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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봉테일도 울고 갈 영화 속 음식 맛집

다들 영화 ‘기생충’은 보셨나요? 벌써 700만을 돌파했더군요.

전세계 영화계에 ‘봉장르’를 탄생시키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거머쥔 봉준호는 주바리가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인데요(저 말고도 많이들 그러시겠죠?ㅋㅋ). 외국 감독으로 가장 좋아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드 글로리>와 마지막까지 경합해서 일군 쾌거라 한국인으로서 더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더라구요
정작 감독 본인은 싫어한다는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의 영화에서는 다양한 미장센 중 음식 하나도 디테일하게 사용되는 소품의 하나죠. 그래서 인상적이었던 봉 감독의 작품들 속 기억에 남는 먹는 신을 떠올리며 음미해 볼 수 있는 맛집을 준비해 봤어요. ‘기생충’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영화 <기생충>에는 또 어떤 음식이 나올지 기대해보면서 말이죠.

■ 살인의 추억-짜장면

영화 <살인의 추억>

빠바바바밤 빠바바바밤~. 

형사 역할의 송강호 배우가 지하 취조실에서 피의자, 동료들과 배달된 짜장면을 먹으며 수사반장에서 흘러나오는 시그널 음악을 따라하는 코믹한 이 신은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죠.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짜장면이 너어~~무 먹고 싶은 건 저만 그런가요?ㅋㅋ

수타 짜장면 맛집으로 소문난 ‘신성각’은 효창구장 옆에 위치해 있어요. 집 근처지만 자주 가지는 못하는 곳(대기 ㅎㄷㄷ) 영업 시작 시간은 오전 11시 37분, 봉테일을 닮은 이 디테일 뭔가요? ㅋㅋ. 또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데 재료가 떨어지면 그 안에 마감하기도 한다고. 매일 직접 수타를 하시는 사장님의 어깨 상태가 좋지않아서 그렇다니 이해하는 것으로….  

갬성 충만하신 사장님의 글귀 ㅎㅎㅎ

전화번호 표시 방식마저도 매우 독특 ㅋㅋㅋ

똑같은 시계가 두 개 나란히 걸려있는 이유는 행여 시계가 틀릴까봐 예방차원에서라고 하니 이것도 봉테일 닮았다 할 수 있을까요?

주방쪽으로 보이시는 저 분이 수타의 달인.... 이쪽 테이블에 앉으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수타를 치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죠.

저리 몇십년을 계속 쳐대니 어깨가 남아나지 않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보이죠.

단무지, 춘장도 짜장면 기다리는 중

현재도 이 가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착한 가격에 놀라고,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점에 한번 더 놀랐.... 계좌이체는 가능하답니다 ㅋㅋ 

옆 테이블에서 맛있게 짜장면 드시는 이 분들,,,,사실 일행이 아니랍니다.. 모두 혼자 오셔서 합석하게 된, 하지만 만두도 쉐어해 드시는 모습 보기 좋네요 ㅎㅎ

테이블 수는 사진에 보이는 것과 제가 앉아있는 쪽 뿐이이죠. 의자만 16개 정도입니다.

짜장면보다 먼저 나와주신 탕수육....

딱 옛날 탕수육 스타일이죠?

찍먹으로 부탁해 따로 서빙된 소스는 과장 조금 보태 거의 투명한 수준.

중간중간 감자튀김이 곁들여진 것도 특색 있죠?

단면을 통해 보면 두툼한 돼지고기의 사이즈도 확인 할 수가 있죠.

합석했던 분들도 모두 떠나고....

다음 대기손님 들어오세요~~

그 사이 오늘의 주인공 짜장면 등판하시고요... 아, 간짜장으로 주문했습니다.

비벼볼까요 츄릅~

일단 보통 짜장면들과 달리 색깔이 까맣지가 않다는 점이 눈에 띄네요. 간짜장이라 더 많이 들었겠지만 야채도 많아서 굿~

처음 이 집 짜장면을 접했을 때는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라는 표현이 딱 맞더라고요. 보통 짜장면 특유의 단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고소한 춘장의 맛이 강하게 올라왔거든요. 개성 가득한 그 맛에 점심시간이면 늘 대기 줄로 가게 앞이 붐비니까 타이밍 공략이 필요한 곳.

