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리아 셰프 미카엘의 이태원 <젤렌>
해를 넘겨서도 식을 줄 모르는 쿡방 열풍의 정점을 찍은 인기 TV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 여기에 출연하는 셰프들도 덩달아 스타로 떠올랐죠. 그들이 운영하거나 총괄셰프로 있는 식당들은 예약도 어려울만큼 손님들로 넘쳐난다 하더라고요.
‘냉부’의 유일한 외국인 셰프인 마카엘도 잘생긴 외모와 넉살 좋은 예능감으로 최현석이나 샘킴 셰프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요. 요섹남에 어울리는 멋진 퍼포먼스와 불가리아 미서방이란 애칭으로 불릴 만큼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 트로트도 즐겨 부르는 모습에 많은 이들의 호감을 사며 승승장구하던 중, 얼마 전에는 거짓 경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었지요. 알려져있기론 국내 특1급 호텔인 조선호텔 셰프로 일했다는 이력과 달리 서빙직원일 뿐이었다는 젤렌 전 여사장의 폭로(?)가 그것이었습니다. 전 사장과의 채무관계에서 마찰이 일어나며 불거진 사단이었는데, 미카엘이 바로 경력증명서를 공개하며 논란이 일단락 되긴 했습니다만......씁쓸한 뒷맛을 남긴 해프닝이었죠.
그래서, 음식 맛으로 경력 논란이 확인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한 번 그가 오너쉐프로 있는 식당, 젤렌에 가봤습니다. 이태원 해밀턴호텔 뒷길 쪽에 위치한 이곳은 한국사람에겐 좀 생소한 불가리아 식당입니다.
식당외관에 붙어있는 메뉴. 가짓수가 열ㄹ...아니 정말 많군요.
헉! 그런데 미카엘 셰프 식당 입구에 왼편에 왜 홍석천 씨 입간판이....
자세히 보니 젤렌의 입구와 홍석천 씨의 식당 마이타이차이나의 입구가 나란히 위치해 있더군요. '냉부'에서도 이태원 더비를 펼치곤 하는데 실제 필드에서도 매상 경쟁이 치열하겠군요. 홍석천 씨도 냉부에서 제일 많은 별을 보유할만큼 검증된 요리 실력을 갖고있지만, 마이타이에서 태국요리를 한 번 경험한 후로는 또 가고싶은 생각은 안들더라고요. 제 입맛엔 너무 뻔하고 별로 태국스럽지도 않았던.... 잘못 들어가면 곤란하니 헷갈리지 말고 오른쪽 미카엘 식당으로 들어가볼까요.
오~ 입구에서 들여다 본 실내는 뭐랄까, 숲속의 요정이 나올라고 하다가 칙칙해서 다시 가버릴 듯한 분위기.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요리 컨셉대로 인테리어를 한 듯 하지만 좀 촌티 흐르는? ㅋㅋ
테이블에 착석하니 미모의 서버분이 런치세트 메뉴판을 들고와 설명을 해주네요. A코스와 B코스, 두 가지 종류고 가격은 동일. 애피타이저-메인요리-디저트로 구성돼 있네요.
일반 메뉴판에도 꽤 많은 종류의 음식이 있는데 가격대는 좀 나가는 편.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선봰 요리 중 반응이 좋은 음식을 코스로 구성한 메뉴. 요리솜씨 뿐 아니라 인기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불가리아 총각이네요.
전체적인 식당 모습. 사진으로는 그나마 괜찮아보이지만 실제로 천장에 저 나뭇잎들을 보면 먼지구덩이일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그건 그렇고 다들 미카엘 얼굴 보러 오셨는지 손님 중 90%가 여성 분이네요. 여친에게 끌려온 남성 분 2분 정도. 몰론 저도 미카엘을 볼 수 있을 지 기대를 전혀 안한 것은 아니지만....
앗, 미카엘인가요?....아니군요. 주방에도 그렇고 종업원도 외국인이 많군요. 불가리아인인지는 확인 못했습니다만.
A코스의 오늘의 스프와 B코스의 하우스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스프 맛은 담백하니 좋은데 식기가 좀 맘에 안드는 군요.
자연주의 셰프답게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려는 의도. 드레싱도 자극적이지 않은 점은 굿~ 그런데 식재료가 좀 저렴해보이네요. 상추 말고 양상추나 로메인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쉽....
첫번째 메인메뉴 등장. baliarsko Kiufte (블라로스코 큐프테: 소고기, 돼지고기를 다져 그릴에 구운 뒤 토마토 소스를 얹은 크로켓)이라네요. 크로켓이라기보다는 미트볼같은 식감....매쉬드 포테이토와 브로콜리를 곁들였고요.
두번째 메인메뉴. 가니쉬는 동일한데 갈지않은 돼지고기를 그릴에 구워내고 크림소스로 마무리. 돼지고기는 기름기가 적은 담백한 부위를 사용했군요.
사실은 이름이 어려워서 첨엔 어떤게 A코스고 어떤게 B코스의 것인지 헷갈리는....
