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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월드컵 F조 적들의 맛집을 공략하라 - 스웨덴 편

6월의 잠 못 드는 밤이 시작됐습니다. 지난주 개막된 러시아 월드컵, 우리 대표팀의 첫 경기는 바로 오늘 밤(18일) 열리는데요, ‘솔까말’해서 국민들 대다수가 3패를 예상하고 있는 분위기잖아요. 하지만 스포츠란 뒤집혀야 제 맛 아니겠어요. 모두의 예상을 태극전사들이 뒤집어줘서 대한민국의 이 여름밤도 뒤집어지길 기원해 봅니다. 신태용호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주바리가 F조 적들의 음식을 파헤쳐 봤습니다. 이른바 ‘적(들의 음식)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백번 맛있다’ 특집이랄까요.^^

취재하면서 느낀 재미난 점은 음식 스타일과 그들의 축구 스타일도 묘하게 닮아 있다는 거였어요. 그럼 조별예선을 치르는 순서대로 스웨덴, 멕시코, 독일 음식 맛집으로 드리블해 가보실까요.


■ ‘뻥축구?’ 스웨덴, 음식 맛에는 뻥튀기가 없다
축구보다는 연식 있으신 분에게는 아바가, 젊은 사람이나 여성들에게는 이케아나 에그팩이 먼저 떠오르는 나라 스웨덴. ‘바이킹 군단’은 장신선수를 활용한 소위 ‘뻥축구(롱볼)’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 나라의 음식 스타일은 어떨지 경험치가 없어 궁금하더군요.


▷헴라갓
그 나라 말로 ‘집에서 만든 음식’이라는 뜻의 ‘헴라갓’은 이름대로 스웨덴의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 스웨덴대사관 파티도 이곳에서 열렸다고 해 현지 맛을 잘 살리나보다 했더니 역시 셰프께서 현지 분이더라는. 한국인 아내와 함께 회현동에 자리를 잡은 지 4년째, 인테리어도 ‘이케아 풍’으로 편안하게 꾸며졌더라고요(전등 갓은 확실히 이케아에서 본 디자인인 듯ㅋㅋㅋ). 주차는 건물 지하에 헴라갓 전용 주차구역에 세우시면 됩니다.

천장은 높고 통창이 전면에 배치돼 있어 앉아있으면 시원한 느낌....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 위 메뉴판 쓱 한번 살펴보시죠.

점심메뉴와 저녁 메뉴 음식구성과 가격이 다르니 잘 참조해서 방문하시는 게 좋아요,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시면 런치에, 좀더 다양하고 제대로된 스웨덴 전통음식을 드시고 싶을 땐 디너에 방문하시길 추천해요.

다양한 와인과 스웨덴식 보드카인 슈납스도 있고...

메뉴가 많은 것이 아니라 음식설명이 반 이상 차지하는 바람에 메뉴판이 여러 페이지가 된 케이스.

먼저 런치로 먹은 음식부터 보실까요.

감자로 만든 오늘의 수프부터 눈 휘둥그레지게 맛깔 나네요. 테이블에서 직접 갈아 넣어주는 통후추의 향도 맛을 한껏 거들고요.

점심 메인요리 4가지 중에서 선택한 것은 씰라마카(왼쪽·1만6000원)와 퓌티판나(1만9000원). 에효 이름이 참 어렵기도 하죠 ㅋㅋ. 스웨덴 선수 이름 어려운 것과 매한가지.

씰라마카는 초절임한 청어를 튀겨서 달콤한 딜향의 머스타드소스을 뿌리고 다크브레드 위에 얹은 오픈샌드위치. 웨지감자를 사이드로 곁들여 먹죠. 감자는 스웨덴의 주식 같은 재료라네요...거의 모든 요리에 감자가 곁들여져요. 매시드 포테이토, 웨지감자 등등 다양한 스타일로.... 

