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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맛에 내 이름을 걸었소

유명한 맛집 중에 주인의 이름을 딴 식당이 꽤 있습니다.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집으로 신당동 마복림 떡볶이(고추장 맛 비결은 며느리도 모른다는 유명한 CF 카피를 남기신 할머니....실제 떡볶이 맛의 비결은 춘장이었지만서도^^), 경리단길 장진우 식당(얼마전 마리텔에도 출연했던)을 꼽을 수 있지요. 그 외에도 진옥화할매닭한마리, 이춘복참치, 김영모과자점 등등이 오너쉐프의 이름를 그대로 사용한 식당.

이름을 걸고 무엇을 한다는 건 그만큼 신뢰를 주기도 하지만 기대에 못미치면 실망감도 더 크지 마련이지요. 오늘은 셰프의 이름을 간판으로 내건 맛집을 찾아가봅니다.

 

윤세영식당

한남대교 북단에 위치한 윤세영식당입니다. 맛집 좀 다닌다는 이들에겐 이미 꽤나 유명한 맛집이죠. 윤세영이란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작은 식당입니다. 

저는 이름난 맛집인 줄은 모르고 한남대교 근처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멀리 보이는 식당 간판 글자 하나에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껴서 일부러 찾아가봤더랬지요. 다녀와서 검색해보니 이미 유명한 맛집이더라고요.

 

내비를 따라 좁은 길로 들어서니 블루블루톤이 싱그러워보이는 가게 앞 전경. 들어가보면 아담한 평수에 테이블은 5~6개 뿐이네요. 분위기가 딱 카모메식당 같아서 첫 인상은 맘에 들더라고요. 알고보니 영화 <카모메식당>에서 영감을 받으셨다고....

일찍 도착한 덕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12시가 가까워지면 대기는 필수. 몇 개 안되는 테이블에 음식도 천천히 나오는 편이라 회전율이 높지 않은 관계로 대기시간이 길 수 있다는 점 참고하시고 방문하시길 권장. 저녁 타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장 한 면 뿐인 단촐한 메뉴. 메뉴판 사진은 오래 전에 촬영한 것이어서 근래에 방문했더니 조금 수정이 됐더군요. 하지만 가격이나 메뉴는 한 두가지 빼고 이것과 거의 동일하더라고요.

리코타치즈 샐러드로 가볍게 위에 시동을 걸어봅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빵은 추가 주문시 1500원.

빵이 폭신폭신 아주 부드럽네요. 식빵 같기도 하고 치아바타 같기도 한 데 기억이 가물가물 ㅋㅋㅋ 특히 리코타치즈 상태가 베리 굿~

이번엔 아스파라거스 오일파스타. 혹시 이 파스타의 자태가 매우 눈에 익지 않으신가요?

ㅎㅎㅎ 주바리 블로그 단골이시라면 금방 알아차리실텐데... 제 블로그 대문에 있는 사진이잖아요 ㅋㅋ

얼마나 애정하는 곳인지 별다른 설명 없어도 짐작하실 듯.

방울토마토, 아스파라거스, 그린올리브&블랙올리브에 루꼴라까지....제가 좋아라하는 재료의 총집합. 색감의 조합이 마르게리따피자와 흡사하군요.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한다고 하죠.

적당한 면삶기와 적당한 간이 신선한 재료와 만나 기분 좋은 식감을 느끼게 해주네요. 아스파라거스 파스타가 이 집 최고의 맛이라고 엄지를 올리려는 순간! 등장한 안심 크림 리조또.

