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 기피증환자인 주바리(바리= 바리스타:Barista의 줄임말), 그녀가 ‘MSG의 필요악’을 외치는 직속상사 만부장의 ‘줏대 없는’ 미각을 교화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까칠한 맛집 탐험을 시작한다.
주바리 님, 미안하지만 오늘은 점심 같이 못 먹겠는데...
헐, 왜요? 또 배신 때리고 따로 약속 잡으신 거예요?
사실은... 오늘이 결혼 20주년 기념일이더라고. 난 몰랐는데 아침에 마눌님 표정이 서늘한 것이 출근한다고 나오는데 뒤통수가 계속 싸~한 느낌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딱 오늘이 그날이더구만. T.T
큰 잘못하셨네요. ㅋㅋ 2014년 남은 한 해 탈 없이 보내시려면 깜짝 이벤트가 필요하겠어요.
ㅇㅇ. 그래서 같이 점심 먹자고 나오라고 했지. 어디로 모셔야 겨울왕국 엘사처럼 얼어붙은 마눌님 마음을 녹일 수 있을까? 좋은데 없나.
특별한 날인데 달랑 파스타 한 접시, 피자 한 판...이 정도로는 약하잖아요. 만부장처럼 기념일이거나 다가오는 연말에 연인들이 분위기 잡을 때도 ‘코스’ 정도는 준비해야 '뒤탈'이 없을 테고요. 하지만 근사한 레스토랑, 그것도 코스로 즐기기엔 가격대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죠(저처럼 알뜰한 여자들은 터무니 없이 비싼 것 사준다고 좋아라하지도 않고요^^). 그럴 땐 런치세트가 있는 곳으로 가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답니다.
가정의 평화도 지키고, 주머니 사정도 지켜드리고... 2만~3만 원 사이에서 분위기 팍팍 살릴 수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 몇 군데 추천해 드릴게요.^^
◇ 립스테이크(부암동)
드라이에이징 된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엥? 드라이크리닝은 알아도 드라이에이징은 또 뭥미?
싸모님과 같이 가실 거면 이 정도 상식은 미리 공부하시고 원래 알고 있다는 듯 설명해드리는 센쑤를~ㅋㅋ
드라이에이징(Dry Aging)이란 말 그대로 ‘건조숙성’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고기를 숙성시키는 방법 중에 한가지라고 할 수 있죠. 일반적으로는 웻 에이징(Wet Aging) 방법을 쓰는 데 진공포장 후 일정 온도에서 숙성시키는 것이고요, 드라이에이징은 공기 중에서 정해진 온도·습도·기간을 거쳐 고기 본연의 식감이 살아나게 하는 방법입니다. 육즙보다는 육질을 추구하는 분들이 더 좋아하실 듯. 아시겠죠?
뭐...뭐....뭔말입니까?
ㅎ ㅎ 이곳의 메뉴는 립아이스테이크 6만원, 갈비살 스테이크 5만원, 부채살 스테이크 4만원 딱 세 가지인데요...
헉!!!
끝까지 들어보세요. 하지만 점심 고객을 위한 런치세트를 2만5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하고 있어요. 타파스(애피타이저), 식전빵, 샐러드와 메인요리인 부채살 +갈비살 스테이크, 디저트의 코스로 저녁메뉴와 고기의 양만 조금 적을 뿐 구성은 전혀 저렴하지 않다고요. 특히 이곳에서 개발한 네 가지 소스들의 각각 다른 맛을 느껴보는 재미도 있어요.
립스테이크 매장은 화려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외국의 가정식처럼 편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답니다.
혹시 집에 ‘쟁여둔’ 와인이 있으시다면 코키지 차지가 병당 만원이니까요, 곁들이시면 금상첨화겠지요. 참, 여긴 예약 필수니까 서둘러 전화해 보세요.
립스테이크 >> 서울 종로구 부암동 208-37 Tel 02-379-2581
◇ 엘쁠라또(광화문, 신사동)
이번엔 스페인식당 소개해드릴게요.
스페인음식이라면 보통 '빠에야' 정도만 알고들 계신데요. 여러 종류의 타파스, 코카, 스테이크 등 메뉴가 다양하답니다. 여기도 점심 세트메뉴가 준비돼 있어요. 메뉴판 첨부할테니 참조해 보시고요. 두 사람이 먹을 땐 스테이크 세트 하나에 기호에 따라 빠에야 세트나 코카 세트 중에 한 가지 시키시면 다양한 메뉴를 사이좋게 나눠 맛보실 수 있겠습니다.
요 타임에서 질문,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타파스가 뭐냐?
굿 퀘스천~. 타파스(Tapas)는 스페인 음식에서 애피타이저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무리 없어요. 어떤 음식을 말하는 게 아니고 메인요리 전에 작은 접시에 나오는 가벼운 요리를 말하는 거죠. 오징어튀김, 굴 튀김, 크로켓, 치즈스틱 등등 종류는 재료 따라 무궁무진 하고요. 코스에 포함 된 오늘의 타파스는 요일마다 계속 바뀌니까 재방문 하실 땐 다른 요일을 선택하시는 것도 팁이네요.
