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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욕하면서 자꾸 찾는 '맛깡패'

 

 

요즘 요리 프로그램이 성행하면서 요리와 관련된 신조어도 많이 생겨났더군요. 요섹남, 차줌마, 백주부, 요리요정, 허셰프 등등등. 그 중에 특히 주바리의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맛깡패’였지요. 요리대결 프로그램에서 빼어난 요리 실력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은 민머리 셰프의 별명이지요.

하지만 저는 ‘맛깡패’ 하면 떠오르는 식당이 몇 군데 있습니다. 왜 맛깡패냐고요? 물론 맛이 매우 좋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하는 짓(?) 또한 매우 깡패 같다는 점이 함정ㅋㅋㅋ. 먹으려면 줄 서야 하는 건 기본, 매장은 좁거나 불편하고, 선불까지 받고, 어쩔 땐 불친절하기도 하고....이런 식당엔 보통은 두 번 다시 방문 안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인데요, 오늘은 욕하면서도 자꾸 자꾸 가게 되는 마성을 지닌 나쁜(?) 맛집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중화요리 맛깡패 - 청운동 중국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을 지나 청운동 경기상업고등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자그마한 중국집 ‘중국’입니다. 상호명에서부터 건방짐이 뚝뚝 묻어나 주시죠? 요리에 자신만 있으면 음식점 작명하기 쉬워지겠네요. 한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ㅋㅋㅋ

 

점심시간 되기 전부터 줄서기는 기본. 저 정도 줄이면 매우 운이 좋은 날~

사람 많은 시간 피해 느지막히 가면 된다고요? 소용 없습니다. 여긴 1시 반 정도만 돼도 재료가 다 소진되었다며 찾아온 손님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기 일쑤. 

 

이 건물의 1층만 사용하기 때문에 매우 협소합니다.

 

공간에 비해 테이블을 좀 많이 놓다 보니 의자는 이런 꼬락서니를 하고 있습니다. 헐~

삼시세끼에서 설거지니, 이서진이 앉아서 설거지할 때 앉는 의자보다 더 작은 사이즈. 엉덩이가 듬직한 분이시라면 심히 불편하거나 불쾌하거나 할 만한....

심지어 다닥다닥 붙어서 벽 보고 먹는 경우도....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비교적 착한 편이라 화난 마음이 풀리려던 순간 뚜왕~ 계산은 선불이랍니다. 매장이 너무너무 넓어서 돈 안내고 도망치는 손님이 많아서 그렇다면 모를까, 코딱지 만한 가게에서 선불이라니...도통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짜사이는 제공되지 않고 단무지와 양파가 기본 찬...단무지 리필은 말 안해도 척척해주는 점 하나는 맘에 드네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맛이니까요,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짬뽕을 일단 시켜봅니다.

뭐 비주얼이 남다르거나 하진 않죠? 야채의 비중이 좀 높아보이는 것 외엔...

일단 색깔이 흔한 중국집의 것처럼 탁하지는 않습니다. 국물 먼저 후루룩 맛을 보면 와우~ 매우 깔끔합니다. 조미료를 많이 사용한 집의 것처럼 텁텁하거나 하는 맛이 전혀 느껴지질 않네요. 거기다가 사용한 야채가 조리를 했음에도 신선한 것을 사용했다는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종류도 여러가지 사용했습니다. 양파, 숙주, 배추, 버섯, 물밤, 건두부, 죽순, 호박 등등 보이는 것만 그 정도.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건두부를 짬뽕에서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죠.

 

면발도 퍼지지 않고 상태 좋습니다. 국물이 짜지않고(오히려 슴슴한 편) 깔끔한 편이라서 시원하게 들이켜도 부담 없습니다. 자극적으로 매운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맛없다고 할 듯. 실제로 옆 테이블 남성분이 불평하면서 3분의 1도 안 먹고 나가는 걸 목격한 적도....하지만 전 이런 짬뽕 무지무지 좋습니다. 첫 맛에 땡기진 않지만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맛. 주바리가 추구하는 건강한 맛인거죠^^

짬뽕 속 야채를 자세히 살펴보니 제대로 불맛을 살리셨네요. 그을린 자국이 지대로...

 

이번엔 짬뽕만큼 유명한 탕수육을 맛보기로....

탕수육은 역시 젓가락을 부르는 중국집 진리의 메뉴. 튀김 옷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적당한 두께. 한 입 베어물면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네요. 이건 삼각지 명화원의 전성기 시절 그 느낌이랄까. 겉은 적당히 바삭하고 속은 폭신폭신, 쫄깃쫄깃...오래만에 제대로 만든 탕수육을 만났네요. 지난번 서촌 땡땡루의 딱딱한 튀김옷 때문에 탕수육을 끊을 뻔 한 튀김 성애자를 구원해주는 맛....

반투명에 가까운 튀김옷과 적당한 농도의 소스. 아, 침 고인다~

가격에 비해 양도 적당한 편이시고...

튀김 공력이 좀 있으신 듯하니 깐펑지(깐풍기)도 시켜봤습니다. 와우~비주얼 좋죠.

소스가 질퍽하지않고 살짝 버무려져 있는 상태로 제공. 간혹 물기 가득한 소스의 깐풍기를 만날 수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죠. 그런건 라조기에 가까운....탕수육 못지않게 깐풍기도 맛있네요. 적당히 매콤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건고추를 이렇게 많이 사용하니 깔끔하게 매운 맛을 볼 수 있는 거겠죠.

