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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재이니의 ‘달고기’와 정으니의 ‘스위스 감자전’, 손잡고 맛보러 갈까?

지난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보며 느낀 감격의 여운이 꽤 오래 사라지질 않네요. 가장 후끈했던 의제는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멀~리서 어렵사리 가져왔다는 ‘옥류관 평양랭면’이었지요(아~멀다고 하면 안되갔구나^^). 그로 인해 전국의 평양냉면 집은 인산인해로 재료가 일찍부터 동이 났고,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평양냉면까지 특수를 누렸다죠.
‘평냉’ 다음으로 화제가 된 음식은 만찬음식으로 미리 공개됐던 것 중 두 가지인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고향인 부산에서 먹고 자랐다는 물고기 ‘달고기 요리’와 김정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메뉴인 ‘스위스식 감자전(러스티)’이 바로 그것. 그래서 새로운 요리에 있어서는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주바리가 서울 사람은 물론이고 부산 사람도 잘 모른다는 달고기 요리와 스위스 전통음식인 러스티를 재빨리 맛보고 왔지 않겠어요?

 

■몽고네(달고기 스테이크)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고급 어종으로 취급받지 못해 한식에 쓰이는 일이 거의 없지만 유럽권에서는 꽤 대접 받는 생선이랍니다. 몸 중앙에 크고 둥근 흑갈색 점이 있어 한국에서는 달고기라 부르고, 영어로는 ‘존 도리(John Dory)’라고 하는데, 이 생선을 최초로 잡은 어부의 풀네임을 그대로 따온 거래요.

달고기는 기름기가 거의 없어 담백하면서 달큰한 맛이 매력적이라죠. 주바리도 이번에 첨 맛봤답니다^^

아직까지는 달고기 스테이크를 내는 식당이 그리 많지는 않더라고요. 신중하게 서치한 끝에 주바리가 선택해 방문한 ‘몽고네’는 파스타로 이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이탈리아 전문식당인데요, 연희동에서 자리를 잡은 후 압구정동에 또 하나의 지점을 운영 중이에요. 방문하실 땐 예약하시는 게 좋아요. 반지하 비스무리한 곳에 위치한 아담한 사이즈의 연희동 몽고네, 발렛도 가능합니다.

테이블 좌석은 3-4개 뿐이고 나머지는 이렇게 바 좌석에 앉아야 하는데 오픈형 주방에서 훈남셰프들이 팬을 돌리는 멋진 장면을 가까이서 보기엔 바 좌석이 훨씬 좋더라고요. 바 좌석도 열 개 남짓 그리 많은 인원이 앉을 수는 없답니다.

혹시 예전에 스시 집이었지 않나 하는 추측이 들게 하는 매장 인테리어....ㅋㅋ

아담하지만 분위기 좋죠?

메뉴판 한 번 스윽 스캔하면 좀 후덜덜 합니다. 특히 와인 리스트가... 비교적 저렴한 와인은 안 가져다 놓으시는 듯. 

오늘 방문의 목적인 ‘존도리 스테이크’를 포함한 몇 가지 메뉴를 주문하니 오븐에서 구운 따끈따끈한 바게트를 내주더라고요. 식전빵이 유난히 맛이 좋아 어느 유명 베이커리에서 가져오는지 물어보니 빵까지 직접 만든다는 설명. 와~우, 빵집 하셔도 대박 예상. 리필 한번 더해 폭풍 흡입했죠.

이 날의 주인공 제주산 달고기 스테이크는 허브 크러스트로 생선살을 감싼 후 오븐에 구워낸 스타일. 적당히 크리스피한 겉 식감과 부드러운 속살이 반전 매력.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달고기는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더라고요. 이건 마치 육지에서 생크림 얹은 음료를 원샷 드링킹하고 바다로 돌아간 달고기가 그물에 걸려 이 접시 위에 올라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ㅋㅋㅋㅋ

하~얀 속살 보이시죠? 사진으로만 보면 뭐 그냥 생선까스네 하시겠지만...놉!

달고기 스테이크도 맛났지만 그보다 주바리를 더 사로잡은 것은 전채요리로 먹은 ‘화이트 트러플 오일을 넣은 한우등심 카르파치오’였어요.

얇고 길게 슬라이스한 한우는 그 맛이 말이 필요 없었고요, 루콜라와 채 썬 아스파라거스도 재료의 신선함이 바로 느껴졌어요. 특히 화이트 트러플 오일향은 향수로 만들어 뿌리고 싶을 만큼 코와 입을 행복하게 하네요ㅋㅋ.

거의 육회 수준으로 겉만 살짝 익힐까말까한 수준인데 육회는 잘 못먹는 주바리 입맛에도 이건 뭐 30장도 너끈히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셰프들의 등근육...까지는 안 보이지만 듬직해 보이는 뒤태....아, 맨 왼쪽 분은 정해인 닮지 않았아요? 밥 사주고 싶다는......ㅋㅋㅋㅋ.

요리에 사용 되는 송로버섯도 전시 중이시고....

