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로보다 가래떡데이로 기억하고 싶은 1인. 가래떡은 주바리가 힐링푸드라고 생각하는 음식에 꼭 필요한 재료이기 때문이죠. 얼마 전 서울시가 ‘미식주간(11월11~15일)’을 맞아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 시대, 나를 위로하는 음식’ 설문조사 결과, 예상 외로 치킨이나 삼겹살·김치찌개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메뉴는 바로 ‘떡볶이’였답니다. 언제 어디서든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데다 매콤달콤 ‘레드’한 그 맛은 ‘코로나 블루’ 해소에도 제격이죠.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확 늘 때마다 떡볶이 같은 매운 음식의 택배 주문도 덩달아 많아진다는 통계도 있더라고요. 그야말로 한국인의 길거리음식으로 떡볶이는 ‘국룰’ 아닐까요. 사회적 거리 두기는 계속 해야 하지만 떡볶이와의 거리 두기는 불가능한, 주바리와 같은 취향의 분들을 위해 엄선한 떡슐랭 맛집으로 가보실까요. 쌀떡파, 국물파, 즉떡파 모두 모이세요.
■ 홍대 미미네떡볶이
대한민국에 국물떡볶이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미미네 떡볶이’는 밀키트가 나와 있을 만큼 공인된 맛을 자랑하는데요. 본점은 바로 이곳 홍대 앞 주차장 거리에 있죠. 적당히 달달하고 매콤한 국물떡볶이는 떡과 함께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이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랍니다. MSG 사용은 최소화하고 채소로 육수를 낸 것이 감칠맛 나는 국물의 비법이라고.
구운·파래·마늘 3가지의 소금에 찍어 먹는 수제튀김도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2등공신이니 안 먹고 가면 섭섭한 퀄리티. 특히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마늘쫑튀김’은 식을수록 더 달콤한 맛을 내 인기랍니다. 전에 없던 새 메뉴인 김 꽃밥은 흑미밥을 조미김에 싼 뒤 튀김 조각을 얹어 바삭바삭한 식감을 살린 것이 ‘신의 한 수’네요. 대학교 앞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특이하게도 생맥주를 함께 판매하고 있어서 떡맥+튀맥이 가능한 점도 매력적이죠. 오픈 초기만큼 센세이셔널한 맛은 아니라는 평가도 심심찮게 들리지만 그 동네에서 놀 때 맛보시면 크게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 코끼리분식
마포에서 유명한 떡볶이 3대 천황 중 주바리가 유일하게 합격점을 주고 싶은 곳. 즉석떡볶이 전문인 ‘코끼리 분식’은 밀가루 떡을 사용하지만 쫀득한 식감이 쌀떡과 헷갈릴 정도예요. 무엇보다도 이 집의 매력은 2인분에 2000원이라는 ‘갓성비’인데, 라면·쫄면·어묵·계란 등 각 1500원 하는 사리를 실컷 추가해 먹어도 1만원이 채 안 되는 지출로 배가 두둑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죠.
새 메뉴인 참치 주먹밥은 다진 청양고추가 들어 있어 칼칼한 맛이 ‘엄지 척’이고요. 기본적으로 작은 규모의 매장이라 대기 줄이 자주 있고 현금만 받는 점은 흠. 다닥다닥 붙어 앉는 구조가 불안할 땐 비조리한 재료 포장이 가능하니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것도 팁이네요.
■ 빌라드스파이시
프리미엄 떡볶이를 표방하는 ‘빌라드스파이시’는 가로수길에서 이름값을 높인 즉석떡볶이 집인데요. 패션매장이라 착각하게 만드는 인테리어가 마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떡볶이를 먹는 기분을 들게 하더라고요.
강남 집값에 비례하는 건지 기본 2인분 1만4000원에 몇 가지 사리를 추가하면 2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는 입이 떡 벌어지지만 뭐 럭셔리한 분식 체험이라면 한 번쯤 플렉스할 수도 있죠.
약간-중간-많이 3단계의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는데 중간 매운맛이 불닭볶음면 정도라니 너무 호기롭게 주문하지 않는 게 좋아요. 전체적으로 JMT까지는 아니지만 크게 흠잡을 데 없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곳. 쉬림프떡볶이, 궁중떡볶이, 까르보나라떡볶이 등의 메뉴들도 있으니 떡볶이로 플렉스해 보면 좋을 듯. 떡볶이의 ‘소울 메이트’ 모둠튀김(9500원)도 주문해 봤는데 깨끗한 기름을 사용한다는 게 입안에서 느껴져 좋았지만 오징어튀김은 좀 덜 불려진 듯해 NG. 강남행이 어려운 분은 광화문 D타워와 서울역 인근에도 지점이 생겼다 하니 참조하세요.
■ 나누미 떡볶이
성균관대 정문 아래쪽에 위치한 ‘나누미 떡볶이’는 일명 ‘HOT떡볶이’로도 알려졌는데, 이 집의 떡은 쌀과 전분의 환상적인 비율로 쫄깃하면서도 부들부들한 식감이 예술이죠.
밀떡파였던 주바리를 쌀떡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 주인공. 적당히 매우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입에 짝짝 붙는 고추장 양념도 ‘엄지 척’이랍니다. 원래 두꺼운 쌀 떡볶이에는 양념이 잘 안 배어드는 것이 단점인데, 중탕으로 미리 조리한 떡을 양념과 섞어 익히는 것이 나누미떡볶이 맛의 비법.
모든 곳을 통틀어 주바리의 최애 떡볶이집인데 얼마 전 ‘너퀴즈’ 프로그램에 자기님으로 출연한 2끼떡볶이 CEO가 꼽은 최고의 떡볶이집으로도 전파를 타는 바람에 최근엔 50미터씩 줄을 서 있다는 그 동네 주민의 전언. 1인분에 4000원으로 가격이 대폭 올라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24시간 영업이라 새벽에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축복.
그 외에도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맛 충정로 ‘우리하우스’, 삼청동에서 쌀집으로 운영하던 간판을 그대로 달고 영업 중인 레트로한 매력의 ‘풍년쌀농산’ 등도 떡볶이 맛집으로 강추하는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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