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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합격을 부르는 대학가 맛집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을 뚫고 수능은 잘들 치르셨는가? 돌아보니 이번 고3 세대는 참 특별(?)한 일들을 연달아 겪긴 했더라고. 중3 때는 세월호 사고로 큰 슬픔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메르스 사태가, 고3이 된 올해는 대통령이 탄핵되는가 하면 지난주 사상 초유의 12시간 전 수능 연기까지...이 때문에 ‘역사에 남을 99년생’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들이 눈에 띄더라고. 하지만 이런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들 일들을 오롯이 겪으면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수능을 치러낸 99년생들 장하다 장해. 쓰담쓰담~ 앞으로는 꽃길만 걸을 거야^^*.
하지만 찬물 끼얹는 현실 조언도 하나 해줄까.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잘 하시는 말이 있지. 수능만 끝나면…대학만 가면…하고 싶은 대로, 놀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 라는 말, 사실이 아니라는 점~ 새겨듣도록. 이 퍽퍽한 세상이 우리를 그렇게 놀도록 내버려둘 질 않으니 말이야ㅋㅋ.

주바리는 사실 거의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옛날 사람~옛날 사람~)인지라 요즘 입시 전형 자체가 너무나 어렵다는ㅋㅋ. 어쨌든 시험 치른 조카님들, 아는 건 당연히 다 맞히고 모쪼록 찍신이 강림하사 찍은 문제도 다 맞혔길 두 손 모아 기원하면서 그동안 입시 스트레스를 싹 날려줄 먹방 타임을 가져볼까. 수능 특집으로 대학교 앞 소문난 맛집을 알려주지. 소개 순서는 성적순이 아니라 가나다순^^

 

건국대-우마이도

인스턴트 라면은 즐겨먹지 않지만 생라면이나 일본라멘은 좋아하는 주바리가 찾은 건대 앞 맛집. ‘우마이도는 원래 부산이 본점인데 서울 분점이 건대 앞에 있지.

메뉴는 단출한 편. 하카다식 돈코츠라멘으로 유명한 이 집은 오리지날과 매운맛이 제공되니 취향대로 골라 먹으면 돼.

무엇보다 테이블마다 비치된 생마늘을 다지는 기구에 넣어 라멘 국물에 원하는만큼 넣어먹을 수 있어서 엄지 척.

돼지뼈를 우려낸 국물은 진하지만 그리 느끼하지 않고 차슈도 부들부들 불맛 나게 잘 구워냈더군. 면 익힘 정도도 단단하게 혹은 부드럽게 주문 가능해. 매장에서 직접 제면하는 면은 얇은 편이라 국물이 잘 베어서 OK. 사이드메뉴로 시킨 교자는 매우 평범해서 꼭 시켜먹을 맛은 아니니 참고해. ‘우마이도는 돈코츠라멘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난한 스타일이 장점이더라.

 

■ 성균관대-알바이신

혜화동로터리 부근에 위치한 알바이신은 서울에서 손꼽는 스페인 가정식 전문점이야. 주택가와 소극장이 들어선 골목 안에 자리잡은 가게의 이색적인 문을 열면 어딘지 모를 낯선 동화의 세상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지.

식당 내부도 참 흥미로워. 스페인 현지의 각종 작품들과 식기들이 진열돼있어 눈을 돌리기 바쁠 정도.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파인애플 와인조림도 처음 맛보는 것이라 특이했어. 요리는 사장님 혼자 하기 때문에 음식 나오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니 이해해.

스페인 대표요리인 파에야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 해물의 향기가 듬뿍 느껴지는 파에야는 볶음밥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조금 질척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 볶음밥과 리조또의 중간 정도 식감이라고 생각하면 돼.

새우를 향 좋은 올리브오일과 함께 조리한 ‘감바스 알 아히요’도 미니 바게트와 함께 먹으니 꿀조합. 여기에 샹그리아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지. ‘알바이신’은 맛이나 가격 면에 있어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스페인 가정식을 맛보는 경험치 쯤으로 생각하면 괜찮을거야.

 

■ 성신여대-태조감자국

1958년에 개업을 했다니, 무려 60년 전통의 감자탕 지존 맛집. 돈암제일시장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고 2013년에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됐대.

가게 앞에 서면 비닐로 된 입구에 좀 뜨악할 수 있겠지만 일단 맛을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질거야.

‘태조감자국’ 감자탕의 매력은 일단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에 뼈에 붙은 살코기는 연하면서 내용은 실하지. 사실 이것만으로 ‘게임 아웃’ 아닌가? 특히 깻잎과 들깨가루가 많이 들어 있어 향이 좋더라고.

뼈다귀를 다 건져 먹은 후 라면사리를 넣어 먹는 것도 재미고 볶음밥은 뭐 필수잖아. 소자, 중자, 대자 라는 말 대신 ‘좋다(1만2000원), 최고다(1만5000원), 무진장(2만원), 혹시나(2만5000원)’라고 사이즈 네이밍한 것도 귀염 돋아. 뼈만 갯수별로 추가 가능한 것도 아주 칭찬해. 3개 6000원~ 5개 9000원으로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이 밤새도록 술 마셔도 끄떡 없을 듯. 

 

서울대-진순자김밥

봉천동에서 40년 넘게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김밥집이야. 사실 2년 전쯤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맛은 둘째치고 매장이 너무 지저분해서 소개할 만한 집이 아니라 판단해 했던 식당이지. 그런데 이번에 취재차 가보니 아주 깔끔하게 변신했더라고. 슈퍼 청결 그레잇!

