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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화이트데이 #로맨틱 #성공적 #사랑꾼? 어 인정

또 깜박한 거 아니죠? 여친(혹은 아내, 아니면 썸녀)가 말은 안 해도 은근히 뭔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거 눈치 못 채셨나요. 이번 14일이 바로 ‘그날’이잖아요.

물론 밸런타인데이다 화이트데이다 이런 몹쓸 ‘데이’들이 일본의 한 제과업체의 감성마케팅 전략에서 시작됐다는 건 알고 있지만, 우리 여자들이 바라는 게 꼭 박하사탕은 아니잖습니까. 이런 날을 빌미 삼아 오랜만에 호사스러운 외식도 하고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고 싶은 거죠. 그리고 이건 주바리 개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그 커다란 사탕바구니는 정말 질색이에요. 먹지도 않는 박하사탕이나 초콜릿에 요란스러운 포장와 리본 좀 묶고 몇 만원씩이나 주고 사야하다니... 내 돈 아니라도 아까워요. 더 싫은 건 그 사탕바구니를 재활용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는 점ㅋㅋ.

하지만 기껏 외식하자고 나오라 해놓고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뻔~한 선택으로는 눈총받을 게 뻔하죠. 주바리가 아직까지 아무 대책도 준비 못한 분들을 위해 여친(혹은 아내)에게 확실히 점수 딸 만한 코스로 즐길 수 있는 우아한 식당을 골라봤어요. 키워드는 요즘도 종종 회자되는 모 영화배우의 작업 카톡 메시지를 빌려 표현하자면 #화이트데이#로맨틱#성공적!ㅋㅋ

 

■가스트로 통(경복궁역)

데이트 코스로 이미 유명한 서촌, 한적한 통의동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유러피언 레스토랑 ‘가스트로 통’은 40여 년간 특급호텔 셰프로 일한 스위스인 남편 롤란드 히니씨와 와인 전문가인 한국인 아내가 뜻을 모아 문을 연 곳이에요. 미식을 뜻하는 불어 ‘가스트로노미크(Gastronomique)’와 통의동의 통(通)을 합해 만든 식당 이름이라고…. 맛있는 음식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부부의 마음을 담았다고 하네요. 일제시대에 지어졌다는 한옥의 일부를 그대로 살린 실내 분위기는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느낌.

가격대는 대충 이러하고요. 디너 코스는 또 따로 준비돼 있어요. 전 당연히(?) 런치로 방문 ㅋㅋ.

테이블 세팅이나 가구들이 매우 클래식한 분위기죠. 전체적으로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요.

식전빵은 담백한 2가지 종류로 제공. 최근엔 인근에 빵집도 따로 운영한다던데 이 빵도 그것인지는 확인 못했네요.

빵에 찍어먹는 소스도 직접 만들었다는 건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듯하고요. 빵맛도 좋지만 이 소스가 담백하니 굿이군요.

애피타이저부터 시선 강탈이죠.

포크도 그렇지만 나이프만 무려 3개. 아마도 버터용, 전식용, 메인용이겠죠.

메인요리 중 하나인 오리다리 콩피. 버섯, 당근과 호박 퓌레가 곁들여져 있습니다.

양이 후덜덜하게 적죠? ㅎㅎㅎㅎ 퍽퍽할 수 있는 오리살의 식감을 적당히 잘 살려냈습니다.

이 메인요리는 토시살 스테이크였던 걸로 기억(먹은 지 좀 돼서 가물가물 T.T). 가니쉬는 매쉬 포테이토와 그린빈 등등.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과 맛.

마치 쇠고기 편육 같은 비주얼이죠?

예쁨 예쁨 뿜고 계신 디저트까지 여심 잡는 플레이팅.

커피나 원하는 차로 우아한 코스가 마무리 되고요.

프라이빗한 공간을 원하시면 룸도 따로 준비돼 있답니다. 프러포즈나 소규모 가족모임 하기에도 좋을 듯해요.

가스트로 통의 디너코스에는 6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있고요, 런치스마트코스로 즐기시면 샐러드-메인요리-디저트-커피나 차의 코스를 3만5000원으로 즐길 수 있어요. 특히 이 식당은 와인에 오래 재운 후 육수를 넣어 조리한 송아지 정강이찜이 가장 사랑받는 메뉴라네요. 다음에 먹어볼 기회가 있길 기원하며....

주바리가 방문한 지는 조금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메뉴 구성은 살짝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가스트로 통’에서는 어떤 음식을 맛보든 만족할 만한 솜씨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한스갤러리(성북동)
복잡한 시내보다 모처럼 야외로 나들이하는 기분을 내고 싶은 커플이라면 성북동의 ‘한스갤러리’를 추천해요.