 

요리를 시키거나 식사메뉴를 통일하면 서비스로 나오는 군만두. 메뉴에 있는 것이지만 돈내고 사먹을 필요까지는 없는 평범한 맛. 알아보니까 군만두는 공장제 것을 사용한다고....품이 많이 드는 것이 만두다 보니까 작은 가게에서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었겠죠. 이건 팔지 마시고 그냥 서비스로나 내주시면 땡큐.

그래도 동네 배달 중국집 서비스 만두보다는 먹을 만하더군요.

후식으로 제공되는 찹쌀빵(?)도 나름 맛이 좋네요. 이건 직접 만드는 지 사다 쓰는 지는 조사하지는 못했고요.

이제 여름도 다 가고 찬바람이 슬슬 불어오기 시작하면 더 많은 손님들이 짬뽕국물을 찾아 이 곳에서 줄을 서리라 생각됩니다. 먹고나서도 입안이나 속이 텁텁해지지 않는 짬뽕을 맛보시려면 조금 서둘러서 방문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 고기집 맛깡패 - 연남동 서서갈비

신촌로터리 부근에 위치한 서서갈비입니다. 정식 상호는 연남서식당이군요. 양념 소갈비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맛집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

저녁 6시도 안됐는데 줄 서기 시작. 이 식당도 7시 넘어서면 준비한 고기가 다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기 십상. 더군다나 앞서 소개해드린 중국은 손바닥 만한 의자라도 있었지만 여긴 그마저도 없습니다. 네, 서서 먹는 곳입니다. 음식을, 그것도 소갈비를, 서서 먹어야 하다니 처음엔 상식적으로 그런 식당엘 왜 가냐 싶었었죠. 깡패가 따로 없잖아요. 손님은 왕인데 서서 먹으라니......

둥그런 드럼통 테이블이 열 몇 개 덩그러니 놓여진 식당 안에 들어서면 큰 그릇에 양념된 소갈비를 인원수대로 척 올려주고 갑니다. 사진은 2인분인 2대 분량. 서서 먹는 것도 기가 막힌데 더 경악할 일은 메뉴라곤 달랑 이거 하나. 아래 상차림을 보면 욕 나오기 일보 직전. 상추나 파무침이나 김치 그런 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지저분함은 기본옵션.

마늘 넣은 간장양념을 주긴 하네요. 더 놀라운 것은 공깃밥이나 찌개류를 추가로 주문할 수도 없다는 점. 그냥 주구장창 고기만 먹다가 가야하는 ‘무대뽀’ 고깃집.

일부는 갈빗살을 뼈에 붙여서 만들어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이렇게 국내산 육우와 호주산을 섞어쓴다는 걸 명시해놓았습니다. 붙여서 쓰는 것보다 붙이고도 안 붙인 척, 수입산인데 국산인 척 하는 게 문제죠.

하지만 연탄불에 알맞게 구어진 갈비를 한 입 먹어보면.....욕 나옵니다.....너무 맛있어서!! 소갈비 특유의 달달함은 과하지 않고 1만5,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육질도 매우 훌륭한 편. 왜 양념갈비가 먹기 시작할 땐 맛있다가도 많이 먹다보면 금세 질리기 십상인데 이건 그런 느낌이 안들더라고요. 

 

식당 안 풍경은 요렇고요, 다들 열심히 지글지글 굽고 계시네요~ 즐갈비 하시길...서서 먹고, 또 고기만 먹다보니까 회전률은 매우 빠른 편입니다. 자리잡고 앉아서 부어라 마셔라 할 수는 없는 환경.

양념의 간은 그리 세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양념갈비에는 쌀밥이 영혼의 파트너죠. 이렇게 미리 즉석밥을 준비해오는 센스~ PPL은 안되니까 상표는 가려주는 센스~

앗! 그런데 옆 테이블 아저씨들은 더 고수였습니다. 대·다·나·다!! 밥에다가 김치까지 싸가지고 오셨네요.부럽부럽~

굽고 가위질하는 것은 셀프.

이 집만의 양념비법이 있는 건 확실한 듯 합니다. 좀더 짭짤하게 드실 분은 양념장 한번 더 찍어서 파와 함께 드시면 굿~

연탄을 사용해서 더 맛있는 걸까요. 건강에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연탄불만의 매력을 무시할 순 없죠. 서서갈비는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남녀노소 두루두루 좋아할 만한 맛집임에는 틀림없다는 데 한 표.

 

주방쪽 모습. 특별히 깨끗하지도 지저분하지도 않은...

밥 김치 반입은 이미 공식화된 듯 합니다. 컵라면 등은 안 되니 참고하시고욥.

 

제가 본 것 중 가장 짧았던 줄... 줄 서는 거 질색이신 분은 점심 때는 11시 반, 저녁 때는 5시 반 쯤 방문하는 걸 권장합니다.

 

중국집 맛깡패 ‘중국’도 그렇고 갈빗집 맛깡패 ‘서서갈비’도 그렇고 매장 분위기, 선불, 친절도, 청결함 등등 별로 맘에 드는 구석이 없습니다. 심하게 말해서 좀, 재수 없습니다.ㅋㅋㅋ 그런데 자꾸자꾸 가서 먹고 싶습니다. 맛 하나만큼은 불만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 이런 식당들을 ‘맛깡패’라고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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