마지막 식사 메뉴로 선택한 버크셔(돼지의 한 품종)로 만든 판체타(이탈리아식 베이컨)를 섞어 만든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는 단단함이 느껴지는 면 삶기가 매우 맘에 들었어요. 평소 맛봤던 마늘과 오일만 들어간 알리오 올리오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로 짭짤한 맛이 매력적이네요.

몽고네의 시그니처 격인 ‘성게 어란 파스타(3만8000원)’는 너무 비싸 주문 못 했는데 기회 되시면 맛보시길 추천.  다른 테이블에 나갈 파스타를 셰프가 조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는... 슬픈 이야기. 

사진을 마구 찍어댄 효과였을까요?...향기로운 차를 서비스로 내어 주네요ㅋㅋㅋㅋ. 일반적인 티백으로 마시는 차와는 차원이 다르게 고급지다는...

주방의 청결함이 한눈에 보이는 좌석....

문대통령이 먹었던 것과는 다른 맛이겠지만 달고기 스테이크 정말 맛이 좋더라고요. 다른 메뉴들 먹으러 또 가고 싶네요. 주머니 사정만 괜찮다면요...

 

■라 스위스(스위스식 감자전)
김정은 위원장이 어린 시절 유학했던 나라가 스위스라죠. 스위스식 감자전의 정식 명칭은 ‘러스티’. 스위스 국민음식이라지만 우리에겐 생소한 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바로 ‘라 스위스’예요.

상호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스위스 전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얼마 전 데이트 맛집으로 소개해 드린 적 있는 스위스인 셰프의 레스토랑 ‘가스트로통’의 세컨드 키친이랍니다. 스위스 대표음식 하면 ‘퐁듀’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방문해 보니 다양한 전통음식들이 가득하더라고요.

러스티는 한국식 전처럼 밀가루 반죽에 재료를 넣고 부치는 것은 아니고 감자를 얇게 채 썰어 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후 수제 소시지, 훈제연어, 쇠고기, 치즈 등 취향에 맞는 재료들을 곁들여 먹는 요리예요.

와인 종류도 꽤 많이 갖추고 있는....

레몬물이 상큼해 보이네요, 소화에 도움을 준다니 많이 드시길.

인근에 ‘쁘티 통’이라는 베이커리도 운영 중인 곳답게 식전빵도 개성있는 집빵 스타일...

‘브라트부르스트 소시지 러스티’가 가장 인기메뉴라 하던데 육식주의자 주바리는 ‘취리히 스타일의 버섯 크림소스 송아지 안심 러스티’를 선택했어요. 소금·후추로 간이 알맞게 잘 된 감자는 아주 담백하고, 송아지 안심은 입에서 사르르 녹는 듯해요. 버섯 크림소스가 부드럽게 재료들의 밸런스를 돕네요.

송아지 안심이니 얼~매~나 부드럽겠어요^^.

요 아이가 ‘브라트부르스트 소시지 러스티’인데요, 수제 소시지라 일반 소시지 맛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마니아라면 시켜 드실 만,,,

러스티 외에 추천하고 싶은 요리는 ‘에멘탈치즈 키쉬와 샐러드’. 키쉬는 달걀·우유에 고기나 베이컨, 야채, 치즈 등을 섞어 만든 파이의 일종이에요. 오믈릿이나 프리다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얇은 파이 위에 올려져 있는 게 차이점이죠. 달걀로 맛볼 수 있는 메뉴 중 고급짐의 끝이라 해도 손색없을 듯. ‘라 스위스’ 가시면 이건 꼭 드세요, 두 번 드세요ㅋㅋ. 곁들여진 샐러드에는 양상추, 상추, 루콜라 등 다양한 야채가 섞여 있어 좋았고 발사믹 식초만 가볍게 뿌려 더욱 굿. 껍질을 벗긴 후 식초에 절인 듯 보이는 방울토마토도 상콤 그 자체.

그뤼에르치즈 어니언 스프도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면서 맛나네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유럽에선 양파 스프를 많이 먹는대요.

그 외에도 참숯구이 스테이크를 얹은 토마토 스파게티 등등 먹어본 음식 하나하나 셰프의 솜씨를 느낄 수 있었던 ‘라 스위스’. 식당 내부도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취향저격이었네요.

가지토마토 치즈 그라탕.

먹어보진 못했지만 당근케잌도 유명하대요. 다음 기회에...

이쪽은 8명 이상 예약을 하면 내주는 프라이빗한 공간. 연말에 지인들과 와인파티하면 참 좋겠어요.

다 먹고 나오는 길에 저녁 풍광이 더 예뻤던 ‘라 스위스’.

어때요? 음식으로나마 느껴본 남북정상회담의 감동. 북미정상회담이 난항도 있긴 하지만 또 한번 싱가포르에서 극적인 장면이 탄생될 지 기대가 됩니다. 이쯤에서 ‘트형’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후 먹을 요리도 궁금해지는데요. 진짜 ‘빅맥 세트’를 공수해 먹을까요? 전 그건 별로 안 당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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