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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단풍 맛집은 눈에 담고, 현실 맛집은 입에 담고

신발장 깊숙이 처박아 둔 등산화를 꺼내야 할 계절이 돌아왔어요. 이미 남쪽지방은 오색찬란한 단풍의 향연이 시작되었고요, 서울 북한산은 앞으로 1~2주간 절정을 이루지 않을까 싶어요. 평소 등산이 취미가 아닌 분이더라도 1년에 한 번쯤은 '눈 호강'을 위해 가까운 산에 올라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전 이번 주말 관악산으로 고고 :) 할 예정.
산을 오르기 전 스트레칭은 필수! 등산로 맛집 검색은 의무! 노랑노랑하거나 빨갛고 예쁜 단풍을 눈에 가득 담고 내려오면 그 다음엔 '입 호강'을 해줘야 할 타임. 등산로 부근 맛집으로 아픈 '도가니' 부여잡고 조금만 더 힘내서 가 봅시다! 
  
■ 북한산 맛집-성너머집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유명세를 떨치다 재개발되는 바람에 은평구로 이전한 닭볶음탕의 '성지' 성너머집은 북한산 전경을 품고 있어 '뷰 맛집'이라 할 수 있어요. 산에 안 갔다 와도 올라갔다 온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건 덤? ㅋㅋ.

요건 예전에 성북동 시절의 전경...서울인데도 푸근한 시골집 같은 분위기로는 이 곳이 더 좋았는데 말이죠...아쉽

이렇게 실제로 가마솥에 장작을 때서 닭볶음탕을 끓였답니다...현재는 주택가 사이에 있어서 이렇게 못하시겠죠.

가마솥에서 푹 끓인 후 큰 뚝배기에 인원 수만큼 푸짐하게 나오는 닭볶음탕은 촉촉하고 고소한 살코기 맛이 일품인 데다 포슬포슬한 통감자 또한 양념과 어우러진 그 맛에 엄지가 척. 사이즈 크고 퀄리티 좋은 닭고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한 입만 먹어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죠.

칼칼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걸쭉한 스타일의 국물에 밥을 쓱쓱 비벼 먹으면 한 그릇 바로 뚝딱. 계란말이, 총각김치와 부추전 등 밑반찬도 푸짐하고요. 국물 맛이 깊은 삼계탕도 있으니 어린아이나 매운 음식 못 드시는 분도 OK. 화요일은 휴무니 참고.
 
■ 인왕산 맛집-자하손만두
인왕산과 북악산이 마주보고 있는 부암동에 위치한 '자하손만두'는 차량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걸어서 식당을 가는 것만으로도 등산이 되는 곳이죠. 손만두 맛집으로 오랜 시간 명성이 자자한 식당. 식사 시간대에는 대기하는 경우가 많죠.

식당 오르는 길 마당에 예쁜 꽃도 반겨주시고...

날씨가 춥지 않을 땐 이렇게 야외에서 먹는 것도 꽤 운치 있겠죠? 물론 황사나 미세먼지 없는 날로 골라서...ㅋㅋ

이 메뉴판 사진은 좀 오래전 것이라 현재는 만두국류는 1만4000원, 만두전골은 소 4만3000원, 대 5만6000원으로 올랐더라고요. 전에도 비싸다고 느끼긴 했지만 가격이 후덜덜한 건 사실.

비트·시금치·당근 등으로 색을 내 알록달록한 삼색만두와 조랭이떡 등을 넣은 만두전골이 가장 인기 있는데, 감칠맛 그득한 국물과 넉넉하게 들어 있는 고기가 등산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듯해요. 깔끔한 국물의 비결은 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직접 담근 간장으로 맛을 내기 때문이라고. 음식도 식당도 정갈함이 느껴지는데,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라 창가 쪽에 앉으면 시원한 인왕산을 바라보며 맛과 멋을 함께 채울 수 있는 것도 이 집의 매력. 

입구에서 냉동만두도 판매 중

발렛비 따로 있고요.

심심하고 담백한 것보다 칼칼한 국물이 당기시는 분에게는 김치만두전골을 추천해요. 

날씨가 쌀쌀해지면 더욱 생각나는 만두전골이었네요.
 
■ 관악산 맛집-갯바위
이번엔 가슴속까지 시원한 생선탕은 어떠세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작은 식당 '갯바위'는 신선한 생대구를 깔끔하게 칼칼한 맛으로 끓여내는 '탕 맛집'입니다. 관악산 등산 후에 들르기 딱이죠. 

탕도 탕이지만 이 집은 밑반찬이 맛있기로도 명성이 자자한데요. 간이 세지 않으면서도 입맛에 딱 맞아서 탕이 끓기도 전에 반찬 클리어하고 민망할 정도로 리필을 했던 기억이…. 자연산 생우럭탕과 민어탕도 추천 메뉴예요. 

친근하게 손님을 대하는 사장님도 인상적. 영업 시간이 저녁 8시까지로 길지 않은데 아침 일찍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좋은 생선을 '겟'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문을 닫는 편이라고. 당연히 생선은 국내산을 사용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엔 일본산이었던 생태탕은 메뉴에서 뺐다고 하니 더 믿을 만. 

냉동이 아니기때문에 생선살은 당연히 퍽퍽함 없이 부들부들합니다.

헐,,,생선탕을 이렇게 순삭하기는 또 첨이네요...국물이 워낙 담백해놔서 부담없이 들이킬 수 있었다는...

점심엔 2명이 소주 한 병, 저녁엔 각 ‘일병’으로 제한해 놓은 점도 재밌네요. 

낼모레 관악산 올랐다가도 다시 들를 예정인데 2시반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니 점심으로 먹으려면 부지런히 다녀와야 겠어요ㅋㅋ 일요일은 휴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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