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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색깔이 없는 스시접시의 회전초밥집 - 종로 스시하루

MSG 기피증환자인 주바리(바리= 바리스타:Barista의 줄임말), 그녀가 ‘MSG의 필요악’을 외치는 직속상사 만부장의 ‘줏대 없는’ 입맛을 교화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까칠한 맛집 탐험을 시작한다.

 

 


주바리~~~~ 밥 때가 됐는데 왜 꿈쩍을 안하시나…

 

오늘은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심 중이었어요. 깔끔하게 초밥 어떠세요? 추천하고 싶은 회전초밥집이 있는뎁쇼.

 

헐~ 초밥은 너무 비싸지 않아? T.T… 부장 카드 한도액 뻔히 알면서…

 

ㅋㅋ 걱정 마세요, 만부장.
보통 다른 초밥집들은 접시 색깔에 따라 가격이 달라서 가격표를 연신 들여다보면서 먹게 되잖아요. 저렴한 건 2,000~3,000원이지만 비싼 건 만원을 육박하기도 하고…. 월급쟁이 주머니 사정이야 거기서 거기인데 말이죠. 초밥 먹으러 가서 눈치 보고, 머릿속에 계산기 두들겨가면서(요즘엔 암산능력에 하자가 생겨서 휴대폰 계산기까지 꺼내서 두들겨야 하는 지경에 -.-)… 그렇게 먹으면 꼭 체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이 집은 접시에 ‘색깔이 없는’ 회전초밥 집이랍니당. 모든 초밥 접시의 가격이 3000원으로 동일해욤. 그렇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 뭐라뭐라 하는 소설 제목처럼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무개성의 그런 집은 아니니까 걱정은 붙들어 매시고… 종로구 수송동으로 가볼실까욥~~

 

수송동이면 종로구청 근처인가 보네, 일단 믿고 가보지 뭐.

 

저기 두산위브 빌딩 보이시죠? 거기 지하 1층에 있어요. 지하라서 눈에 안 띄는 곳에 있다 보니 초기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엔 입소문을 좀 탔나 봐요. 곧 줄 서서 먹는 곳이 될 예감이 팍팍 들어요.
가격도 맛도 정말 착한 식당이걸랑요(소주값도 아직 3,000원 아주 착하죠^^). 가격은 보급형이지만 우리가 가끔 가는 프랜차이즈 초밥집 ‘*다래’나 여타 분식집스러운 곳의 초밥과는 비교하지 마세욥!!

 

 



종로구 수송동 두산위브빌딩 지하에 위치한 스시하루

 

 

아, 저기 간판이 보이네. 스시하루?

 

네, 알고 보니 여기 실장님께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에 있는 유명한 회전초밥집인 ‘삼전’ 출신이시라대요. 초밥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맛집이에요. 블루리본 서베이에도 선정됐다능… 그런 데서 내공을 닦으신 분이라니 신뢰감이 들지 않아요?

 


바로 저분이 싸장님이시자 쉐프님.....도촬 죄송해요^^


테이블도 2-3개 있지만 레일 앞 의자에 앉아서 돌아가는 초밥을 감상하며 먹는 게 더 즐겁죠. 회전초밥집 오실 때 꿀팁 하나 드릴까요? 가급적 초밥 만드시는 실장님과 가까운 곳에 앉으세요. 눈도장 몇 번 찍고 대화도 좀 하다가 친해지면 신선한 참치뱃살 같은 고급 부위도 따로 슬쩍 내주시고 그러거든요.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 들면 또 오고 싶고 그렇잖아요.

 




 


 

실내가 아기자기한 게 예쁘죠? 매장이 넓지 않은 편이다보니 앞 손님과 마주보는 게 불편할까봐 커다란 부채로 가운데를 가려주신 센쑤~

 


 

 

진짜 새우초밥, 연어초밥, 광어초밥, 고등어초밥, 갑오징어, 도미, 참치, 성게알… 뭐든지 다 3,000원 균일가란 말이야? 리얼리?

 

아~속고만 사셨나, 맞다니깐. 그렇다고 수십 접시 마구마구 드시면 여기도 가격이 꽤 나오니까 적당히 드시지요.
회전초밥으로 나름 유명한 사까나야나 스시노미찌만큼 다양한 메뉴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곳에선 보통 둘이 먹으면 십만원은 훌쩍이거든요. 이 가격에 이 정도의 퀄리티, 훌륭하지 않습니까? 가짓수가 많지 않은 건 아쉽지만 씰~데없이 캘리포니아 롤 같은 메뉴가 없어서 좋은 것 같아요. (캘리포니아 롤 좋아하시는 분께는 죄송)

 

 

조갯살, 장어, 날치알, 광어 지나가 주시고

 



연어, 참치, 새우, 고등어 등등이 날잡사주오 손짓을...

 

밥을 다 덮어주는 도톰한 저 생선의 두께를 보세요

 

보통 네타라고 부르는 생선의 두께도 섭섭치 않고요. 제 생각엔 초밥의 맛을 좌우하는 게 생선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샤리(밥)도 무척 중요해요. 말아쥔 모양, 밥의 양 등 미묘한 맛의 차이는 샤리가 좌우하지요.
실장님이 부지런하신 거 같아요. 생선의 선도 유지도 양호하고 참치의 해동상태도 나무랄 데 없는 거 같아요. 
저한테는 초밥의 간이 조금 센 듯도 하지만 만부장 입맛에는 잘 맞을 거예요.

 

클로즈업 들어갑니당~

 


도미 


갑오징어

 

광어 뱃살과 연어


새우튀김은 사장님께 말씀드리면 따뜻하게 새로 내주십니다


제가 꼭 먹는 유부초밥^^


익힌 새우도 맛나요~


 
쪼~오~금 아쉽다면 토치로 겉만 살짝 익힌 타다끼가 없다는 거, 과일이나 샐러드 같은 메뉴나 녹차 서비스 정도는 제공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헐~ 같은 돈 내고 누가 과일 먹냐. 초밥을 먹어야지...
 
진짜 헐~ 입니다. 한 끼 식사의 마무리, 디저트가 대미를 장식해야 제대로 된 식사라 할 수 있지요... 아무튼, 회전초밥 말고도 회덮밥(6,000원)이나 모듬초밥(11,000원)도 있으니까 점심시간에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답니다. 저녁땐 매운탕도 해주시네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겉만 번지르르한 화려함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려는 오너쉐프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 집, 스시하루.

맛이 어때욥?

 

마시써욥~ (CF까지 찍은 마성의 알베르토^^)

 

까칠한 주바리의 추천 맛집, 자격이 충분하죠? 제 숟가락 점수는 세 개 반입니당~

joohs@kyunghyang.com

 

서울 종로구 수송동 58번지 두산위브파빌리온 B1 130호 TEL : 02-725-6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