‘퓌티판나’는 감자와 고기, 햄, 양파 등을 잘게 썰어 볶고 계란 후라이를 얹은 보편적인 스웨덴 점심 가정식이랍니다. 비트로 만든 피클이 반찬으로 곁들여지고요. 우리나라로 치면 간단한 야채볶음밥?이라고 생각하면 무리 없을 듯요.

김치볶음밥에 올려진 것 마냥 계란 후라이가 어쩐지 낯익고 정겨운 모습 ㅋㅋㅋㅋ 써니사이드업이 아닌 완숙인 점도 특이하네요.

절인 청어가 행여나 비리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홍어나 과메기보다는 훨씬 먹기 쉬운 재료였다는ㅋㅋ.

청어튀김 샌드위치의 단면은 이렇고요.

두 가지 메인요리 모두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것이 딱 제 스탈이었어요.

디저트로 커피나 차를 선택할 수 있고요. 머랭쿠키도 내주시네요.

 

이번엔 저녁 때 방문해 제대로 스웨덴의 맛을 느껴보기로 했죠.

우선 스웨덴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청어절임’을 애피타이저로 주문했어요.

청어를 발효시킨 통조림을 ‘수르스트뢰밍’이라고 불리는 데, 이게 세계 최고의 악취음식으로 꼽히는 것이라 걱정했었죠.

냄새의 강도를 측정하는 앨러배스터(Alabaster)라는 정밀기계가 있다고 해요. 이것으로 측정한 냄새의 수치를 표시하는 단위가 AU인데, 숫자가 높을수록 냄새가 강한 것이죠. 예를 들어 운동경기를 마친 야구선수의 양말이 420AU, 우리나라의 제대로 삭힌 홍어가 6230AU인데, 이 수르스트뢰밍은 8070AU로 세계 1위에 올라있다고 해요.

하지만 세로로 긴 나라인 스웨덴도 지역별 음식문화가 많이 다르다는데요 북부 쪽의 것이 강하고 남부의 것은 그렇지 않다네요. 다행히 헴라갓은 스웨덴 남부 요리를 내는 곳이라 홍어처럼 향이 강하지 않더라고요.

삭히지 않고 살짝 초절임한 3가지 스타일의 청어절임 ‘씰탈릭’은 스웨덴식 보드카인 슈납스(보드카에 각종 허브를 넣어 다양한 맛을 낸 스웨덴의 술)와 곁들여 먹으면 환상 궁합.

기본향, 과일향, 허브향 등 5가지 다른 맛의 슈납스 세트를 주문했더니...

2명이 먹는데 홀수라서 싸울까봐 걱정되셨는지 한 잔을 더 서비스로 내주시네요 ㅎㅎㅎ

마시다보면 중간중간 무슨 맛인지 헷갈릴 수 있겠다 걱정하시겠지만...이렇게 아래 이름표가 적혀있어서 굿~

청어는 딱딱한 다크브레드 위에 얹어먹거나 계란과 함께 먹으면 돼요.

아주 이국적이면서도 독특한 음식인 씰탈릭의 매력을 한번씩 느껴보셨으면 해요.

자~ 입맛·술맛 돋웠으니 본격적으로 스웨덴 음식을 흡입해 볼까요.

요리 이름들이 어려워 발음조차 힘들지만 메뉴판에 자세히 설명돼있어 픽하기 어렵진 않아요.

메인요리를 시키면 기본으로 제공되는 샐러드와 치즈&빵...2가지가 식전요리로 제공되다보니 양이 작으신 분들은 메인 2개와 함께 드시기엔 좀 많다 싶으실 수도....

요렇게 해서 먹으면 딱 좋아요. 북유럽 쪽 빵은 프랑스의 부드러운 빵에 비해 거칠고 투박한 매력이 있어요. 버터류를 덜 사용할테니 건강에는 그나마 더 좋을 것 같은 느낌....

스칸디나비아풍 인테리어가 떠오르는 예쁜 플레이팅....

