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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평양냉면 ‘강남대첩’

자연재해에 가까운 폭염이 연일인 요즘, 바다에 풍덩 빠질 수 없다면 평양냉면 국물에라도 다이빙하고 싶은 날씨의 연속이네요.(도대체 이노무 날씨는 어디까지 올라가려는지,,,) 서울에서 평양냉면의 메카는 바로 중구 을지로 일대잖아죠. ‘강북뇨자’인 주바리는 서식지 근처라 마음만 먹으면 달려갈 수 있어 아쉬울 게 없지만, 강남 사람들에겐 평냉 성지순례가 좀 갑갑한 게 사실이었죠. 하지만 강남분들, 더 이상 평양냉면 먹으러 육수 뻘뻘 흘리면서 강을 건너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전통의 강자들을 위협하는 신흥 평냉 강자들이 속속 강남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죠. 이른바 ‘평양냉면 강남대첩’, 승자를 함께 가려볼까요? 오빠는 (냉면도)강남 스똬~일!ㅋㅋㅋ


■ 진미평양냉면(강남구 논현동)

강남 평냉로드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진미평양냉면’은 의정부 평양면옥과 논현동 평양면옥을 거친 주방장이 독립해 개업한 곳이랍니다. 그래서인지 ‘복붙’한 듯 냉면의 비주얼이 구별이 안 갈 정도로 흡사하더군요

사진 촬영을 한 건 지난해인데, 냉면 가격이 현재는 1000원이 올라 11,000원이 됐다하니 참고하시고요.

구수한 면수 한잔으로 차가운 냉면국물을 맞이할 위가 놀라지 않게 속을 먼저 다스려 주고요...

국물이 거의 투명에 가깝죠?

20년 장인의 손맛이라 전체적으로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인데 면에서는 찰기가 조금 더 있는 듯하고 투명한 육수에서는 심플함이 느껴져요. 육수의 슴슴함이 과하지 않고 감칠맛도 적당해 ‘평냉 초보’도 당황하지 않게 해주죠. 냉면의 양도 다른 곳에 비해 엄청 많아서 만두랑 수육 등과 곁들여 먹다보면 너부 배가 부르더라고요.

쇠고기로 만든 편육도 양이 꽤 많죠? 비주얼만 보면 퍽퍽해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부들부들 합니다.

편육에 만두....냉면으로 마무리...주바리 세트메뉴죠 ㅋㅋㅋ

참기름 향이 고소한 만두도 수준급이네요.

두번째 방문해서 먹을 때는 냉면의 꾸미가 더 완벽해진... 삶은 면의 물기를 짜서 또아리를 트는 것도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육수와의 조화를 위해서 꽤 중요한 일이죠.

고명으로 올려진 제육 하나 편육 하나... 육수의 투명도도 평양면옥과 거의 흡사해보이죠?

순면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보급형 평양면옥’이라고만 부르기엔 좀 아까운 실력.

어복쟁반도 먹어봤습니다. 고기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들추면 들출수록 고기가 화수분처럼 나오더라고요.

간장앙념에 콕 찍어서 고기 야채를 함께 먹으면 담백함이 한 입 가득 채워지죠.

야채는 계속 리필해주다보니 너무 양이 많아서 2명이 먹다가 고기를 저렇게 남기고 왔네요. (평양냉면 시켜먹은 건 비밀)

주바리도 반한 ‘진미평양냉면’은 강남 한복판임에도 발렛비도 없는 무료주차장이 구비돼 있는 점도 큰 장점.

 

■ 능라도(강남구 역삼동)
분당에서 유명세를 떨치다 서울 강남에 분점을 낸 ‘능라도’도 인기몰이 중이죠.

주차는 발렛 가능.

식당 안쪽에는 방앗간이 있어 가게 안에서 직접 메밀면을 뽑는 모습을 볼 수 있고요, 계절에 따라 반죽을 다르게 하는 것이 이 집만의 노하우라네요.

기본반찬은 무절임과 백김치에 가까운 배추김치. 나쁘지 않은 수준.

이 집 순대는 솔직히 제 취향은 좀 아니네요. 찹쌀이 매우 많이 들어가 살짝 질척질척한 느낌?

돌판에 나오는 뜨거운 수육도 독특.

따단~ 오늘의 주연배우 평양냉면... 이 집도 육수는 맑은 편이고요... 메밀 함량은 80%라고 합니다. 작년에 먹었을 땐 삶은 계란 반쪽이 올라갔지만 현재는 달라졌다고 하네요... 조금 후에 나올 사진으로 확인해 보시고요.

