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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곰탕 맛집

‘이런 여우 같은 곰을 봤나.’
거침없는 질주로 일찌감치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고 올라올 팀들을 기다리고 있는 두산의 얘기가 아닙니다. ‘곰탈여우’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포수 양의지의 얘기는 더더욱 아니고요.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찬 바람를 타고 생각나게 하는 뜨끈한 국물의 곰탕이 오늘 주바리 블로그의 주인공.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여도 우직하게 한 끼를 책임져 주고, 먹다 보면 깔끔 담백한 육수로 마음을 홀리는 곰탕을 보면 저는 꼭 ‘곰의 탈을 쓴 여우’ 같은 맛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 (얼떨결에 두산 팬 인증까지ㅋㅋ) 두산 팬이 아니시더라도, 응원하시는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더라도 따끈한 곰탕 한 그릇으로 쓰린 속을 달래보시는 건 어떨까요?


■ 격이 다른 곰탕의 미학 <옥동식>
경상도식 얼큰한 돼지국밥이 아닌 깔끔한 돼지곰탕 단 한 가지 메뉴만으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를 평정한 맛집이 있어요.

‘옥동식’이란 독특한 상호는 주인장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라고. 식당 이름으로는 뭔가 있어보이는데, 누군가의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개그맨 옥동자의 사촌 형이라도 되는듯 푸근한 느낌 ㅋㅋㅋ.

메뉴판에는 달랑 돼지곰탕과 잔술 뿐이지만 점심시간대에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요. 더군다나 하루 100그릇만 한정 판매한다니 맛보려면 서둘러야 하죠. 오픈하자마자 블루리본(한국판 미슐랭 가이드)을 획득한 것도 높이 살 만한 일이겠죠.

곰탕집답지 않게 생긴 내부는 주방을 바라보며 긴 바 형태로 돼 있는데 좌석은 10~12석(이러니 맨날 줄을 서지ㅋㅋ).

이런 안내글이 없다면 백이면 백 모두 국물에 넣어 먹었겠죠? ㅋㅋ

유일한 반찬인 깍두기는 먹을만큼씩 덜어먹게 돼있는 스타일.

곰탕에는 밥이 토렴돼 나오지만 국물은 마치 평양냉면처럼 맑디맑아요. 깔끔하지만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에서 벌써 합격을 부르게 만드네요.

보통(왼쪽)과 특의 사이즈 항공샷으로 확인해보시고요. 마치 아기 그릇-엄마그릇 같네요. 제가 어느 쪽을 먹었을 지는 추리해보시고요 ㅋ.

고명으로 얇게 썰어올린 쪽파도 곰탕의 맛을 해치지 않으며 돕고 있네요.

국물도 좋지만 올려져있는 돼지고기 맛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지리산에서 키운 흑돼지인 ‘버크셔-K’의 다릿살만을 사용한다고 해요. 특히 비계 부분까지 넓지만 얇게 슬라이스된 고기의 식감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겉보기엔 고기 양이 적어보이지만 아주 얇게 여러장 겹쳐져 있기 때문에 먹다보면 고기의 양이 충분하다는 걸 아실 수 있어요.

유기로 된 식기가 고급스러운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주고요.

밥도 크게 거슬리지 않게 지어진 듯 보여요.

시키는대로 고추지양념을 국물에 넣지않고 앞 접시에 덜어서 고기에 조금씩 넣어 먹으면 칼칼한 게 아주 풍미를 좋게합니다. 많이 맵기 때문에 적당히 넣으셔얄 듯.

한 잔에 2000원 하는 술도 한 번 시켜봤습니다. 주전자에 담아서 직접 자리에서 따라주시네요.

꾸욱꾸욱 눌어담아 주셨다능.....

잔술의 정체는 이러하고요... 원가가 높은 술은 아닌듯하고, 모악산새순영농조합에서 만드는 증류식소주라네요(ppl 아니고요, 검색해서 얻은 정보^^) 향은 소주같고 맛은 사케 같다는 평.

두번째 방문했을 땐 오너셰프가 계시더라고요. 저녁 땐 안나오시고 점심 때만 나오시나봐요. 제가 갔을 때만 그랬을 수도 있고...

옥동식 님 도촬도촬ㅋㅋㅋ.

두번째 먹은 돼지곰탕 맛도 첫번째와 달라진 것 없이 훌륭합니다. 잘 하는 식당이라면 맛의 편차가 없어야 겠죠, 암요.

지난 늦여름쯤 점심으로 먹고 나올 때의 풍경. 줄 안 서시려면 11시30분 안에 가시길 권해요. 00미식회 나온 직후에는 그마저도 힘들었지만 요즘엔 좀 나아졌어요. 얼마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분점도 오픈했다니 그쪽이 서식지이신 분들에겐 기뻐할 만한 소식(심지어 서교동보다는 좌석이 많대요ㅋㅋ).


