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
지난주 설이 지났으니 이제 진정한 닭의 해가 밝았다고 할 수 있겠죠.
닭을 싼 음식재료라며 얕잡아 보는 사람도 간혹 있던데,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죠. 닭고기는 소나 돼지고기에 비해 단백질 함량은 더 높고 지방은 훨씬 적답니다(달걀까지 낳아주시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요즘은 달걀먹는 집이 부의 상징이라던데ㅋㅋㅋ). 콜레스테롤이 신경 쓰이는 분은 지방이 많은 껍질부위만 잘 제거해 먹으면 괜찮습니다. 날개는 칼로리가 좀 높지만 콜라겐 또한 많으니까 적당량 조절해서 먹으면 좋겠죠?
이렇게 보양식으로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도움 되는 닭이 지난 몇 달간 AI라는 큰 복병을 만나 낭패를 보았습니다. 새해 들어 진정세에 들어가나 싶더니 지난 주말엔 서울까지 뚫렸다는 보도가 나오더라고요. 축산 농가는 여전히 초상집 분위기일 거예요. 익혀먹으면 아무 문제없다는데…
그래서 주바리가 축산농가의 빠른 회복도 기원하고 정유년을 힘차게 출발하자는 의미에서 이번엔 닭요리 맛집을 소개할까 합니다.^^
◇ 사랑방칼국수
장유유서니까 일단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는 스타일, 백숙집 먼저 찍고 가볼까요.
40여년 세월을 충무로 인쇄골목과 함께 나이 먹은 ‘사랑방칼국수’. 상호는 칼국수지만 식사시간마다 만석의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메뉴는 대부분 백숙백반입니다. 8,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 때문에 인기가 좋아 점심시간에 줄서지 않으려면 12시를 넘기지말고 일찌감치 방문하는 게 좋습니다.
이 집은 메뉴판도 따로 없어서 한상에 8,000원이라고 쓰여진대로 백숙백반으로 주문해봤습니다.
2인상에 이렇게 한마리의 백숙이 나옵니다. 기본 찬은 김치와 양파, 소스 뿐.
이 집 백숙백반의 매력은 바로 다릿살부터 퍽퍽한 가슴살까지 부들부들한 식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 특히 요 특제소스가 비밀병기더라고요. 고추장 베이스에 매콤새콤한 양념이 개성 있어 파와 함께 찍어먹으면 평범한 닭백숙이 별미로 변신하지요.
고기를 반쯤 먹은 후에는 함께 제공되는 이 닭 국물(멸치 육수)에 살을 발라 넣고 공깃밥까지 말아~말아~ 주시고, 잘 익은 김치 하나 척 올려서 한 입하면… 음~ 세상 행복해지지요.
주바리에게는 닭 국물에서 MSG의 ‘느낌적인 느낌’(나만 그런가?)이 나는 게 옥의 티이긴 했지만 그건 뭐 ‘개취’ 따라 호불호가 갈리니 넘어가 드리지요.
백숙에는 다진 마늘이 잔뜩 들어가있어 닭고기 특유의 냄새를 잡아줍니다. 하지만 이 집 백숙 맛의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좋은 냉장닭을 사용하는 데 있다는 겁니다. 좋은 닭을 어떻게 구별하냐고요? 간단한 구별법 하나 알려드리지요. 치킨이나 삼계탕류를 먹을 때 닭의 뼈 색깔을 잘 살펴보세요. 냉동된 수입닭은 검븕은 색을 띠고요, 냉장된 국산닭은 뽀오얀 색을 띤답니다. 드실 때 꼭 확인해 보시길...
밑반찬이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착한 가격에 건강하고 푸짐한 ‘한상’을 대접받은 손님이 된 기분이 들게하는 ‘사랑방칼국수’, 맛보러 가보세요~
◇ 장수삼계탕
닭요리 대명사라 하면 ‘치느님(치킨)’ 다음으로는 삼계탕이겠죠. 매년 복날 때마다 어마무시한 대기 줄로 신문 앞면을 장식하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그 체부동 OO촌 있잖아요. 대기줄도 싫지만 관광객에 길들여진 서비스나 걸쭉한 국물의 맛이 제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주바리는 몸보신이 필요할 때면 그 집 대신 애정하는 곳이 있답니다. 종로3가역 낙원상가 바로 아래 위치한 ‘장수삼계탕’이 바로 그 곳.
좀 아찔해 보이는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가 보면 2층에 식당입구가 나옵니다.
30년이 다 된 노포답게 건물도 내부도 허름하지만, 오랜 시간 내공을 쌓은 맛 하나는 일품이지요.
이 집도 어르신들의 핫플레이스인 듯.^^
물가가 많이 올라서인지 지난번 왔을때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군요.
덜어 먹게 비치해둔 배추김치와 깍두기. 늘 얘기하는 것이지만 뚜껑까지 마련해주시면 감사한데....
요건 삼계탕이고요.
요건 약반계탕.
