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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촛불 맛집

촛불이 많은 것을 이뤄낸 2016년의 겨울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고요.

주말마다 추위를 이겨내며 광화문 일대를 밝혀준 많은 분들 덕분에 광화문과 종로 일대의 식당, 편의점, 김밥집, 도시락집 등등 상인들도 모처럼 웃을 수 있는 기회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촛불집회 때문에 눈물을 흘린 식당도 있다고 합니다. 집회 초기에 차벽에 막혀서 주민들조차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청와대 인근 청운동, 효자동, 체부동 일대의 상권인데요, 이 곳에 있는 식당들은 매상이 반토막 나기 일쑤였다고 하네요.

이런 식당의 사장님들 대부분은 마음 속에 촛불 하나씩은 켜고 있었겠지만, 생업을 이어가야 하기에 가게 문을 연 곳이 대부분일 겁니다. 근래에는 장사가 안되니 아예 식당 문을 닫고 촛불 물결에 동참한 사장님도 있다고... 혹은 토요일에는 문을 닫고 원래 휴일이던 일요일에 대신 문을 여는 곳도 있었습니다. 

까칠한 주바리의 이번 포스팅은 촛불집회로 어쩔 수 없이 매상에 타격을 보게된 청와대 부근의 맛집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효자바베(체부동)

서촌 금촌교시장의 끝자락에 위치한 바베큐전문식당 ‘효자바베’입니다. 이미 각종 매스컴 등을 통해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 예약을 받지않고 테이블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 피크타임엔 어마무시한 대기를 감수해야 하죠.

가게 인테리어며 주전자, 컵 등에서 촌스러움의 미학ㅋㅋ이 느껴지네요. 역시 복고가 대세.

몇차례 방문에 실패하고 날 잡아서 일찌감치 방문했더니 5시30분 무렵에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었지만 그리 머지않아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 차게 되지요. 참 여기는 오후 5시에 오픈하니까 참조하시고욥. 앞뒤로 단출한 메뉴판 스캔해 보시죠.

안주 메뉴치고는 가격대가 착해서 일단 맘에 드네요. 나중에 양을 보시면 더 맘에 드실 겁니다.

영화 '올드보이'의 미장센이 느껴지는 벽지에 붙어있는 수제 에일맥주 포스터마저 빈티지스럽고...

어릴 적 분식집에서 떡볶이나 오뎅을 내주던 그릇에 담긴 양배추 사라다(샐러드 아님ㅋㅋ)와 조선 무피클 그리고 다양한 소스들이 기본세팅 되고요.

혼자 오거나 둘이 올 땐 저기 바 자리도 좋겠네요. 시끌벅적한 분위기라 혼술하기엔 좀 뻘쭘할 수도 있지만...

필요한 장비들 출동해주시고.....

짜~잔... 바베큐 ‘효’ 세트(大자)가 나왔습니다. 삼겹살, 등갈비, 함박(이 분위기엔 이렇게 불러줘야할 듯) 스테이크, 치킨, 새우, 소시지, 통오징어 구이의 구성....버터에 볶음 숙주와 삶은 양배추도 아래 풍성하게 깔려있고요.

크~ 한라산에 고래맥주를 섞은 폭탄은 뭐라 부르면 좋을까요? 작명 아이디어 공모해봅니다.ㅋㅋㅋ

로즈마리가 향을 더해주시고....

이 분이 등갈비.

이 분은 통오징어느님...

푸짐한 고기들이 한 접시에 나오니 더 먹음직스럽습니다.

먹기 좋게 싹둑싹둑 잘라주시고....

북적북적... 6시가 채 안된 실내의 모습... 추운 날씨에도 밖에 대기손님도 있었어요.

그런데 실내 인테리어 뿐 아니라 여기는 음악도 복고풍으로 나옵디다... 아무리 그래도 70년대 노래 <그 사람 목석>은 촘 심한 거 아녜요? ㅋㅋㅋ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음식 맛, 술 맛은 배가 되지요...

다른 날 주문해본 '자' 세트(中자 25,000원). ‘효’ 세트(35,000원)와 비교하면 등갈비과 통오징어구이가 빠져 있는 구성. 그래도 2인이 먹기엔 충분한 양.