OK! 오늘 많이 배우는구만 ㅋㅋ
샐러드부터 타파스, 주문한 정도에 따라 잘 구워진 스테이크까지 모든 음식이 기본 이상 한다는 점이 이 집의 매력이네요. 또 스페인음식이 원래 짭짤한 편인데 하몽 같은 것 빼고는 간도 그리 세지 않고요.
그리고 엘쁠라또 세트(2인 5만7000원)에 포함 된 것인데 특히 제가 ‘애정하는’ 메뉴가 있지요. 시그니처 가지구이랑 매콤 새우 까수엘라(아래 사진). 두 번째 방문 하실 때 꼭 드셔보시길. 코스요리가 끝나면 커피나 차가 제공 되니까 잊지 말고 챙겨 드시고요!
(광화문점)서울 중구 태평로1가 84 서울파이낸스센터 B2F Tel 02-319-3502
(신사점)서울 강남구 신사동 540-5 1층 Tel 02-325-3515
◇ 그란구스또
대치동에 있는 이태리식당입니다. 위에 두 군데가 조금 캐주얼한 스타일이라면 이곳은 좀 더 우아한 분위기랄까?...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처음 고등어파스타를 선보인 곳으로 유명한 식당입죠.
헐.....고...등...어...파...스...타?!
구워먹든 조림으로 먹든 기본적으로 비린내 나는 등푸른 생선을 파스타에 넣어먹는다고? 리얼리?
ㅎㅎㅎ 상상하는 것처럼 그렇게 이상하지 않아요. 매우 독특하지만 절대 비린내 나고 그러지 않던대요. 여기 인기 메뉴인 걸 보면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는 거 잖아요. 싱싱한 생물 고등어를 살만 발라서 올리브유와 마늘 등으로 마리네이드 했기 때문에 막상 먹어보면 반하실 걸요?
(사진은 그란구스또 홈피에서 퍼왔습니다)
디너 코스는 4만원대, 5만원대이지만 파스타가 포함 된 런치세트는 2만4200원에 드실 수 있어요. (강남이라 그런지 좀 세긴 하네요 ^^;)
애피타이저-오늘의 스프-파스타-디저트-커피나 차의 코스인데요. 여기는 스프를 제외하고는 입맛에 맛는 메뉴를 골라서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그러니까 고등어 파스타가 영 끌리지 않으신 분이라면 낙지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나 햄, 버섯을 곁들인 크림 소스 스파게티 등 5~6가지의 선택의 폭이 있으니까 골라 드시면 되겠죠.
이태리식당으로 정평이 나있는 곳이니까 맛이야 따로 설명 안 드려도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 면의 삶기도 알덴테로 적당하고요.
푸짐함보다는 ‘고급진’ 분위기가 필요한 커플에게는 그란구스또를 강추합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962-11 엘포트빌딩 1층 Tel 02-556-3960
◇ 오키친(오케이키친 아님ㅋㅋ)
이태원에서 유명세를 떨치다 여의도에 새 매장을 오픈한 오키친입니다. 최근에 광화문에도 생겼고요. 어쩐지 이름이 낯익지 않으세요? 지난번 OK버거 소개해드리면서 언급했던 곳이죠. 스스무 요나구니라는 일본인 쉐프의 프렌치식당이에요. 지난번 말씀드렸듯 한국인 아내 이름이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오정미 씨인데요. 식당 이름도 아내의 성을 따서 '오'키친이라 지었다더군요. 아내를 많이 사랑하시나봐요. ㅋㅋ 만부장도 좀 본받으셈.
과연 사랑해서 그랬을지 무서워서 그랬을지는(-.-)....
여긴 런치세트를 2만4000원에 제공하는데요. 구성은 다른 곳의 코스와 비슷하고요. 메인메뉴로 쇠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할 경우에만 4만원입니다. 돼지고기 등심요리나 파스타 등 5가지의 메인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 굳이 스테이크를 주문하지 않아도 괜찮고요.
오키친의 매력은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는 화려한 플레이팅입니다. 접시가 나올 때마다 와~ 예쁘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거든요. (이럴 때 여자들 눈에 하트가 뿅뿅 그려지죠ㅋㅋ) 사진 한번 감상해 보세요. 음식이란 역시 눈으로도 먹는 거니까요.
무화과나 프로슈토, 전어 등등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식재료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프렌치 레스토랑답게 디저트에서도 상당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달달한 케잌과 쌉싸래한 커피로 마무리하는 식사는 캬~ 생각만 해도 행복하네요 ㅋㅋ.
오키친>>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8 동양증권빌딩 지하1층 Tel 02-797-6420
이 외에도 연남동 아씨시, 이태원 르꽁뜨와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여심을 잡을 만한 분위기 있는 식당으로 추천할 만하답니다. 모두들 마눌님, 여친님 마음을 사로잡고 부디 평온한 연말 되시길 바랄게요^^.
맛집 추천 joo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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