큼지막하게 썰어져 있는 안심과 버섯, 호박 등이 들어있고 견과류도 위에 뿌려져 있네요. 찐~한 크림에서는 고르곤졸라 향기가 나던데... 들어간거 맞나요? 아니시라면... 저는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했을 뿐...ㅋㅋ

방문할 때마다 몇 차례 먹어봤지만 먹을 때마다 기복없이 판타스틱한 맛이네요. 이 집에선(물론 다른 음식도 맛있지만) 요 아이가 최최고!...물론 가격도 최고라는 게 함정(21,500원). ㅎㅎ

 

안심은 한우 임이 짐작되는 고퀄.....냄새 전혀 안나고요, 너무 부드럽습니다. 안심의 양도 꽤 되기 때문에 사실 비싼 가격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분위기.

사실 최고로 비싼 메뉴는 요 안심샐러드(23,500원)랍니다. 고기의 양이 훨씬 많고요. 샐러드가 곁들여져 있어서 치즈 토핑만 빼달라고 하면 탄수화물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에게 강추할 만한 플레이트.

점심 때는 후식으로 아메리카노도 제공된답니다. (저녁 때는 안 줘요~T.T)

에스프레소 머신을 보니 훼마(faema)라는 이탈리아 브랜드를 사용하시는군요. 크기는 크지 않지만 식당에서 내주는 커피로서는 꽤 성의있는 선택. 맛도 커피전문점의 것만큼은 아니지만 서비스로 주는 것치곤 식후에 기분 좋게 먹을 만한 수준이고요.

한남동 윤세영 식당은 연인과 데이트 장소로도 좋고, 여친끼리 맛난 음식 앞에서 수다 떨기에 더욱 좋은 그런 장소인 듯합니다. 셰프 본인의 이름을 걸어도 부끄럽지 않은 맛이었어요.

이 시점에서 돌발 퀴즈 나갑니다... 윤세영 셰프는 과연 여자분일까요? 남자분일까요?

 

 

◇미세스 주 키친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오픈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는 따끈따끈한 신상 맛집입니다. 이 분은 이름까지는 걸지 않고 성만 거셨군요^^

윤세영 식당이 블루블루~했다면 여긴 예쁘게 지어진 빨강 벽돌집에 동화적인 색감. 자~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외관 못지 않게 식당 내부도 예쁘게 꾸며져 있네요. 노랑노랑 밝은 분위기.

홍제천을 바로 옆에 끼고 위치해있어 탁 트인 전경이 매우 좋더라고요. 특히 밤엔 요로케↓↓ 더 분위기 있어지더라는.......

식당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게 예쁨 모드로 장식돼있네요. 미세스니까 당연히 여성 셰프분일테고요.

푹 파묻혀서 향긋한 차 한 잔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보이는 통창 옆 쇼파 좌석....이 탐났지만 식사하기엔 테이블이 나을 듯하여 다음 방문을 기약~

 

매장이 예쁘기만 하면 뭐하겠어요 맛있어야지.....젤 중요한 메뉴판 점검 타임~

점심 때 식사하기 적당한 메뉴들이 있고요.

식사로도 안주로도 좋을 음식도 많네요.

음료도 다양하게 준비돼있는...

핫, 요건 뭐죠. 침 고이는 메뉴들이 아주 저렴하게 제공되네요.

주류와 안주 세트메뉴도 있군요. 회식이나 모임에 유용한 선택이 될 듯....

 

테이블 세팅 깔끔하게 준비해주시고...

점심 식사 메뉴를 주문하니 샐러드와 피클이 먼저 마중나왔습니다.

식기부터 예뻐서 맘에 드는 단호박 커리 라이스.

첫인상만 좋은 게 아니라 내용물도 실하네요. 단호박, 감자, 양파, 브로콜리 등등 야채가 듬뿍 들었습니다. 아기들이 먹어도 좋을 정도로 순한 맛이네요. 고기가 들어있지 않아 채식하시는 분께 더욱 좋을 듯하고, 육식주의자인 제가 먹어도 허전하지 않을 풍성한 맛. 매콤한 커리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비추.

 

이번엔 갈릭 오일 파스타 등판.

질척질척한 한국 스타일 파스타와 달리 꼬들꼬들해 보이는 느낌이 일단 비주얼에서 합격. 파스타 전문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 전문적인 수준의 파스타라고 봐줄 만한....