씰탈릭도 이미 먹었고 메인 2개는 많을 것 같아서 하나는 사이드 요리로 시켰어요.

새우, 게살, 날치알을 딜과 사워크림과 섞은 스카겐 지방의 해산물 믹스와 토스트가 곁들여진 ‘스카겐 러-라’라는 요리. 날치알은 좋아하지 않아 빼달라고 요청드렸고요.

바삭하게 구운 빵 위에 올려 먹으니 탱글한 새우의 식감과 그 상큼한 소스 맛이 기가 막히네요.

크아...아름다운 항공샷.

서빙해주시는 분도 스웨덴 미녀시고ㅋㅋ. 그 옆에 계신 분이 한국인 아내이자 친절한 장님.

메인요리인 ‘코올도마르’는 다진 쇠고기를 양배추로 말아 오븐에 굽고 매시드 포테이토와 양파피클을 곁들인 전통 가정식 요리.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맛이네요.

버터가 올려진 매시드 포테이토는 부드럽게 입안을 어루만져주는듯. 비트로 물들인 양파피클은 상큼하게 입안을 깨워주고요.

단면을 보면...

요렇게 부드럽게 조리된 소고기가 보이죠. 노인분이나 아이들도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감.

그밖에 스웨덴 대표요리인 미트볼 ‘숏블라르’나 보쌈·족발과 비슷한 식감의 돼지갈비 요리인 ‘스콘스크 레벤’이 이 집 인기메뉴래요. 연어 스테이크인 ‘스테크트 락스’도 맛있어 보이더라고요. 조만간 재방문 의사 200%.

나오다 보니 카운터 옆으로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따로 준비돼 있네요. 화장실이 상가 안에 떨어져 있다보니 생각해낸 세심한 배려인 듯...

남편이자 주방을 책임지소 계신 다니엘 위크스트란드씨. 사진 촬영을 부탁 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신... 잘 먹고 갑니다~

스웨덴 가정식 ‘헴라갓’은 집밥을 표방하는 곳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런치타임에 방문하면 오늘의 스프-메인-디저트까지 좀 더 합리적으로 즐기실 수 있어요.


▷스웨덴 시어머니와 요리하기
스웨덴 요리를 하는 식당은 독일이나 멕시코 식당에 비해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열심히 서치한 끝에 두 번째 맛집을 찾아 멀리 판교까지 가보았죠.

이름이 독특하고 재밌는 ‘스웨덴 시어머니와 요리하기’는 파란색 간판부터 북유럽의 느낌이 물씬~

스웨덴 국적의 보드카 병을 물병으로 사용 중... 누차 얘기하지만 세척이 쉽지않아 보이는 물병 사용에는 좀 반대....

‘스웨덴 시어머니와 요리하기’라는 특이하고도 아주 긴 식당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이 집도 스웨덴 남편을 둔 한국인 셰프가 시어머니에게서 전수 받은 스웨덴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

이 식당의 메뉴는 점심코스(1만6000원)에 2가지, 저녁코스(2만7000원)에 2가지 뿐이죠. 결정장애 있으신 분들에게는 한결 수월할테죠. 메뉴는 계절 혹은 정기적으로 바뀌니 미리 전화로 알아보시고 방문하면 더 좋겠죠?

방문한 날의 점심 메뉴는 이랬고요.

앗...초점이 나가버린 오늘의 수프....부드러운 크림이 가미돼 첫 입부터 아~ 이 집도 요리 좀 하는구나...앞으로 나올 요리에 한껏 기대감을 주는 맛. 정말 스웨덴은 감자를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군요.

점심메뉴 한가지씩 시켜 나눠먹기로... 그릴드치킨 파스타와 햄, 치즈가 들어간 포카치아 샌드위치.

파스타는 펜네 면을 사용했고요. 페페론치니가 들어있는지 매콤함이 가미돼 느끼함이 전혀 없네요. 질척한 오일소스도 찾아볼 수 없고 딱 좋아요. 시어머니에게 제대로 전수받으셨군요 ㅋㅋㅋ.

