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점심

당신의 입맛을 탄핵한다 ‘헌재앞 맛집’

지난 3월10일에야 뒤늦은 이 왔습니다. 그것도 헌법재판소 앞에서부터... 촛불 민심이 판결로 꽃피운 것도 뿌듯한 일이지만, 덤으로 돌려받은 즐거움도 있습니다.

사실 헌법재판소 앞엔 주바리가 애정하는 맛집들이 꽤 있거든요^^. 사무실과도 그리 멀지않아서 종종 가곤 했는데, 요 근래엔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서 대한민국이 둘로 분열된 모습이 안타깝고 보고있기가 괴로워 밥으러 가기에 꺼려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헌재 앞 맛집에 맘 편히 갈 수 있는 소소한 행복도 돌려받았으니 주바리와 같이 기쁨의 세리먹니를 해보지 않으시렵니까? 참, 탄핵심판 변론 중에 대통령 변호인인 김평우 변호사가 막말을 했던날, 8인의 재판관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회식을 했다더군요. 이정미 권한대행과 강일원 재판관을 위로하기 위한 술자리였다는데 과연 어느 식당에서 했을 지 무척 궁금하군요^^.

 

깡통만두

헌법재판소 바로 맞은편 세탁소가 있는 작은 골목 안쪽으로 자리잡은 깡통만두입니다. 오래전 국수 편으로 간단히 소개해드린 적도 있는데 기억하시련지....

원래부터 인기가 많아 12시 넘어 도착하면 30분쯤 대기를 타기 마련이었는데 몇달전 수요일에 방송되는 맛집 프로그램 ‘OO미식회’에 소개된 후로는 더더욱 손님이 많아졌다고.... 신발장이 모자란 입구 사진을 보시면 짐작이 가실 듯. 그래서 전 제가 좋아하는 맛집이 방송 타는 게 싫더라고요 ㅋㅋ.

깡통만두’의 주력메뉴인 만두를 사용해 만든 만두전골은 광화문의 ‘평안도만두’에 비해 얼큰함이 가미돼 매력있답니다. 전과 버섯, 고기고명과 다양한 야채가 들어있어 더욱 든든하고요. 만두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 그 자체. 듣기로는 서울 분이신 주인 르신의 외가쪽이 평안도 출신이시라 이북 스타일에 서울 스타일이 콜라보 된 손맛이 아닐까 짐작되는....

밑반찬도 짜지 않고 아주 맛깔납니다. 말 그대로 우리 엄마 손맛.

깡통만두는 만두도 맛있지만 요요 반반 메뉴가 인기입니다. 수육 반 생선전 반이 함께 나오는 음식인데요. 물론 온전히 수육, 생선전 메뉴도 있고요.

수육이 어마어마하게 훌륭하다기보다 같이 나오는 저 오이냉채가 예술입니다. 식초를 넣어 새콤하게 무쳐낸 냉채를 수육과 함께 싸서 먹으면 쌍엄지 척척.

오이를 세로방향으로 길게 채썬 것도 특이하지요. 채칼을 사용하시다가 손을 다치시기도 한다고...

요래요래 먹으면 듁음이에요^^

 

서너명이 방문할땐 만두전골이나 반반을 시켜 함께 먹다가 식사메뉴 한두 개만 시켜 나눠 드시면 딱 기분좋게 배불리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사골육수를 사용해 만든 만둣국. 칼국수도 있고요. 만둣국과 칼국수 어느 걸 먹을까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칼만두를 드시면 되니까요^^

이게 바로 칼만두.

하지만 이 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역시 비빔국수. 보통 비빔국수하면 소면으로 만든 것만 먹어봤는데 여긴 칼국수면을 사용하더라고요. 양념도 매콤새콤 입에 착착 붙을 뿐 아니라 열무, 오이, 무 등 야채 뿐 아니라 육전을 얇게 채썰어 고명으로 듬뿍 올려줍니다.

잘 비벼서 호로록 호로록 해주면 잠들어있던 봄 입맛이 뾰로롱~ 하고 깨어날 거예요^^.

향긋한 나물무침은 거들 뿐.

 

손님이 늘 많아 식당 내부사진은 찍질 못했는데, 깡통만두는 인테리어를 요란하고 화려하게 하진 않았지만 늘 청결한 식당 상태로도 칭찬할 만합니다. 테이블 위나 식기 상태는 늘 좋더라고요^^

아주 최근 다녀오신 분의 제보에 따르면 반반 메뉴의 가격이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됐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대장장이 화덕피자

 

탄핵판결 바로 전날 표정. 차량은 지나갈 수가 없었고 경찰차와 전경들로 넘쳐났었죠. 

헌법재판소를 지나 재동초등학교에서 조금더 올라와서 골목 안에 위치한 ‘대장장이화덕피자’입니다.