센 불에 제대로 그을린 야채 보이시죠?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맛에다가 마지막 포크까지 면이 퍼지지 않아 맘에 드네요.

두 접시 클리어~ 내 위장은 만땅 ㅋㅋ

아이스커피를 서비스로 내어주시네요. 오픈 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가 인심이 좋으신....

귀여운 라이언 머랭쿠키까지 맛보라고 주셨다는....이런 초심은 제발 잃지 마시길.....

 

 

이번엔 다른 날 저녁타임에 방문했을 때 시켜본 단호박 떡볶이 입니다. 일단 비주얼에 이미 제 쏘울을 확 빼앗겨버렸다는.....

떡볶이가 레스토랑에 가면 이렇게 변신할 수 있군요. 이건 그냥 일반 분식집의 떡볶이와 비교하면 기분 나빠할 정도로 고급진 맛입니다. 어묵 같은 저렴이 재료는 들지 않았고 신선한 해물, 특히 튼실한 새우와 쫀득한 쌀떡 그리고 달달한 단호박의 하모니가 우~아하네요. 또 떡볶이 양념은 칼칼하면서도 지나치게 맵거나 달거나 짜지도 않고(질 좋은 고춧가루를 사용했음을 짐작케하는)... 여하튼 한 끼 건강한 식사로도 손색이 없겠어요. 떡볶이 성애자인 저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메뉴는 즈~응~말, 히트다 히트!

안주가 필요해 시켜본 콩전과 숙주 샐러드. 콩전은 집에서 만들어먹기 쉽지 않은 음식인데... 이렇게 밖에서, 그것도 엄마가 만들어준 듯한 솜씨를 맛보게 해주시다니 별을 다섯 개 드려도 모라잘 판. 

콩전도 일품이지만 요, 요 숙주 샐러드가 히트임니당~ 숙주는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차돌배기와 구워먹을 때 곁들여 먹는 방법으로만 접해봤는데, 이렇게 상콤한 샐러드로도 응용할 수 있군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는지...

이 집은 피클도 예사롭지가 않아요. 흔한 파스타 집의 피클은 너무 달고 시고 짜고... 피클마저 자극적인데 여긴 다르네요. 수제로 만든 티가 나요.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모든 음식에 곁들여 먹기 딱 좋았어요.

여기 음식은 모두가 간이 세지 않고, 그야말로 웰빙음식이라서 저한테 ‘딱맞춤’이었답니다~

화장실 다녀오다 반찬 냉장고를 슬쩍 보니 정성스레 담가져 숙성 중인 피클 병들이 정말 탐나더라고요. 사장님~ 저한테 피클 한 병만 따로 파시면 안될까요?

 

게다가 생맥주 가격(3,000원)까지 착해주시고.... 아 놔~

미세스주 키친은 연인끼리 친구끼리도 좋고 여럿이 회식하기에도 좋은 멀티플레이어 공간이네요. 지하를 통 채로 쓸 수 있는 단체석도 있더라고요. 

 

안주 추가....채소둥지 골뱅이비빔누들, 메뉴 이름도 예쁘고, 플레이팅도 예술이네요. 미술 전공자이신가?

 

미세스주 키친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넉넉하고 건강하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었어요. 특별해서 맛있는 게 아니라 너무 건강하고 편안한 맛에 특별함을 느꼈다랄까요. 맛을 본 모든 음식에서 솜씨 좋은 엄마(이 세상 모든 엄마가 요리를 잘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ㅋㅋ)의 손맛을 느꼈답니다.

맛 없으면 내 성을 갈겠다... 란 각오로 이 건강한 맛 오래오래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오늘 소개해드린 두 곳, 윤세영식당도 미세스주 키친도 맛 없으면 제 성을 갈아도 좋습니다~

 

잘 보셨으면 공감 하트 꾸욱 누르고 가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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