따뜻하게 구워져 나오는 포카치아도 너무나 담백하니 맛이 좋았는데 특히나 직접 바로 소스에 버무려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가 기가 막힌 손맛을 뿜뿜 하네요. 리필에서 먹을만큼 엄지 척.

식사 후에는 커피가 후식으로 제공되고요. 수프-메인-커피가 1만6000원이면 가성비도 나쁘지 않은 수준.

 

점심에는 스프가 나오고, 저녁에는 식전빵, 샐러드가 함께 나오니 양이 부족하지는 않아요.  몇달 후 저녁 예약하고 다시 방문 고고!

저녁에 방문했을 때는 홈메이드 바질페스토의 닭가슴살 구이와 로즈마리 마리네이드 돼지안심구이가 메뉴로 나왔어요. 지금쯤 또 메뉴가 바뀌었겠죠.

다시 방문했을 때는 앱솔루트 보드카병 대신 물명이 바뀌어 있어 대만족~

식전빵은 포카치아보다 부드러운 치아바타. 발사믹식초를 넣은 올리브오일의 또한 고퀄.

이 날의 샐러드는 이름모를 풀 ㅋㅋㅋ 과 비트의 조합. 전 좋았습니다만 비트는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인 것 같아요.

소스도 올리브오일과 홀그레인머스타드 최소한으로 사용.

여자 사장님답게 스푼 하나도 여심을 제대로 파악하시는군요.

이날의 메인인 로즈마리 마리네이드 돼지안심구이와...

홈메이드 바질페스토 닭가슴살구이.

메뉴이름에서 보듯 로즈마리, 바질 등 허브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향기로 한 번 더 음미할 수 있죠. 그 향에 익숙치 않은 분들에겐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음식을 입 안에 넣으면 정말 집에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게 느껴져서 저는 감동.

닭가슴살요리에 가니쉬로는 고구마, 호박, 색색 파프리카 구이...그리고 예전에 제가 극찬했던 양배추 샐러드.

주로 오븐에서 조리하는 음식이라 기름기도 쫙 빠져 담백한 건 당연지사. 맛도 보이지만 건강함도 보이는 식탁 아닌가요?

베이컨을 목도리 삼은 닭안심구이.... 써는 순간 그 부드러움이 손으로 느껴지죠.

이 식당은 맛도 딱 제 스타일이지만 식기들도 예뻐서 여심 제대로 저격하네요.

아기자기한 매장 분위기.

스웨덴 전통의상인가봐요.....아동용 사이즈라 너무 깜찍하네요.

우리집 주방 식탁도 이렇게 해놓고 싶다는...그냥 잠깐 생각만 해봄 ㅋㅋㅋㅋ

헴라갓에서도 그랬지만 스웨덴식당에선 꼭 만나게 되는 이 목각 말인형. 달라호스라는 예쁜 이름이 있더라고요. 스웨덴에서 복을 상징하는 전통 장식품이래요.

디저트로 따로 주문한 허브차마저 참 예쁨예쁨.

참, 이 식당엔 스웨덴 시어머니는 안 계세요ㅋㅋ 사장님 혼자 요리하고 서빙하고 다 하시기 때문에 음식이 좀 시간 걸릴 수 있으니 여유를 갖고 방문 하시길...

서식지와 가깝다면 좀 더 자주 가보고 싶은데 아쉽군요.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 혹은 투박하지만 은근히 강한 매력의 스웨덴 요리는 바이킹 전사들의 플레이와도 닮아 보였어요. F조의 다른 나라 음식 중에선 주바리에게 제일 맛있었던(물론 한식 빼고요) 스웨덴 요리였네요. 2차전 멕시코, 3차전 독일 맛집은 다음편에 계속 됩니다요.

 

재밌게 보셨으면 공감 하트 하나 꾸욱 하고 가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