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고기는)맛이 있어야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보셨나요? 배우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CEO 미란도의 대사 중 하나인데요(스포일러인가요?ㅋㅋ), 비윤리적으로 슈퍼돼지를 생산하고 사육하는 영화 속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 얘기 하나만큼은 옳은 말씀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 안 보셨다면 넷플릭스든 극장이든(어둠의 경로는 빼고^^) 감상해보시길….
혹자는 영화의 내용 때문에 고기 먹기가 불편해질까봐 보기 싫다고 걱정하던데요, 전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슈퍼돼지를 소재로 한 것이지 육식주의자를 비난하거나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주제는 아니니까요.
현실에서도 유전자 변형 슈퍼돼지가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더라고요….하지만 우리 땅에서 난 우리 고기만(신토불이~ 신토불이~신토불이야ㅋㅋ) 즐길 수 있길 기원하면서 그런 의미로 슈퍼돼지보다 맛있는 제주산 돼지고기 맛집으로 고고 해보실까요?
■ 정광수의 돈까스 가게
성산동에 있는 한국 스타일 돈까스 집입니다. 지하철역으로 설명하면 망원역과 마포구청 역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죠.
평범한 2층 집 아랫층을 큰 리모델링 없이 약간만 손봐 사용하고 있네요. 오너셰프라고 할 수 있는 분의 성함이 정광수 씨인가 봅니다. 받침이 하나 다르니 커피 전문점과 혼동하지는 마시고^^
돈까스 메뉴에 있어 이 집만큼 가성비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푸짐하고 맛 또한 엄지 척을 부르지요. 길 건너 망원동에 있을 때부터 식사시간에는 많은 대기가 필요했는데, 매장을 조금 넓혀 이 곳으로 이사한 후엔 조금 사정이 나아졌더라고요.
가격 정말 착하지 않아요? 전에 제가 소개해드린 긴자 바이린이나 안즈에 비해면 거의 절반 가격. 물론 고급스러움으로야 그쪽이 월등하긴 합니다만.....
지난 매장에서는 지리산 흑돼지를 사용했었는데 옮긴 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주산 흑돼지만을 사용한다고 써있네요. 도톰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돼지고기의 식감의 비결은 바로 맥주에 고기를 재어두는 거라고.
스프와 채썬 양배추는 가져다주지만 반찬류는 이 곳에서 직접 먹을만큼 가져다 먹습니다. 계속 리필 가능하니까 욕심내지 말고 먹을만큼만.....
후추는 후추추추 하면서 뿌려야 제맛... 이라고 냉장고를 부탁해 오세득 셰프가 얘기를...ㅋㅋㅋ
오뚜기 스프와는 확연히 다른 맛의 수제 스프. 밀가루를 직접 버터에 볶아 만들었는지 꼭 어릴 때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레스토랑의 전문적인 맛과는 다른) 그런 정겨운 맛이 느껴지네요.
기본 돈까스부터 볼까요. 안심 한덩이와 등심 한덩이 그리고 밥과 튀긴 버섯 약간....
사진상으로 잘 안느껴질 수도 있지만 두께가 꽤 있습니다.
자른 단면을 보시면 감이 오시려나요... 고기를 많이 두들겨서 얇고 크기만 크게 키운 기사식당 돈까스 스타일과 비교하면 섭섭. 안심과 등심의 고기 색깔 차이도 한번 비교해 보시고...
이번엔 콤보. 보통들 정식이라고 부르는..... 이 집의 가장 비싼 메뉴(11,000원)로 안심, 등심, 생선까스로 구성돼 있죠. 생선까스 메뉴도 있으니 고기를 즐기지 않는 분도 선택 가능하겠네요. 튀김 공력이 있는 만큼 생선까스도 맛있습니다.
이건 왕돈까스랍니다. 커다란 접시의 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 크기를 미뤄 짐작 할수 있겠죠? 기본 돈까스도 양이 많으니 너무 의욕적으로 주문하지 말라는 사장님의 재치있는 안내글을 참고하시고 도전하시길....
12시가 조금 넘으니 대기가 생기는 건 여전.
고구마로 만든 맛탕도 주시는데 요청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니 드시고 싶을 땐 말씀을....이런 건 꿀팁이죠? ㅋㅋㅋ
온 가족 외식할 때도 친구들과 푸짐하게 먹을 때도 가격부담 없이 맛있고 든든한 한끼가 가능한 ‘정광수의 돈까스 가게’에 꼭 들러보세요.^^
■ 애월식당
‘애월’이라는 이름대로 서울도심 한복판에서 제주산 숙성육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식당이 있습니다.
서촌의 유명 삼계탕집 토속촌(한 번 먹고는 다시 가질 않는...) 입구 맞은편에 위치해있죠.
앗 메뉴판 위의 저 그림 매우 낯익은데요? ㅋㅋㅋㅋㅋㅋ
오겹살, 목살, 항정살 등은 1인분(180g)이 1만4000원이지만 ‘제주모둠’을 시키면 600g이 4만3000원, 800g이 5만4000원으로 단가가 확 떨어지니 3~4명이 함께 가는 편이 유리하겠죠? 주바리가 방문했을 땐 가녀린 여인 2명인지라 오겹살 1인분, 항정살 1인분 주문했더랬지요.
고기를 주문하니 등장하는 숯... 그런데 참숯은 아니고 처음보는 비주얼. 궁금해서 물어보니 황금 비장탄이라네요. 이름 한번 비장하기도 하네.ㅋ 어쨌든 검색해보니 합성탄은 아니고 나무를 2번 구워 만들어 튀지않고 오래가는 고급 숯이래요.
가운데 올려진 것은 예상대로 멜젓(멸치젓).
핑크핑크한 자태로 고기느님 등장. 왼쪽이 항정살, 오른쪽이 오겹살. 가지 2쪽.
굵은 소금이 살짝 뿌려져 있고 월계수 잎은 냄새 제거용이겠지만 데코에 가까워 보이고....
일단 육안으로 보이는 고기 상태는 매우 좋아보이네요.
고기는 훈남 직원들이 모두 알아서 구워주니 우린 그냥 즐겁게 먹기만 하면 됩니다. 고기 못굽는다고 구박받을 걱정 없어 좋군요.
된장찌개는 서비스...
멜젓은 서울 사람들 입맛을 고려했는지 제주 현지에서 맛본 것만큼 진하지 않아 살짝 아쉽더라고요.
멜젓에 거부감 있는 분들을 위해 간장 소스도 준비돼 있습니다.
명이나물과 무쌈 김치 등 반찬들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네요.
제가 이 집에서 맘에 쏙 든 점은 일회용 앞치마였어요. 소주회사에서 제공한 앞치마를 계속 돌려쓰는 지저분한 다른 집 것과는 달라서 굿~. 일회용품 사용은 자제하긴 해야 하지만 비위생적인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1인. 다만 앞지마 로고가 옥자 포스터 닮은 건 그냥 눈 감아 줘얄 듯ㅎㅎㅎㅎ.
사이드메뉴인 김치찌개나 김치말이국수도 인기가 좋은 편이라네요. 소주, 맥주, 청하에 한라산까지 똑같이 4000원이라는 점도 감동이었어요.
이 집 고기 맛의 비결은 드라이에이징(건조 숙성)이라고 하네요.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숙성시킨 후 겉은 잘라내고 안쪽만 먹는 방법인데 소 말고 돼지고기도 드라이에이징한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안 사실.
전체적으로 맛이나 세팅이나 분위기나 깔끔함이 느껴져서 좋았던 ‘애월식당’ 저녁 땐 대기가 많으니 타이밍 잘 맞춰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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