아마 이전에 5000원에 김밥을 사먹었던 사람도 있을 텐데 살충제계란 파동 때 올렸던 500원을 다시 인하했다고 해, 사장님 양심도 그레잇!

진순자김밥의 시그니처는 역시 계란말이김밥이야. 이 김밥의 탄생비화도 재밌는데 시장에서 장사하던 시절, 아침 출근 전 소주와 계란부침을 먹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계란부침을 팔던 중 실수로 김밥을 계란 위에 떨어뜨렸대. 먹어보니 그 맛이 좋아서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탄생했다고.

김밥의 내용물은 소시지, 단무지, 시금치 뿐 조금 부실하다 싶을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데, 주문하면 즉석에서 계란을 말아주주기 때문에 따끈따끈하게 먹는 다는 점이 매력이더군. 특히 김밥의 간이 심심한 편이라 좋았어. 먹다가 싱겁다 싶으면 곁들여 나오는 무말랭이를 얹어서 먹으면 간도 맞고 꼬들꼬들한 식감 때문에 더 맛있게 먹을 수가 있어.

오뎅도 어릴 적 엄마랑 손잡고 가던 시장통에서 먹던 맛이라 좋더군. 너무 맛있어서 맛있는 게 아니라 반가운 맛이라 맛있는 그런 느낌? 혼밥 하느라 새로 생긴 메뉴인 우동은 먹어보지 못했는데 손님들이 김밥과 세트로 많이들 먹더군.

 

■ 연세대-다성 일식

가성비 좋은 회를 맛볼 수 있어 연세대 뿐 아니라 인근 대학생에게도 인기가 좋은 횟집이야. 신촌로터리에서 멀지 않은데 숙성회를 무한리필로 제공해주는 것이 이 집의 매력.

주바리가 한참전에 가서 먹을 땐 4만4000원이었는데, 검색해보니 현재는 4만2000원이더군. 왜 때문에 전 2000원 더 비싸게 먹은거죠? ㅋㅋ

회의 종류도 다양하고 두껍게 썰어져 나와 만족도가 높더라고. 다 먹은 후 원하는 부위만 골라 리필 가능해. 일명 ‘쓰키다시’라고 부르는 전채요리도 엄청 푸짐하고 맛도 좋아. 죽부터 시작해 샐러드, 해물초회, 회무침, 청어구이, 가오리조림, 메로구이, 멍게 등등 가짓수를 세기도 힘들지.

이것만으로도 배가 부른데, 모둠튀김에 초밥, 마끼까지 완전 뷔페에 온 느낌이였어. 마지막은 매운탕으로 깔끔하게 마무~리. 무한리필 회정식 가격은 4만2000원.


■ 이화여대-화상손만두

이화여대 앞에서 최근에 발견한 만두 맛집. 이미 ‘달인’들을 소개하는 티비 프로그램에도 방영된 곳이지. 원래는 테이블이 4개 뿐인 작은 가게였으나 방송 이후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수가 없어 조금 넓은 현재의 매장으로 이전 했다고.

단 착한 가격에 확 끌리지?

화상손만두의 만두는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이 집만의 개성이 느껴져서 좋더라.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공장제 만두와는 확실히 다르더라고. 푸짐한 만둣속에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만두피의 조화가 예술인 튀김만두가 이 집 최고의 메뉴.  모둠만두는 주바리처럼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맛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꿀메뉴지만 김치만두는 좀 질척한 느낌이라 비추.

화상손만두는 만두만 맛있는 건 아니야. 동파육·홍소완자·조개볶음  등 각 종 요리들도 저렴하지만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지. 좀 놀랐던 건 가성비 좋은 중국집에선 느낄 수 없는 심심한 간이었어. 최고급 재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싱겁게 느껴질 정도의 내공에 합격점을 드릴 수밖에.

홍소완자도 심심한 간에 생강향이 은은해 좋더라.

화상손만두는 대기가 있는 편이니 식사시간엔 피하거나 예약하고 가시길. 

 

한국외국어대-영화장

이번엔 외대 앞으로 고고! 아직 초딩 입맛인 수험생이라면 탕수육에 짜장면이 최고 아닐까. 화교 출신인 주인장이 70년대에 오픈해서 2대째 영업 중인 영화장을 소개할게. 한국외대 학생들이 중국음식이 생각날 때 묻따말방문한다는 외대 공식 중국집이래. 인근 경희대생들도 자주 방문한다하고 몇해 전엔 경희대점도 생겼다는데 다들 본점만 못하다는 평이야. 졸업생들도 추억의 맛을 찾아 자주 온다고 하더라고.

이 집 탕수육은 딱 어릴 때 먹던 옛날 탕수육 스타일로 두툼한 돼지고기의 식감이 엄지 척. 튀김옷은 바삭하면서도 알맞은 전분 비율이안을 쫀득쫀득하게 느끼게 하지. 소스는 맑은 편. 탕수육성애자인 주바리의 서식지와는 정반대 방향이라 자주 올 수 없다는 게 안타깝군. 외대·경희대생들 부럽부럽^^.

이 집은 특히 겨울메뉴인 굴짬뽕이 초대박 인기래. 굴을 즐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구수하고 깔끔한 뒷맛의 국물이 일품이더군.

간짜장도 맛있기로 유명하다니 조만간 또 방문해야겠어. 오랜만에 방문하는 졸업생이라면 껑충 오른 가격(탕수육 22000)에 놀라지 마시고...

어때 주바리가 강추하는 대학교 앞 맛집 인정? 어 인정!^^

 

잘봤으면 공감 하트 꾸~욱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