■ 옥자-닭백숙

영화 <옥자>

슈퍼돼지이자 동생같은 옥자를 구하러 미국까지 날아가는 주인공 미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닭백숙이 ‘최애음식’이라죠. 봉 감독의 페르소나이자이자 미자 할아버지인 변희봉 배우(제 생각엔 송강호보다 더 애정하는 듯-영화 <플란다스의 개> 참조)가 맛있게 끓여놓은 닭백숙을 함께 먹는 장면은 아주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최근에 발견한 백숙 맛집은 지하철 6호선 약수역 인근에 있는 ‘만포막국수’. 메뉴 이름은 찜닭이라고 돼 있지만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닭백숙이에요.  

기본찬들.

백숙을 찍어먹을 특제소스.

만포막국수의 백숙은 일단 닭 살코기의 적당한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입 안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듯해요. 겨자를 섞은 특제 양념소스에 찍으면 감칠맛 2배. 특히 데친 파가 듬뿍 올려져 있는 것이 이 집의 하드캐리. 

닭뼈가 하얀것으로 보아 냉동닭 아닌 것 확인. 다리살의 탱글탱글한 식감이 느껴지지 않으세요?

막국수도 별미인데 직접 제면한다고 해요..양념이 자극적이지 않고 면발도 과하게 쫄깃하지 않고 좋더라고요.

이북음식 전문점답게 만두도 맛있더군요. 만두국 국물도 담백하고요.

만두굿을 시키면 작은 양의 밥도 함께 내주는...밥말아 먹으면 아주 배를 두들기겠죠.

닭육수를 쓰시는듯

요것도 별미인데요. 메밀전 위에 파를 듬뿍 올려서 아주 향기롭습니다. 파를 좋아하신다면 찜닭과 함께 꼭 드셔보실 만.

몇가지 메뉴에만 주력하는 만포막국수는 제가 맛본 모든 메뉴가 합격점이었용. 가게 앞 주차 가능합니다.

■ 설국열차-양갱

영화 <설국열차>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우고 17년째 쉼없이 달리고 있는 ‘설국열차’의 꼬리칸 사람들의 유일한 식량인 ‘프로틴 바’는 꼭 어릴 적 먹던 양갱처럼 생겼는데요. 영화 속에서 설정된 그 재료를 나중에 알게 되면 경악스러워지지만 ㅋㅋ. 실제 소품으로 우리나라의 양갱을 사용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죠. 배우들이 맛있게 먹었을까 궁금해지네여.

으르신들이나 즐길 것 같은 양갱이 요즘엔 ‘인싸’ 디저트 음식으로 인기를 끌더라고요.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금옥당’은 그런 양갱이 참 맛있는 가게 중 하나죠. 

밤·호두·팥·쌍화·흑임자 등 어른들 입맛에 맞는 것도 있지만 카카오녹차, 크랜베리&피스타치오, 밀크티 등 젊은 층의 취향도 놓치지 않아요, 달지 않고 사이즈도 작아 하나씩 간식으로 먹기 딱 좋더군요. 

시식할 수 있는 것도 몇가지 준비돼있으니 드셔보시고 고르시는 것도 좋죠.

선물하실 일 있을 때 받으시는 분이 무척 감동할 만한 패키지.

몇가지 사와서 맛을 봤습니다...역시 수제다보니 제과업체에서 팔던 그런 맛과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또 과하게 달지도 않고 커피나 차와 함께 먹으면 영양도 풍부한 좋은 간식거리로 안성마춤.

금옥당은 맛도 맛이지만 여심을 훔칠 만한 예쁜 패키지와 가게 인테리어에 눈으로도 즐겁게 음미할 수가 있죠. 테이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어 차와 함께 디저트로 즐기기에도 굿. 선물하기도 딱 좋은데 포장 상자는 2000원 추가되니 참고. 생양갱이기 때문에 냉장 보관은 필수랍니다. 

참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깊은 음식은 짜파구리더군요, 앗 스포일러 ㅋㅋㅋ 영화 기생충도 주바리 맛집도 재밌게 보셨으면 공감 하트 하나 꾸욱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