면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사용해 익반죽해 했는데, 메밀 함량이 높아 구수한 향이 깊어요. 소금으로 간한 맑은 육수는 최상급 한우와 돼지고기를 푹 고아내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좋고, 면발과의 조화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

최근엔 마포·마곡 등에도 분점을 내 강북으로 역진출 했다는데, 멀리 가지 않고도 즐길 수 있어 좋지만 그 맛을 편차 없이 관리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죠. 그래서 새로 오픈하는 분점을 보면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 조만간 점검하러 출동해야겠어요....그래서 못 참고 바로 출동했죠 ㅋㅋㅋㅋ

이번에 새로 오픈한 능라도 마포점.

입구에서부터 제분하는 방앗간을 배치한 것도 나름 전략적인 공간 활용이겠죠?

보여주기 식인 것만은 아닌 것이 실제로 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더라는...

지난해 먹었을 때보다 냉면(1만2000원)을 포함해서 음식 가격이 거의 1000원씩 상승. 뭐 봉피양 냉면이 1만4000원인 시국에서 이해할 만도 하지만, 소주가 5000원인 건 옐로카드!

새콤 짭짤한 백김치 상태는 여전.

녹두지짐이도 맛있지만 재료를 잘게 다져서 부친 스타일이라 을밀대의 것을 좋아하는 제 입맛에는 그냥 SO-SO~

만두 한접시 6개...담백하니 맛이 좋네요.

이렇게 능라도는 최근 들어 삶은 계란 대신 지단을 올리는 것도 특징. 이 집도 푸짐한 어복쟁반이 인기 좋아요.

능라도의 좋은 점은 작은 사이즈의 냉면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저처럼 여자들은 만두 먹고 녹두전 먹고 나서 완냉은 좀 버겁거든요(아~물론 예외도 있겠지만요).

기본(왼쪽)과 소자 평양냉면...사이즈 비교해보세요.

마치 엄마 그릇, 아기 그릇같은 느낌이네요.

국물 색깔이 더 맑아진 듯 하네요. 동치미 국물을 더 사용해서 일까요. 비주얼은 깔끔하니 마음에 드는 편.

메밀 함량 80%라는 것에 비해 면 색깔은 밝은 편이네요. 메밀 껍질이 얼마나 들어갔느냐에 따라 편차가 생기겠지만요.

마포 능라도가 있는 건물 지하에 1시간 무료 주차 가능하니 차 가지고 가실 분들은 참고.

 

■ 피양옥(강남구 청담동)
(고춧가루 뺀)필동면옥의 냉면, 평양면옥의 만두, 을밀대의 녹두전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주바리의 판타지를 현실로 만들어준 집이 바로 이 집 ‘피양옥’이었어요.

이 집도 올해부터 1000원 인상... 1만2000원에 판매 중이죠. 냉면 가격이 자꾸자꾸 오르네요......참, 맛있는 냉면 한그릇 하기도 점점 어려워지는 슬픈 현실.

피양옥은 오픈한 지 1년 조금 넘었을 뿐인데 평양냉면의 신흥강자로 무섭게 떠올랐죠.

자가제면은 기본이고요. 소·돼지·닭으로 만든 맑은 육수가 깊은 맛을 내기로 유명.

냉수육 반접시부터 흡입 시작~

콜라겐이 중간중간 박혀있는 한우 수육.

이번엔 만두 반접시... 3개니까 한 접시는 6개겠죠?

숙주와 돼지고기, 두부가 조화로운 맛....제가 젤 좋아하는 평양면옥의 것을 떠올리게 하는 수준이네요.

또 녹두전은 어떠냐하면 돼지고기 삼겹살을 다지지 않고 적당히 썰어넣고 겉은 바삭, 속은 고소하게 부쳐낸 것이 을밀대의 녹두전을 떠올리게 하더라고요.

 

냉면의 비주얼을 보자면 파가 들어간 것 등등 딱 고춧가루만 뿌리면 필동면옥과 흡사해 보인다는... 물론 필동면옥의 내공까지 능가하지는 못하지만요 ㅋㅋ

속이 꽉찬 단백한 만두,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있는 바삭한 녹두전 등 강북 유명냉면 집의 장점만 ‘픽’한 듯한 것이 이 집의 매력이네요. 주인공인 평양냉면은 특히 툭툭 끊기는 면발이 예술. 새 메뉴인 ‘피양면’은 간장 베이스라서 우래옥스러운 비주얼이네요. 강남에서 맛본 평냉 중에서는 이 집이 제 취향에는 제일 맞더라고요.

으아~ 지금 바로 완냉하고픈 유혹에 참기 힘드시죠? ㅋㅋ
강남의 평양냉면 맛집들을 탐방해본 결과, 강북의 오랜 세월이 점철된 깊은 맛까지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그에 버금가는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겠지요. 그런데 어쩐지 대체적으로 아랫동네 평양냉면들이 강북의 것보다는 간이 좀 있는 편. 평균연령대가 낮은 탓일까요? ㅋㅋ 

 

재밌게 보셨으면 공감 하트 꾸욱 한번 하고 가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