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점심

[평창올림픽 맛집 2탄] 가즈아~ 미식의 바다, 강릉으로

눈, 땀, 눈물…(방탄소년단의 히트곡 '피땀눈물' 아니고요ㅋㅋ).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바로 경기장과 훈련장의 '눈'(혹은 얼음), 메달을 위해 흘리는 '땀', 그리고 쓰디쓴 인내의 고통 끝에 흘리는 '눈물', 이 세 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선수들뿐 아니라 먹방 여행을 하는 우리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맛집을 찾아가는 여행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눈', 뜨겁고 매운 짬뽕 국물을 들이켜며 흘리는 '땀', 너무나 맛있는 음식에 감동해 흘리는 '눈물' ㅋㅋㅋ. 열심히 훈련하는 대한민국 선수들과 비교하자니 좀 미안하기도 하지만 우린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힘내서 더 열심히 응원하는 걸로~. 지난번 설상 경기장이 자리 잡은 평창 맛집에 이어 2탄으로 준비했습니다. 이번엔 빙상 경기장이 있는 곳, 가즈아~ 강릉으로!

 

■ 원조 강릉 교동반점 본점
전국 5대 짬뽕집 중 하나라는 ‘교동반점’은 강원도 강릉시 강릉대로에 위치해 있는데요. 홍합 등의 해산물과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있고 칼칼한 맛이 일품인 짬뽕 맛집으로 요즘엔 ‘교동’ 하면 누구나 짬뽕을 떠올리게 되죠. 프랜차이즈 식당인 ‘교동짬뽕’의 본가라고는 하지만 맛은 다른 곳이니 헷갈리지 마시고.

조금은 삭막해보이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보면 많은 손님들과 함께 짬뽕과 군만두 등 매우 단촐한 메뉴판이 눈에 띕니다. 이 집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강릉시민들에게도 인기 있는 식당이라 서두르지 않으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니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방문하면 좋을 거예요. 점심시간대 1시간 웨이팅은 기본이더라고요.

반찬도 그냥 평범.

전국적으로 유명하신 짬뽕 등장. 

이 집 짬뽕에는 홍합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있는 게 매력. 짬뽕국물은 깔끔하고 시원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진하고 감칠맛이 매우 풍부한 편이에요. 살짝 자극적일 수도 있고요. 매운 음식 좋아하신다면 강추. 칼칼함을 배가 시키는 것은 많은 양의 후추. 개인적으로 후추향을 무척 좋아하는 데도 불구하고 좀 과하게 뿌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화상중국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면발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요. 고기도 들어있지만 홍합이 진짜 많이 들어 있어서 홍합러버들은 만족하실거예요. 해산물 안좋아하는 주바리는 골라내느라 한참 걸렸다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편식쟁이도 맛블로거 할 수 있어요 ㅋㅋㅋ

메뉴판에는 없지만 어린이를 위한 짜장면도 있으니 사장님에게 문의하세요. 오히려 메뉴판에는 있는 군만두는 물어볼 때마다 늘 없으니 참고 하시고.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랍니다.

■ 초당할머니순두부
강릉 초당동에는 순두부식당이 여럿 모여 있지요. 강릉에서 파는 순두부 앞에만 유독 ‘초당’이라는 말이 붙는데 왜 그런지 알고 계세요?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초당 순두부는 허난설헌과 허균의 부친인 허엽의 호가 초당인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삼척 부사로 부임한 허엽이 집 앞의 샘물맛이 좋아 그 물로 콩을 가공, 깨끗한 바닷물로 간을 맞추어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두부 맛이 좋기로 소문나자 허엽이 자신의 호인 초당() 을 붙여 초당두부의 명칭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순두부집 가운데서도 강릉 허균 생가 가는 길에 위치한 ‘초당할머니순두부’가 주바리가 강추하는 맛집. 30여 년간 한결같은 맛으로 사랑받는 곳인데요, 담백하면서도 부드럽고 뽀~얀 순두부의 맛이 다른 곳과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네이놈에서 검색하면 비슷한 이름의 많은 곳이 나오기 때문에 헷갈린 수 있는데요, 꼭 허균 생가 옆에 있는 초당할머니순부두로 가시길 추천. 

이른 아침에 방문했는데도 줄 설 정도는 아녔지만 찾아오신 손님이 꽤 있더라고요. 순두부는 특히 아침메뉴로 좋은 것 같아요.

몽글몽글한 하얀 순두부는 까칠해진 속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주는 그런 음식이 아닐까 싶어요. 간장을 조금씩 넣어서 간을 맞춰 먹으면 크~ 담백함의 끝판왕이 바로 이거죠. 

하얀 순두부 외에도 칼칼한 걸 좋아하시는 분을 위한 얼큰째복순두부(째복은 비단조개의 방언이래요),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와 비지장, 막된장 속에 묵혀둔 고추장아찌 등도 입 안을 즐겁게 해주지요.

식사를 하다가 재미있었던 건 전통의 맛을 보여주면서도 와이파이까지 잡히는 반전까지 선사하더라고요^^.

