즐겨먹게 되었지요. 어느새 주바리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도 보라보라가 되었다는^^

 오늘은 여전히 가지를 꺼려하시는 분들을 위해 푸드테라피 재료, 가지를 더 맛있게 즐기는 3가지 요리를 포스팅해봅니다.

 

◇ 하하의 가지튀김

중국식 가지튀김입니다. 가지를 뭉툭뭉툭하게 썰어서 튀긴후 소량의 고기와 야채 등을 양념과 함께 볶아낸 요리지요. 비주얼 듁음이죠?

이 가지튀김은 연남동의 유명 중국요리집 하하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 연남동 좀 들락거리는 사람이라면 이 집 모르면 간첩. 지금 사진은 건물 리모델링 하기 전의 것인데 새로 정비하느라 문을 닫았다가 얼마 전 깨끗한 모습으로 재오픈했더군요. 재오픈 후엔 가보질 못했는데 예전 맛이 더 좋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가성비 좋은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촛점이 잘 안 맞아서 메뉴판이 잘 안보이네요 T.T

메뉴상으로는 가지볶음이라고 적혀있네요. 가격은 15,000원. 양이 꽤 푸짐합니다.

입에 넣어보지 않아도 바삭함이 들리는 듯하죠? 튀김요리의 공력이 보이는 한 접시. 얇게 썬 돼지고기를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접시 아래 깔린 소스와 고추를 보면 깐풍기와 흡사하네요. 실제로 맛도 매콤 달콤 새콤합니다.

‘겉바안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식감. 여성분들이 더 열광하실듯.

그 흔한 파마저도 맛있게 만들어주는 소스. 고기와 같이 밥에 얹어 먹으면 감동 두배죠.

볶음밥도 시켜봤습니다. 밥알이 포슬포슬한 것이 내공이 엿보이는 ‘웍질’의 결과물. 새우 등의 재료에서도 불맛이 눈에 보이죠? ㅋㅋ 비빔밥 안의 밥이나 볶음밥이 물기가 많아 질척질척하면 먹는 즐거움은 급 반감됩니다.

짜사이 얹어서 또 한 입.

 

군만두는 서비스....가 아니고 입가심?^^ 간판에 만두전문점이라고 써있을만큼 만두로도 유명한 집이지만 이 동네 만두 잘하는 집은 깔렸다는.... 제 취향으로는 한쪽면은 바삭하고 한쪽면은 부드러운 이태원 쟈니덤플링의 만두를 훨씬 좋아하지만 이 집의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먹을 만한 수준.

매장 안 모습. 지금은 이것보다 깔끔해졌겠죠. 1층이었던 공간도 2, 3층까지 넓어졌으니... 사진 찍을 당시 식사시간을 지난 시간이라 한산하지만, 점심이든 저녁이든 대기줄을 감수할 만큼 손님이 많은 편.

다른 요리들도 평균 이상의 실력을 지닌 맛집이지만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는 건 역시 이 가지튀김(가지볶음)이랍니다. 장담컨대 가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드실 수 있을 거예요. 반함 주의^^

 

맛있는 요리와 착한 가격으로 절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연남동 <하하>, 기회 되면 꼭 방문해보세요. 강추합니다.

 

◇ 마라샹궈의 어향가지

마라샹궈, 잦은 출연으로 이젠 낯익으시죠? 이쯤 되면 제 친척이 운영하는 가게 아닐까 오해하실 만도....하지만 노노~

중국 현지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고 회사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관계로 자주 방문하게 됐다는.... 그래서 이미 마라샹궈라는 매운 볶음요리와 훠궈로도 소개 드렸었던 서촌의 맛집인데요.

이 곳에서 소개드릴 가지요리는 티에반치에즈입니다. 가지를 양념과함께 철판에 볶아서 나오는 정통 중국요리죠. 새콤달콤한 소스가 입맛 돋우는 메뉴인데요. 신 음식을 못드시는 분이라면 좀 싫어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 보통 중국집 메뉴에 있는 어향가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양도 비교적 적은 편인데 18,000원이나 하는 가격이 좀 부담스럽기는 합니다만....