삼계탕은 깔끔 담백한 국물이 매력이고, 약계탕은 한방재료가 더 많이 들어 있어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양이 꽤 많은 편이라 먹선수만 아니라면 반계탕(8000원)이나 약반계탕(9000원)만으로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한방 재료의 유무에 따라 국물의 ‘때깔’이 많이 다르죠.
약술이 빠지면 섭섭.
배를 갈라보면 찹쌀밥도 푸짐하게 들어있습니다.
복날이 있는 여름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좌석은 거의 만석. 여름엔 아까 올라올 때 본 그 계단을 따라 쭉 길게 줄이 이어지기 일쑤.
맛으로는 별다른 불만이 안느껴지는 ‘장수삼계탕’은 청결 상태가 살짝 아쉬웠어요. 약술 잔에 립스틱 자국이 묻어 있었거든요. 항의했더니 바로 바꿔주기는 했지만 설겆이에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 호수집
그런데 백숙, 삼계탕은 물에 빠진 고기라 안 드신다고요? 헐~주바리보다 더 입맛 까칠한 분이 계시군요.
그럼 연탄불에 노릇노릇 구운 닭꼬치는 어떠신지? 퇴근길에 중림동을 지나다 늘 북적이는 모습이 궁금해서 찾아가 본 ‘호수집’은 닭볶음탕과 닭꼬치 전문으로 하는 식당입니다.
이 집 역시 개업한 지 31년이나 됐다고 하네요. 허름한 식당 내외부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가격이 매우 착하죠. 2명이 먹어도 충분한 소자가 1만7000원, 대자도 2만5000원이면 훌륭한 수준.
닭도리탕(닭볶음탕이라고 해야죠^^) 먼저 등판. 때깔이 참 식욕을 자극하죠? ㅋㅋ
사진을 찍을 시간이 오후 5시30분 정도였습니다, 한두 테이블 빼고 벌써 다 찼습니다. 물론 몇분 안에 나머지 좌석도 다 채워지고 줄을 서기 시작하더군요.
기본 김치도 맛깔나고요. 사다 쓰는 게 아닌 건 보기만 해도 알 수 있고요.
요렇게 얼큰해보이는 닭도리탕 국물과 새빨간 김치를 먹지않고 그냥 보기만해도 땀을 흘리시는 분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저와 함께 식사를 하신 분도 거의 찜질방 불가마방에 들어갔다 나온 증강현실이라도 체험하신 듯 땀을 빼시더라는....ㅋㅋㅋ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있는 닭볶음탕. 푹 끓여줘야 제 맛이죠.
이슬이 땡기는 비주얼. 이 집 닭볶음탕은 텁텁하지 않고 적당히 칼칼한 데다 자극적이지 않은, 집에서 끓인 느낌이더라고요.
짠~ 이번엔 기대가 많았던 닭꼬치님 등장. 닭꼬치는 메인 메뉴를 주문해야 맛볼 수 있으니 2차로 가서 이것만 내놓으라고 떼쓰거나 하시면 안돼요~ㅋㅋ
닭꼬치의 가격도 1500원으로 아주 맘에 듭니다. 맛은 더 맘에 드네요. 간도 적당하고 무엇보다도 닭고기의 상태가 무척 좋다는 것이 식감으로 느껴집니다. 특별히 많은 양념이 들어가있지 않은데도 입맛 당기게 하는 맛. 연탄불에 구워 불맛은 또 제대로 풍겨주시고....
캬~ 닭볶음탕 국물엔 공깃밥이 세트인데.... 요즘 제가 저탄수화물 식단을 하다보니 눈물을 머금고 참아야 했어요. 담엔 꼭 밥 비벼 먹어야징~~.
여기가 불맛 제조공장.
다 먹고나오면서 가게 입구에서 연탄불에 닭꼬치를 쉴 새 없이 뒤집고 있던 젊은 양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죠. 이 일을 하게 된 지 6년째라는데, 알고 보니 부모님이 하시던 가업을 이어가는 작은 사장님이더군요ㅋㅋ. 남정균 사장님....왜 때문에 이름을 물어봤을까요? ㅋㅋㅋㅋ
닭꼬치가 너무 맛있다고 양념에 뭐뭐 들어가는 지 살짝 여쭤봤지만...당연히 안가르쳐주네요 ㅋㅋ 물어본 제가 매너 없는 거겠죠? 영업비밀일텐데...ㅋㅋ
매일 아침 그날 판매할 닭을 손질해서 양념하고 손님께 낸다고 하더라고요. 자부심을 갖고 장사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더욱 믿음이 가더라고요.
‘호수집’은 요즘도 AI의 여파를 전혀 못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좋은 재료, 건강한 맛, 착한 가격은 배신하는 법이 없는가 봅니다. 몸에도 좋고, 값도 싸고, 다이어트에도 도움되는 닭고기 요리 많이 먹고 정유년 다들 으쌰 으쌰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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