■ 인천공항에 착륙한 미쉐린 투스타의 곰탕 <평화옥>
한국인 최초로 ‘미쉐린(세계 최고 권위의 미식 평가서...이지만 최근 미쉐린 서울편이 오류투성이라는 보도가 있었죠 ㅋㅋ)’ 투스타에 오른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선보인 한식당 ‘평화옥’은 특이하게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그 둥지를 틀었어요.

출국 심사하러 들어가기 전 구역에 자리해 공항을 찾는 분은 누구나 맛볼 수 있죠(여행과 상관없이 드시러 가셔도 뭐라하는 사람 없겠죠^^). 그래서 입구에는 캐리어를 보관하는 장소도 있고요. 

남과 북을 아우르는 음식을 대접한다는 평화옥이라서 그런지 비둘기들이 날아다니는 인테리어를...ㅋㅋ

창가쪽으로는 체크인하는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죠.

오픈한 지 그리 오래돼지 않았기 때문에 식당은 아주 깔끔합니다. 좌석의 형태도 다양해서 일반적인 4인 식탁 뿐 아니라 혼밥에도 편한 바 형태가 있고, 좌식 형태지만 바닥이 뚫려있어 양반다리 안해도 되는 좌석 등등입니다.

앗 메뉴판이 흔들렸네요... 사진 찍는 손이 흔들린건가? ㅋㅋ 다시~

가격은 좀 있는 편이에요. 공항이라는 입지를 생각해서 일단 이해해보도록 해보죠 머.

여행자들을 배려한 충전용 콘센트도 있고요.

이 집은 수준급 평양냉면으로 더 유명하지만 다음에 소개해 드리도록 하고, 곰탕에는 다양한 부위의 고기와 내장이 들어 있어요. 국물이 잡내 없이 깔끔하더라고요. 강원도 홍천 한우를 사용한다는데, 최근에는 육우나 미국산도 섞어 쓴다는 소식.

조금씩 다른 고기의 색깔로 부위가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고요.

평양냉면의 때깔도 예사롭지 않쵸? 이건 내년 여름을 위해 아껴둬야할 아이템 ㅋㅋ

다양한 술도 구비돼있지만....여행 전후로 술을 많이 드시는 분이 있을까요? 뱅기 타면 와인 계속 시켜먹으면 될텐데 ㅋㅋ.

출국 시 먹기엔 부담스럽지만 입국 시 해외여행으로 잔뜩 느끼해진 위장에 얼큰한 걸 넣어주셔야 하는 분에겐 매운 양곰탕을 추천해요.

딸려나오는 반찬은 평범한 수준...계란찜은 부드러운 것이 좋네요.

고기 내용물도 실한 것이 얼큰하고 좋더라고요. 약간 곱창전골이랑 스타일이 비슷해요. 하지만 비행기 타기 전에 먹기엔 위장이 좀 부담스러우실 수도...

옥동식의 음식은 수준급이었지만, 1만5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생각하면 구내식당 스타일 상차림이나 식탁 옆 서랍에서 수저를 꺼내 먹어야 하고 반찬 내용도 좀 부실해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 그래도 식당은 많지만 맛있게 먹을 곳 없는 공항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싶어요.


■ ‘곰스키’의 이색 조합에 빠지다 <옥반상>
제일 처음 소개해드린 서교동의 옥동식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콘셉트는 전혀 다른 이 집은 서울 종로구 사직단 인근에 오픈한 ‘신상 맛집’이죠.

옥동식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곰탕집을 떠올릴때 생각하기 힘든 인테리어. 일본 가정식이라도 파는 곳처럼 아주 심플 깔끔합디다.

위스키와 곰탕(일명 ‘곰스키’)의 이색 조합으로 이목을 끄는 ‘옥반상’은 깔끔한 국물 맛을 지향한답니다. 호주산 뽈살과 사태를 주 재료로 사용하는데 육수는 소뼈와 인삼, 각종 채소를 넣어 12시간 이상 고아낸 뒤 기름기 많은 윗물과 불순물이 있는 아랫물을 버리고 가운데 맑은 국물만 사용하는 것이 노하우.

반찬에도 신경을 썼다는 게 느껴지는 것이 명인의 배추김치, 깍두기를 제공하고 간장과 소금 또한 명인이 만든 제품을 고수한다고.

 접시수육, 도가니무침, 꼬막무침 등 사이드 메뉴도 1만원 이하로 구성해 혼밥러들도 술과 함께 안주로 즐길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입니다.

수육이 엄청 부들부들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도가니까지 곁들여나오는 것이 주당들의 안주로는 그만 일 듯.

인★그램에 식당 사진을 올리면 위스키나 음료수 한 잔을 공짜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은 꿀팁. 당근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이럴때만 로긴하는 인별그램에 부랴부랴 올리고 오늘의 위스키 한 잔 겟! 

살짝 한 모금 맛봤는데 주바리는 술알못이라 알콜 마시는줄...

13가지 종류가 구비된 위스키 목록은 가성비가 좋아 주당들의 성지순례 장소로 꼽힌다고요.  팔도소주도 17종도 있대요.

 

재밌게 보셨으면 공감 하트 하나 꾸욱 해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