히트메뉴라는 효자특면도 시켜봤습니다. 파스타면을 사용했지만 이름이 ‘효자특면’인 이유가 있네요. 퓨전음식이지만 거부감 없이 맛있습니다. 면삶기도 괜찮고... 간이 좀 짭짤하지만 입맛을 자꾸 당기는 그런 맛이네요. 식사 겸 안주 겸 다재다능한 아이.

테이블 위가 무척 화려해졌네요. 이 집은 일단 비주얼로도 먹고 들어갑니다.

가위질은 역시 얻어먹는 자의 몫ㅋㅋ.

잘라놓으니 더 풍성해진 접시.

앗, 사장님 주방에 불 났어요~ㅋㅋㅋ

효자바베는 주방에서 다 구워져서 나오니까 옷에 냄새밸 일도 없고 좋네요. 술과 수다를 곁들이다보면 음식이 좀 식어서 안 좋기도 한데, 데워달라고 말하면 따뜻하게 고기를 데워서 새 그릇에 새로 세팅해 내어주는 센쑤~

저녁 9시가 가까이 된 시간임에도 대기는 여전하시고...

효자바베는 가성비 좋은 음식과 맛있는 수제맥주, 복고풍의 인테리어도 좋았지만 왁자지껄하면서 편안하게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분위기가 더 좋았던 공간이었습니다.

 

 

◇노부식당(누하동)

효자바베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메밀국수 전문점 ‘노부’입니다. 한국식이 아니라 일본식 메밀국수를 제공하는 이 곳도 식당이 정말 ‘코딱지’ 만 하지요.

내부를 훑어보면....

4인 테이블은 달랑 이거 하나고요. 나머지는 바로 된 좌석...3팀 정도가 동시에 식사할 수 있고 혼밥족이 있다해도 총원 9~10명쯤 동시에 앉을 수 있는 공간.

혼밥하기 딱 좋은 좌석.

주방도 매우 아담하고요.

컵이 짝짝이 인건 머... 넘어갈 수 있지만 물병은 맘에 안드는 쉐입.

일어로 쓰여있어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면을 손수 만드는 과정을 사진으로 설명해주는....

신기하게 생겼네요.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메밀 면수를 따라마시는 목재 주전자^^. 일본 전통스타일인 듯.

메뉴판 구경해볼까요. 오너쉐프 한 분만 있는 작은 공간이라 메뉴도 단출합니다.

매일 아침 메밀을 맷돌로 갈아 자가제면 한다는 설명. 자부심이 느껴져서 좋네요. 방송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사장님께서 소바의 매력에 빠져서 일본 현지 식당에서 일하며 배운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 식당을 차린 것이라고...

곱빼기가 거의 한그릇 가격인 건 뭐죠... 후덜덜.

마와 낫또가 들어간 메뉴가 있는 것보니 일본의 향기가 물씬 나네요... 비록 전 도전해보지 못했지만,,,,,ㅋㅋ

이 두 가지 메뉴 빼고는 다 먹어봤어요.^^

가격대가 그리 저렴하지도 그렇다고 과도하게 비싸지도 않지만 음식의 양을 보면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동행한 한 명과 함께 매번 3가지 메뉴를 시켜먹었드랬죠....대식가가 아님에도 ㅋㅋ

첫번째 메뉴부터 볼까요....‘힘이난다 육소바(溫)’, 맛있기는 한데 힘이 나기에는 매우 부족한 양 ㅋㅋ 여행 가서 느끼는 건데 일본사람들이 워낙 소식을 하다보니 식당엘 가도 양이 적은 곳이 많더라고요.

쯔유 향이 나는 국물은 일본 스타일답게 짭짤한 편이지만 거부감 생길 정도는 아니고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면발이 매우 보들보들, 목넘김이 좋습니다.

똑같은 ‘힘이 난다 육소바’인데 면을 삶아서 차가운 물에 헹궈 채반에 따로 나오는 스타일, 국물에 면을 찍어먹는 건데 육수는 차갑지 않고 뜨겁습니다.

찍어먹는 걸 좋아하는 분이 이걸 국물과 함께 후루룩 하고 싶은 분은 온으로 시키시면 될듯.

