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까칠한 점심

마음은 온정주의, 하지만 식사는 개인주의!

연말을 앞두고 사실상 ‘9시 코로나 통금’을 겪고 있는 요즘(밤 12시~새벽 4시 통금이 있던 1980년대와 등화관제까지 겪었던 건 비밀로). 해마다 12월이 되면 회사와 가까운 청계천에서 열리던 ‘크리스마스 축제’가 취소된 것은 물론이고 67년 만에 ‘제야의 종’ 행사마저 치르지 않기로 했다니 슬프기까지 합니다. 올해는 산타할아버지도 입국하면 자가격리 2주간 하신 후 마스크는 꼭 끼고 활동하셔야 하고, 선물 주러 갈 때도 QR체크인 필수로 하셔야 할 판T·T. 이런 와중에 지방으로 원정 송년회 하러 가는 분들 제 주위에는 없으신 거 맞죠?
가족뿐 아니라 직장 내 전파도 조심해야 할 부분인데, 100% 재택근무가 어려운 주바리 같은 직딩들은 출근해서 점심식사를 안 할 수 없는 실정이죠. 매번 도시락을 싸거나 혼자 먹으러 가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요. 그래서 적은 인원의 친구나 동료들과 식사를 하는 것도 걱정되는 요즘, 반찬이나 찌개류를 나눠 먹지 않아도 되는 ‘따로 또 같이 식사’ 가능한 코로나 시대 ‘개인 방역(?)’ 맛집을 조심스럽게 소개해 볼게요.


■진가와
일본식 음식점 ‘진가와’는 스시나 튀김, 면류도 유명하지만 ‘스키야키 우동나베정식’을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애피타이저-소바마키와 스시-모둠튀김-스키야키 우동나베-인절미 아이스크림’의 1인당 풀코스가 푸짐하게 제공되는데, 이를 런치세트로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죠.

‘스키야키’란 간장·설탕 등으로 만든 소스에 얇게 썬 쇠고기와 대파, 두부, 배추, 실곤약 등의 재료를 넣고 자작하게 졸여 먹는 나베 요리랍니다. 일본에서도 손님이 오거나 특별한 날에 해 먹던 가정식이라고 해요.
이 밖에 명란 아보카도 덮밥 정식, 사케동 정식, 커리 에비텐 우동정식 등도 모두 1인 1상 차림으로 서빙되니 일행과 나눠 드실 땐 먹기 전에 미리 덜어 먹는 센스 잊지 마시라는…. 본점은 논현동에 있고, 을지로와 광화문 등에도 분점이 있으니 참조.


■목멱산방
남산 둘레길 경치 좋은 곳에 있다가 현재는 리라초등학교 앞쪽에 자리 잡은 ‘목멱산방’은 남산 비빔밥 맛집으로 유명한데요(목멱산은 남산의 옛 지명). 외국손님과 함께 가도 좋을 만큼 제대로 된 맛과 비주얼의 비빔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셰어할 필요 없이 한 쟁반에 밥과 찬이 따로 나오는데 산방비빔밥, 곤드레 된장 비빔밥, 두부 된장 비빔밥, 육회비빔밥 등 입맛 따라 고를 수 있는 대여섯 가지의 메뉴가 있어요. 빛깔 고운 특제 고추장을 넣어 젓가락으로 밥알이 으깨지지 않게 살살 비벼 먹으면 ‘엄지 척’이죠. 매운 걸 못 드시는 외국인을 위한 특제간장소스도 있답니다.

해산물 부추전 도토리묵 등 곁들임 음식도 준비돼 있고, 깔끔한 매장 분위기와 방짜유기 등의 식기도 고급진 느낌이 들어 좋더라고요. 서방직원이 없기 때문에 주문 후 진동 벨이 울리면 셀프 픽업해 오고 빈 그릇도 다시 가져다 놓아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요즘 같은 때는 이런 곳이 더 안심되는 것 같아요.


■하나샤브정
혼밥하기도 쉽지 않고 일행이 있더라도 같은 냄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요즘 선택하기 꺼려지는 메뉴인 샤브샤브를 ‘1인 1냄비’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기에 찾아가 봤습니다. 강남 테헤란로에서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하나샤브정’이 바로 그곳.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표고버섯과 다시마 등으로 우린 육수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것은 물론 일반적으로 먹는 소고기 샤브샤브 외에 돼지고기 샤브샤브도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네요. 냄새도 없고 소고기보다 오히려 더 부들부들한 식감이 좋으니 꼭 맛 보길 추천합니다.

끓는 육수에 야채를 먼저 넣어 감칠맛을 더 올린 후 얇게 슬라이스된 고기를 살짝 익혀 입맛에 따라 3가지의 소스에 찍어 먹으면 ‘요미요미’. 마지막엔 우동으로 마무리하는데, 탱글탱글한 면발이 웬만한 우동전문점 저리 가라 하는 맛이랍니다.

■스시하루
회전초밥집도 요즘 같은 시국에는 좀 덜 위험한 식사 장소가 아닐까 싶어요. 일행과 마주보지 않고 나란히 앉아서 먹으니까요. 옆자리 한 칸 비우고 앉으면 더욱 방역 모범생이 되겠죠?

광화문 유명 초밥집인 ‘삼전’의 주방 출신인 사장님이 독립해서 차린 식당인 ‘스시하루’는 종로구청 근처 오피스텔 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어요. 

화려함 대신 기본에 충실한 우직한 곳인데 새우초밥, 연어초밥, 광어초밥, 고등어초밥, 갑오징어, 도미, 참치, 성게알 등등 모든 초밥의 가격이 재료와 상관없이 3300원으로 동일하다는 점이 이 집만의 큰 매력이에요. 모둠초밥이나 회덮밥도 판매하고 있으니 회전초밥 선택 장애 있으신 분이라면 참조.
참, 함께 식사할 때는 가급적 미식에만 초집중하시고 담소는 식사를 마친 후 마스크를 끼고 나누셔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그보다 좋은 것은 ‘혼밥’, 더 바람직한 것은 ‘포장’이겠죠?   

 

재밌게 보셨으면 공감하트 하나 꾸욱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