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 기피증환자인 주바리(바리= 바리스타:Barista의 줄임말), 그녀가 ‘MSG의 필요악’을 외치는 직속상사 만부장의 ‘줏대 없는’ 미각을 교화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까칠한 맛집 탐험을 시작한다.
만부장 점심 드시러 가시죠?
오늘은 좀 내 입맛에 맞는 걸로 먹자. 주바리는 꼭 느끼한 거 아님 비싼 걸 추천하는 듯…
꼭 그런 건 아~닌~데~에~~(흑샘 빙의) 그럼 오늘은 한식집으로 가실래요?
흐,,, 한식이라면... 삼겹살?
헐~~~ 어쩜 그렇게 주구장창 기·승·전·삼겹살이신지.... 전생에 돼지를 구하셨나. 담배보다 나쁜 게 동물성 기름이랍니다. 만부장처럼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은 사람은 더더욱 피해야 된다고요. 돼지고기는 가급적 수육으로 즐기시길....
그럼, 오늘의 웰빙 맛집을 소개할게요.
한일관이라는 70년 전통의 서울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에요. 유명해서 한번쯤 들어 보셨을텐데, 현재 압구정 본점이랑 영등포, 을지로, 경복궁점이 있어요. 전 프랜차이즈 음식점엔 웬만하면 가지 않는데요. 여기는 조미료로 표준화 시킨 맛으로 승부하는 그런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품격 있는 맛이 느껴지는 곳이에요.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페럼타워 지하에 있는 을지로점으로 가봅씨다!!
페럼타워는 지어진 지 얼마 안된 건물이라 그런지 참 깨끗하고 멋있죠?
한일관 입구부터도 깔끔하니 막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아요?
흠,,, 근데 으리으리해 보이는 게 꽤 비싼 집인거 같은데....
맞아요. 비싼 집이에요. 한우고기가 포함된 반상세트 1인분에 4~5만원이 훌쩍 넘거든요.
주바리가 쏘는거냐?
기본적으로 비싼집인데요. 점심 손님을 위한 일품반상 메뉴가 마련돼 있어요. 1만원 초반대로 냉면, 육개장, 갈비탕, 우거지 갈비탕, 골동반(궁중비빔밥), 만두탕 등의 메뉴를 빈대떡과 3가지 반찬이 포함된 세트메뉴로 드실 수 있어요. 제가 쏠테니 맛있게 드세요^^.
(메뉴와 가격은 지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음)
여기가 맘에 드는 첫 번째는요, 항상 깨끗한 식당 내부와 테이블이에요.
이것보세요. 물병이나 양념통도 반짝반짝 하고요. 테이블에 부착된 벨 하나에도 세심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식당이야 맛만 좋으면 장땡이지.
맛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혐오하는 MSG의 맛이 전혀 없다는 거(손님이 못느끼게 사용하는 비법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에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근데 말야~ 솔직히 MSG를 적당히 넣어야 훨씬 맛있지 않니? 40년 전통의 우리 어머니 손맛도 MSG였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도 됐다구.
노노~ 조미료를 넣으면 첫 숟가락엔 입에 착착 붙을지 몰라도, 다 먹은 후엔 입이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랄까요. 밥 먹은 후에 입안이 말라서 연신 물을 들이키게 된다고요. 아무리 무해하다고 발표를 해도 제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한, 전 MSG 기피환자로 남겠습니다.
뜨끈한 게 땡기시면 갈비탕·우거지 갈비탕이나 육개장을, 깔끔하게 드시고 싶으면 골동반이나 냉면을 드시는 게 좋겠네요.
전통갈비탕 반상
육개장 반상
서울냉면 반상
골동반 반상
반상에 곁들여 나오는 세가지 찬
갈비 우거지탕 반상
갈비탕은 국물이 깔끔하네요, 고기도 무척 실하게 들었죠? 한우를 쓰는지 퍽퍽하지 않으면서도 고기 뜯는 맛이 나네요. 갈비탕은 간 맞추는 게 무척 중요한데, 화학조미료나 화학소금을 쓰면 맛이 텁텁해지고 고기맛도 떨어져요. 그런데 이곳은 재래간장하고 소금을 적당히 섞어 쓰는 듯해요. 간이 딱 맞아요. 우거지갈비탕도 얼큰하니 맛있어 보이고요.
제가 시킨 골동반도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간도 슴슴하니 딱 제 스타일이네요. 비빔밥은 이렇게 젓가락으로 비벼야 되는 거 아시죠?
그런데 계속 음식이 식지를 않네. 신기하다.
비밀은 바로 이 그릇 아래 숨어있더라고요. 이것 보세요. 요런 게 사이에 있어서 음식을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해줘요. 식기도 그렇고 담음새도 그렇고 음식을 내는 기본자세에 정성스러움이 배어있지 않아요? 음식 맛도 맛이지만 이런 세심함, 청결함, 친절함 등등으로 종합 점수가 매우 높은 집이라 감히 평가할 수 있겠네요.
반찬으로 나온 빈대떡도 맛보세요. 요게 조그맣다고 무시하면 안될 맛이라니까요. 세 가지 반찬도 자극적이지 않고 알뜰하게 먹을 수 있네요. 양만 많이 내주고 재활용하는 그런 집과는 비교가 돼요.
빈대떡이 나오자 잽싸게 소주를 한병 주문하는 만부장...
일품반상에 포함된 미니 빈대떡
골동반에 함께 나오는 국물
그런데 한가지 NG가 있네요. 골동반에 함께 나오는 이 국물은 조미료로 맛을 낸 게 확실하네요. 제 혀의 레이더망을 피해갈 순 없죠. 갈비탕 국물을 내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초저렴한 식대가 아닌 만큼 이 정도는 아끼지 마셔야죠, 사장님!!
다른 메뉴도 좀 볼까요? 육개장이란 게 특히 조미료를 많이 넣는 메뉴인데 여긴 재료만의 맛으로 제대로 끓였어요. 역시 자극적이지 않은 순하고 시원한 맛이에요. 냉면도 육향이 강하지 않고 깔끔한 육수가 베리 굿이고요. 냉면에 대해선 할 말이 무지 많지만 나중에 냉면을 먹으러 갔을 때 맛있는 집들을 한꺼번에 소개하기로 하지요. 다음엔 만두탕도 먹어보러 와야겠어요. 요즘엔 일품반상을 점심 말고도 저녁 때도 서비스한다니까요, 우리 음식으로 든든하고 깔끔하게 한끼 먹고 싶을 때 찾을 만하겠죠?
일품반상 메뉴는 단품메뉴로도 주문 가능하다.
맛있게 비운 그릇
매실차
후식으로 매실차도 내어주시고...
식사 후엔 무조건 커피를 드셔야 하시는 분은 이 건물 1층에 잘 나가는 커피전문점이 있어요. 최연소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하신 폴 바셋 선생표 커피숍.
식사 어떠셨어요? 한 끼를 먹더라도 이렇게 건강하게, 맛깔나게 먹어야 그 힘으로 일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잖아요.
그래? 오늘 잘 먹었으니 들어가서 일 두배로 할 거지??!!
헉, 뭔 말입니까!!
주소 : 서울 중구 수하동 66 페럼타워 빌딩 지하 1층(주차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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