북촌에서 화덕피자로 오랜 시간 사랑받는 곳입니다. 오너셰프가 금속공예가 출신이라서 이름을 대장장이 화덕피자로 지었다는군요.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온 화덕을 사용한다는데, 얼마 전부터는 장작 대신 가스를 이용해 불을 떼고 있다는 주인장의 설명. 뭐 솔직해서 오히려 좋더군요.

 

 

사진 촬영은 물론 허락받고 했습니다^^

저 화덕 속에서 고온으로 피자가 노릇노릇 구워지겠죠.

저런~ 식당 밖에도 경찰분들이 열일하시는 중.

식당 안에선 열씨미 식사하시는 손님들... 지하에도 좌석이 있군요.

 

메뉴판 흝어보시고요.

다양한 종류의 피자와 파스타가 준비돼 있습니다. 샐러드와 깔조네도 있고요.

시그니처 메뉴 격인 루꼴라 피자를 시켜봤습니다. 루꼴라가 낯선 분도 계실텐데 이탈리아 야채 종류죠. 바질이나 민트같은 허브보다는 향이 세지않아 이렇게 피자나 파스타 등에 곁들여 먹기 좋습니다. 적당한 향과 쌉싸래한 맛이 매력이죠.

도우 위에 토마토소스와 모짜렐라 즈를 올려 구워낸 후 루꼴라와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갈아 올려냈습니다.

쫄깃쫄깃한 도우 위에 생야채가 올려져있으니 건강한 맛이 느껴져 좋습니다. 물론 이태원의 부자피자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이 근방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듯.

파스타는 담백한 풍기 알리오로 주문. 풍기는 버섯이고요, 알리오는 마늘을 말하는 것이죠. 버섯과 마늘을 넣은 오일파스타인 거죠.

피클도 과하게 짜거나 달지 않네요.

손님이 많아 열심히 화덕에서 피자를 구워내시는 대장장이님. 화덕이 식당 중앙에 있어 가까이서 구경하기엔 좋네요. 겨울에는 따뜻한 온기를 줘서 좋지만, 한여름에는 땀 뻘뻘 흘리기 싫으시다면 가까이 앉지 마시기를 충고^^.

치즈 마니아라면 깔조네도 추천합니다. 화덕에서 바로 구운 삼각형 모양의 빵을 주머니처럼 싸서 함께 먹는 리코타 샐러드는 완전 주바리 취향저격이네요. 파스타를 포함한 모든 음식이 짜지 않고 적당히 간간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식당의 포근한 매력은 덤~

 

비엣콴

MSG맛이 느껴져 프랜차이즈 쌀국수집에 절대 안가는 주바리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엣콴은 현지인 요리사가 만든 베트남쌀국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메뉴가 정말 많죠? 점심시간엔 세트메뉴도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하노이식당을 표방하는 이 집 쌀국수 국물은 깔끔하고 담백해서 맘에 들더군요. 원래 하노이식 쌀국수는 숙주를 넣지 않지만 요구하는 손님들이 많았는지 따로 접시에 내주더라고요. 고수도 요청하면 따로 내주시니 잊지말고 넣어드시고요. 

 

쌀국수 안에 고기의 양도 엄청나지요?

볶음국수도 나쁘지 않지만 국물쌀국수 솜씨가 조금 더 낫군요.

김치와 무생채도 조금 자극적이라서 마이너스.

베트남 술 뿐 아니라 우리나라 소주도 판매하는 것은 굿~

오픈돼있는 주방을 얼핏 들여다보니 매우 청결해보였습니다. 칭찬해~

요건 차가운 쌀국수.

여러가지 사이드 메뉴를 맛봤는데 그냥 SO SO~

 

제일 맛있었던 건 ‘냄’이라는 베트남식 만두. 짜조와 비슷해서 헷갈렸는데 알고보니 베트남 북쪽에서는 냄, 남쪽에서는 짜조라고 달리 부른다네요. 하노이식당이라고 했으니 냄이라 부르는 게 당연.

여러가지 야채와 새우를 넣어 춘권피에 싸서 튀긴 음식인데 겉은 바삭 안은 풍부한 맛으로 입안을 사로잡습니다.

요건 스프링롤인데요, 해산물이 들어간 냄과 달리 돼지고기와 야채로 속을 채운 튀김.

이 집 꼬치도 먹을 만하네요. 돼지고기 쇠고기는 취향따라 고르시면 되고...

맛있는 쌀국수 먹으려면 이태원이나 홍대까지 가야했는데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이런 쌀국수 집이 있어서 좋군요.^^

 

참,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 앞 맛집 방문 땐 드레스코드로 핑크색 헤어롤 2개 챙기는 센스 잊지마시고용~ㅋㅋ

재밌게 보셨으면 공감 하번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