뭐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요, 맛있게 먹으면 되죠 ㅋㅋ
전체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자극적인 맛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소스까지도요. 샘킴과 함께 자연주의 셰프라 떠드는 게 헛소리는 아녔군요.
돼지고기 스테이크의 두툼한 단면이 보이시죠?
양이 그렇게 푸짐하지는 않아서 남길 것이 없었다는 슬픈 뒷이야기....
디저트는 불가리안 요거트. 달지 않고 새콤한 맛이 강한 게 제 취향이네요. 견과류와 꿀을 살짝 토핑했습니다.
한번 방문으로 평가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간이 세지 않고 자극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음식 스타일은 꽤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지 않는 것은 아마도 가성비 탓일 겁니다. 비교적 저렴하게 구성됐다는 런치세트가 19,800원인데, 그마저도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가격을 좀 낮추든지 재료와 음식의 퀄리티를 좀 더 높이든지 택일 하시는 게 좋을 거라 생각됩니다. 미카엘 얼굴 보러 가는 여성 고객들이 언제까지 줄을 설 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주방쪽 모습 찰칵. 요리하는 미카엘의 모습은 보이질 않네요. 방송 녹화 날일까요?
맛에서는 논란이 없었지만(이건 지극히 주바리의 개인적인 취향) 가격에서는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미카엘의 불가리아 식당, 젤렌이었습니다.
◇ 셰프인듯 사업가인듯, 백종원의 새 프랜차이즈 <돌배기집>
또 다른 쿡방스타, 배우 소유진의 남편이자 요식사업가라고 해야 하나요? ‘백주부’ 백종원씨가 있죠. 그가 하는 체인만해도 수십가지가 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뭐 저렇게 그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프린팅된 식당 간판은 조금만 번화한 곳이면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 뭐 그가 론칭한 프랜차이즈가 몰려있는 곳을 ‘백종원 거리’라고도 한다니 말 다했죠. ㅋㅋ
하지만 인기와 안티는 늘 비례하는 법(유느님만 제외하고)이라 이 분도 만만찮은 논란과 악플에 시달린 사람 중 1인이죠. 친일파 후손 논란부터 시작해서 셰프라고 주장한 적도 없는 데 셰프 논란에다가 금수저 논란, 부친의 성추행 연루 사건 논란, 소소하게는 슈가보이 논란 등등 급기야는 인기를 구가하던 마리텔에서 자진 사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하지만 그 이후에도 집밥 백선생, 백종원의 3대 천황 등 편성된 먹방 쿡방에서도 식지않는 인기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보기만해도 군침이 돌게 복스럽게 먹는 모습에 먹스타라는 새로운 개인기도 발굴하시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말 예능 시상식에서 모든 수상을 고사했다고 하니, 논란에 대한 그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닌듯 합니다.
사실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등등 백종원 씨의 식당을 다녀온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그렇고, 먹어보지 않아도 어떤 맛일 지 대충 감이 오는 스타일인지라 저는 그가 하는 프랜차이즈에 가보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서식지 근처에 그의 새로운 프랜차이즈인 차돌배기 전문점이 오픈했다며 가보자는 식구들의 요청에 방문해보게 됐습니다. 먹어보지도 않고 섣불리 판단하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상호는 차돌배기의 앞글자 차를 뺀 ‘돌배기집’이네요.
메뉴판을 쭉 스캔해보니 가격대는 매우 훌륭하군요. 삼겹살은 국내산임에도 9,000원에 가장 비싼 갈비살도 11,000원이네요. 식사 메뉴는 더욱 저렴합니다.
점심 때 방문했기 때문에 식사메뉴인 차돌 두루치기(1인분 7000원)와 차돌찌개(1인분 6000원)를 주문했습니다.
3인분 분량...푸짐하지요?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즐기기에 부담없을 것 같네요.
숙주, 양배추 등 야채가 듬뿍 들어있어 영양적으로도 부족함 없어보이는...숙주와 차돌배기의 환상궁합은 예전에 소개해 드린 고깃집 ‘버그네’에서도 이미 확인된 사실이죠.
볶다보니 국물이 많이 생기네요. 나중에 밥 볶아줘야만 할 비주얼.
반찬은 그냥그냥 평범.
요건 차돌찌개 3인분 분량. 된장에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한 스타일입니다.
차돌찌개는 비빔밥 스타일로 먹도록 돼있네요.
보글보글, 맛있게 끓는 소리.....
차돌두루치기에 밥 투하.
안 긁혀지는 것 빼고는 다 긁어먹었네요.
오래된 연인들끼린 올 만하지만 썸타는 커플에겐 비추입니다.
처음 경험한 백종원 씨의 프랜차이즈 식당. 그 맛은 역시 제가 상상했던 그런 수준. 자연주의 미각을 추구하는 저에게는 좀 자극적이고 MSG스러운 맛. 하지만 가성비만 놓고 생각한다면 이 곳보다 더 훌륭한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 이 가격에 이 정도 한끼 푸짐하게 채울 수 있다면 그 또한 쌍따봉을 드릴 만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맛에서는 논란(?)이라기보다는 제 취향이 아닌 곳이지만 가격만큼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백종원의 ‘돌배기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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