점심특선 찬스를 이용하면 7,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습니다. 점심특선에는 위샹치에즈(어향가지)라고 쓰여있는데요, 제가 먹었을 때는 따로 주문한 티에반치에즈(가지철판볶음)와 맛이 같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아닌가요?

어향은 중국 쓰촨 요리의 대표적인 소스입니다. 두반장과 간장, 식초, 설탕을 넣어 만든 소스라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것이 특징. 딱 주바리 취향저격. 매운 정도만 조절하면 어린아이들도 좋아할 맛.

이 집 단차오판(계란볶음밥)도 예술인데요, 이 밥에 얹어서 먹으면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것 같답니다. 그래서 점심특선에도 함께 제공되는 듯.

한옥을 개조해 꾸민 식당 내부도 매우 개성있습니다. 가지요리 뿐만 아니라 다른 요리도 다 맛있는 집이니 방문해보세요~

앗, 그런데 근래에 다시 가보니 점심특선에서 위샹치에즈가 빠져버렸네요.

칭지아오로우쓰(고추잡채)라는 메뉴와 계란볶음밥으로 대체.....흑

어향가지가 다시 점심특선에 포함되길 바라며....이것도 맛보러 함 가봐야겠네요^^ 

 

◇ 엘쁠라또의 시그니처 가지구이

빠에야와 여러가지 맛있는 타바스로 소개해드린 적 있는 스페인식당 엘 쁠라또입니다. 사실 이 집에서 최고 맛있는 메뉴는 이 가지구이랍니다. 얼마나 인기메뉴인지 이름까지 시그니처 가지구이라지요.

스페인식당 엘쁠라또는 가로수길과 광화문에 있습니다. 캐주얼하면서도 분위기가 좋아서, 모임장소로 제격.

오늘의 주인공 시그니처가지구이 소환. 가지를 세로방향으로 길게 슬라이드한 뒤 발사믹소스 등을 발라 오븐에 구워냈습니다. 구워낸 뒤에 (짐작컨대)그라나파다노 치즈를 듬뿍 갈아 올렸습니다. 사랑스러운 비주얼이죠. 마치 봄날에 떨어지는 하얀 벚꽃같다는...

 

뭐죠. 방문할 때마다 치즈의 양이 조금 다른듯....주문할 때 미리 치즈 드~음~뿍이라 요청하시는 센스.^^

그런데 요 아이는 사진을 찍다보면 치즈가 사르르 녹아버려서 점점 사라지게 된답니다.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 사진으로 확인해보세요.

다 녹아버리면 눈온 뒤 질척해진 도로 같으니까 그 전에 얼른 드시기를 권함.

치즈는 녹았지만 가지에 흡수돼있어 풍미는 그대로 느끼실 수가 있고요. 

새콤한 발사믹소스와 짭짤한 치즈의 조화가 매력적입니다. 입에 넣자마자 녹아버리는 수준.

엘쁠라또의 시그니처가지구이도 가지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거예요.

주바리가 소개해드린 3가지 가지요리 어떠셨어요. 비주얼도 좋고, 맛도 좋고 거기다가 건강까지 챙겨주는 가지요리, 이젠 “너 참 가지가지한다”는 말은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팔방미인에게 써야할 듯. 요즘 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가지님은 사랑입니다”ㅋㅋ

 제가 사랑하는 보라보라 가지요리들을 소개하면서 느낀 건데요, 왜 한식 중에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가지 일품요리가 없을까요? 기껏해야 <가지선> 정도인데 주위에서 흔하게 접하는 메뉴도 아니고요. 아쉬운 마음에 한식메뉴도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우리 모두 가지가지 하자고요, 긍정적인 걸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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