곁들여먹는 반찬이 매우 특이하죠? 가지피클이었던 것으로 추정.  기억이 가물가물 ㅋㅋ

계란덮은 소바. 보기만 해도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지죠? 치아 때문에 딱딱한 음식을 잘 못먹을 때 이 집에 오면 부담없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으실 겁니다.

 

이번엔 카레라이스. 역시 일본식 카레.. 우리나라의 카레는 인도식이 아닌 일본 스타일에 가깝죠. 약간의 쇠고기와 감자와 당근이 큼직큼직하게 들어가있습니다.

그런데 메밀국수야 수타로 공들여서 만드는 노고 때문에 그렇다 치고...카레라이스치고는 가격이 좀 이유없이 높다는 생각이.... 카레우동도 마찬가지고요. 맛있는 카레이긴 하지만 가성비로 보면 아쉬움이 좀 남는 부분.

요게 카레우동. 꼭 반숙 계란이 올려지는군요. 전 웰던을 좋아하는뎅 ㅋㅋ

우동면까지 직접 뽑으시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요즘 식당용으로 납품되는 기성품 우동도 퀄리티가 아주 높아서 수제인지 사다 쓰는지 구분이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그 정도의 감별 능력이 안돼서이기도 하고...

 

날씨가 추워질수록 요 따끈한 국물과 메밀면이 더 생각 나네요. 쌔한 속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메밀소바... 촛불집회 후에 따끈하게 한그릇 어떠세요? 

 

◇디미(통의동)

이번엔 생면 파스타로 유명한 통의동에 디미로 가보실까요. 경복궁을 도로 하나 사이로 옆에 두고 있는 이 곳은 간판이 매우 작아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오픈할 때 간판 달 돈이 없어 안 달고 있다가 간판없는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죠. 이젠 돈 많이 버셨을테니 ㅋㅋ  

핑크핑크한 1층 인테리어. 사장님이 여성분임을 추측케 하는....

화덕도 있던데 사용하지는 않는 듯하고요. 1층에서는 식사보다는 간단한 안주와 함께 와인 한잔 하면 좋을 분위기....식사 공간은 2층에 꾸며져 있습니다.

2층으로 내려다보는 경복궁 담장의 풍경이 참 좋네요. 인테리어가 소박한 듯 아기자기하게 예쁨이 곳곳에 묻어있는.... 과하지 않고 편안해 보여서 맘에 드네요.

예쁘게 세팅된 테이블에 기분이 더욱 업 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평일 런치세트.

주말용 브런치 세트도 있고요. 가격은 만만치 않네요.

단품 가격은 맘 편히 주문하기에 좀 부담스럽네요.

손수 구워내주는 빵이 투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져서 아주 좋네요.  바로 구워나오기 때문에 입을 델 정로 뜨거우니 조심하시고요.

샐러드도 특별할 건 없지만 소스가 자극적이지 않아 합격!

 

주문한 파스타는 위에서 3번째에 있는 모타델라 햄과 버섯 크림소스의 콰드루치. 여기서 콰드루치나 빠빠델레, 스투루치, 페투치네 등의 세상 첨 들어보는 듯한 용어들은 면의 굵기 혹은 크기를 말하는 것이에요. 파스타 면의 종류들이라 생각하시면 되죠.

건면 파스타가 아닌 생면이라 더 부들부들한 식감. 넓적하다보니 국수 먹는다는 느낌은 없네요.

 

다음 건 에멘탈치즈, 고르곤졸라, 후레시 모짜렐라, 모짜렐라의 4가지 치즈가 토핑된 피자. 도우 모양이 개성 있으시네요. ㅋㅋ

정통 나폴리피자와는 거리가 있지만 바삭한 도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애정하실 듯.

 

요건 베이컨과 호박, 바질페스토 크림소스의 빠빠델레. 

면의 굵기가 쉽게 접해보지 못한 것이죠?

꺅! 치즈 좋아하는 주바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비주얼....

라자냐는 요로케 치즈를 쭉~ 늘리면서 먹어야 제맛이죠.

핫, 너무 맛있게 먹은거 아님?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 생면 파스타집 디미... 가격이 좀 아쉬운 것 빼고는 만족스런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주말도 촛불은 계속 뜨거울 테죠. 서촌 맛집에서 꽁꽁 언 몸도 녹이시고 맛있는 음식으로 분노한 마음도 녹이는 연말연시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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