대중교통으로는 이동이 조금 불편한 북악스카이웨이 아래 위치하고 있는데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죠. 주차장은 당연히 건물 앞에 넓게 마련돼 있고요.

넓은 잔디정원이 있어 하우스웨딩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해요. 주말에는 주로 예식이나 돌잔치 등 행사 때문에 식당 이용이 힘들 수도 있으니 평일날 방문하시길 추천~

층고도 높고 통창으로 돼있어 시야가 탁 트이고 시원한 느낌이 좋습니다.

식전빵, 따끈하게 데워져 나와서 좋네요. 올리브오일 상태도 굿~

식사 전 샐러드는 훈제오리구이를 올린 스타일. 발사믹소스를 토핑했고요. 여러가지 건강한 식재료들은 좋았는데 저에게는 살짝 간이 셌던 것이 흠 아닌 흠. 

봉골레 스러운 해산물 파스타. 이름은 까묵 T.T.

홍합, 모시조개, 새우 등등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있어서 좋았습니다.

가지, 올리브 등 여러가지 야채만을 사용한 토마토소스 파스타는 고기를 좋아라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추천.

도심 속의 정원이라고 부를 만한 ‘한스갤러리’는 이탈리아 요리 위주의 요리를 내며 다양한 파스타가 준비돼 있어 입맛 따라 골라 드실 수 있어요. 파스타도 맛있지만 시원한 통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싱그러워 한층 미각을 돋우더라고요. 와인 콜키지도 무료랍니다.

 

■한육감(광화문)
느끼한 음식보다 고기고기~ 노래를 하는 육식파 여친(혹은 아내 혹은 썸녀)이 있다면 여기가 제격. 광화문 핫플레이스인 디타워 4층에 위치한 한우 전문점 ‘한육감’으로 가보실까요?

이 식당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구조가  멋져요. 건물 자체의 화려함만으로도 일단 점수 먹고들어가게 돼죠 ㅋㅋ.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도 등장해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떨친 고깃집이지만 고급 레스토랑 같은 블링블링 인테리어도 분위기를 핑크핑크로 물들이는 데 한몫 거들죠.

드라이에이징 중인 한우를 작품처럼 전시해 놓은 것도 인테리어에 한몫.

한육감은 최상급의 한우를 참숯에 구워 먹으니 맛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화려한 플레이팅만으로도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

맨 먼저 서빙된 요 쨈병같이 생긴 물건이 무엇인고 하니....

아뮤즈 부셰(애피타이저)로 제공되는 시트러스 소스를 곁들여 저온조리한 바닷가재 요리입니다. 맛나더군요^^

요 해골 유리그릇에 담긴 아이들의 용도는 잠시 후에 확인하실 테고요.

로스트 릭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두번째 코스... 구운 대파라고 한글로 써도 될텐데 굳이....ㅋ

대파도 구워먹으니 꽤 맛이 좋군요.

짜~잔 이날의 주인공 한우느님 등판. 마블링을 살포시 껴안은 우아한 자태.

한우숙성안심(아래)과 한우숙성등심이 1인당 170g씩 제공되고요.

후추추추추 뿌린다고 후추.

아까 유리그릇에 담긴 3가지 고추냉이, 홀그레인머스타드, 특제소금을 찍어 먹으면 각각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고기를 굽고 썰고 접시에 배분까지 서버분이 직접 다 해주시니 손님은 그저 맛있게 냠냠 하면서 즐거운 대화도 이어갈 수 있죠.

저 살아있는 결 좀 보소.

캬~ 역시 한우는 진리임돠.... L백화점 지하 와인코너에서 1만5000원에 사온 와인의 피처링이 이 순간을 더욱 향기롭게 하네요.

바닷가재와 스테이크 먹고 된장찌개...ㅋㅋㅋ 좀 안어울리는 조합이긴 하지만 한국사람은 또 이렇게 마무리 해야 느끼함이 사라지죠.

마지막 요리는 부야베스라는 프랑스식 해산물스튜인데 계란 흰자를 이용해 이 집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었나 봅니다.

마지막 디저트까지 티라미수...아니 티蔘미수라고 불러달래요.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뭐 나름 재미나네요.

한육감은 와인 콜키지까지 무료이니 금상첨화. 저녁이 조금 부담된다면 런치세트로 즐기는 것도 괜찮을 듯해요. 1인 3만3000원으로 등심·안심·양념갈비살 등 바비큐 콤보에 된장찌개와 공깃밥이 제공된답니다.

참, 대기를 피하거나 뷰가 좋은 좌석 확보를 위해 미리 예약까지 해둔다면 아마 사랑꾼으로 인정받을 각!

 

아셨죠? 한순간의 소소한 센스가 최소 1년을 편하게 해준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마음도 미각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재밌게 보셨으면 공감 하트 하나 꾸~욱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