시간을 운좋게 맞추면 가게 옆 공간에서 콩을 불리고 갈아 순두부를 만드는 광경도 구경할 수 있어요. 아마 아침시간이라 포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순두부가 만들어지는 광경이 재밌어서 한참을 서서 보다가 왔네요. 진짜 늙었나봐~ ㅋㅋ

그 밖에도 두부마을초당순두부, 원조초당순두부, 초당고부순두부, 고복순할머니초당순두부집도 유명하니 메모해두세요.

■ 강릉감자옹심이
강원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감자죠. 감자를 재료로 한 대표 음식인 감자옹심이를 개운한 국물과 함께 맛볼 수 있는 식당 ‘강릉감자옹심이’입니다.

‘1박2일’ 승기 맛집으로도 유명하다죠.

이런 벽지 낙서 제 취향은 아닌데 말이죠ㅋㅋ

옹심이가 낯선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껍질 벗긴 감자를 갈아 물기를 꼭 짠 후 수제비처럼 적당한 크기로 떼어 익혀 먹는 것을 말하는데요, 쫀득하면서도 서걱서걱 씹히는 그 묘한 식감이 매력이죠.

옹심이만 들어있는 ‘순감자옹심이’와 칼국수면이 섞여있는 ‘감자옹심이칼국수’가 주 메뉴입니다. 육수는 멸치 등을 넣고 우린 시원한 맛인데 감자의 전분 때문인지 살짝 걸쭉한 편. 감자와 팥이 어우러진 감자 송편도 인기 메뉴라네요.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도 직접 담가 맛깔났고요.

나오면서보니 또 감자를 열씨미 깎고 계신 아저씨... 수고가 많으십니다.

‘강릉 감자옹심이’의 영업 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로 조금 이른 시간에 문을 닫기 때문에 서둘러 찾아가야 식사하실 수 수 있어요. ‘절대 맛집’이라기보다는 서울에서는 쉽게 접하기가 힘든 메뉴니까 강원도 지역을 방문하게 된다면 별미로 한 번씩 맛보기를 추천합니다.

■ 보헤미안&테라로사
강릉은 또 커피의 도시 아니겠어요. 많은 분들이 커피 투어를 떠날 만큼 그 명성이 자자한데요. 바다의 향기를 직접 느끼며 커피를 마시고 싶은 분위기파라면 강릉항 옆 안목커피거리를, 풍광보다 커피의 맛과 향이 더 중요한 커피 마니아에겐 테라로사나 보헤미안을 추천 드려요. 주바리는 물론 커피 맛이죠^^.

보헤미안은 강릉 경포, 사천 등 4곳이 있지만 국내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 대표가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연곡면 본점으로 가보는 것도 좋겠죠. 박이추 선생이 연세가 많으시고 오랜 세월 핸드드립으로 손목이 불편하시다고 해요. 그래서 영업 시간은 요일별로 다르니까 미리 체크해보시고 방문하셔야 허탕치지 않으실 거예요.

예전엔 펜션도 함께 운영했다는 데 현재는 안하는 듯 보였고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건물의 느낌이 좋더라고요.

메뉴판에는 매우 다양한 산지의 커피가 준비돼 있네요.

각종 안내글이 많기도 하네요. 사진 촬영 금지나 외부 음식물 반입이야 그렇다쳐도 60분 이상 머물지 말라, 좌석을 옮기지 말라...등등은 손님에게 좀 과한 요구 아닌가요? 이 곳 커피를 맛보기 위해 멀리서 온 사람들이 대다수일텐데 오래 앉아서 커피와 풍광을 음미할 시간도 제한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여튼 전 좀 기분이 그렇더라고요.

문블렌드가 여기도 있었네요.

정면에 보이는 작은 방에 박이추 선생이 계십니다. 핸드드립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나와서 커피를 손수 내리고 바로 들어가버리시네요. 메뉴판에 경고문에 따라 사진촬영은 하지 않았습니다.

에티오피아로 선택한 핸드드립 커피는 상큼한 향이 잘 살아있었고, 비엔나커피와 비슷한 ‘아몬드 아마레또’도 달달해서 먹기 좋았어요.

클래식한 분위기의 카페 내부와 창 밖으로 멀리 바다를 머금은 풍광도 특별하진 않지만 고즈넉한 편안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엔 테라로사로 가볼까요.

2002년에 문을 연 테라로사는 구정면에 본점이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 부산, 제주에도 지점이 있지만 태생이 강릉이죠. 강릉에만도 사천, 임당 등 세 군데. 이 중 본점은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있지만 겨울에 방문하면 눈으로 뒤덮인 주변 풍광도 볼 만하지요.

부드러운 카푸치노와 강렬한 에스프레소는 잘 어울리는 한쌍.

테라로사의 강점은 어느 지점을 가도 편차 없이 수준 높은 핸드드립 커피와 에스프레소는 물론이고 매일 직접 구워내는 빵과 케이크도 맛이 좋아요. 특히 카푸치노가 맛있기로 유명. 이곳 본점은 강릉의 다른 곳과 달리 오전에 방문하면 브런치 메뉴도 즐길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답니다.

주바리는 묵직한 스타일의 보헤미안 커피보다 신선한 향과 밸런스가 좋은 테라로사의 커피가 더 잘 맞긴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취’이니까 본인 스타일대로 선택하시면 돼요.

재밌게 보셨으면 주바리에게 공감 하트 하나 꾸욱 날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