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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경자년 다들 힘들었쥐~ 신축년엔 한우 먹고 힘내이소

새해가 밝은 지 벌써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은 아직 경자년생 쥐띠죠. 신축년 소띠로 바뀌는 시점이 음력 1월1일인 거 아시나요? 하지만 민간에서는 24절기 중 첫 번째인 입춘부터 보기도 합니다. 오는 2월3일 입춘에 태어나는 아기부터 소띠생으로 보는 것이죠. 심지어 입춘이 들어오는 시간(올해는 밤 11시59분)까지 따져 띠를 구분하기도 한다니 참 복잡하네요.
아무튼 공식적으로는 설날부터 시작되는 이번 신축년은 상서로운 기운이 물씬 일어나는 해라는데요. 모쪼록 올해는 흰 소의 기운을 받아 ‘코로나19’를 떨쳐내고 상서롭고 좋은 일만 가득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힘나는 음식 ‘한우 맛집’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잔인한가요?ㅋㅋ). 언제 먹어도 맛있는 우리 한우 많이 먹고 신축년 모두들 힘내이소~.


■성우서서갈비
마포 주물럭골목 아래쪽에 위치한 노포 ‘성우서서갈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서 먹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앉아서 먹는 테이블로 바뀌었으니 ‘불편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 집의 간장양념 한우 소갈비는 적당히 달달한 맛으로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연탄불 위에서 타지 않게 자주 뒤집어 가며 구운 고기를 먹다 좀 느끼하다 싶을 땐 칼칼한 상추 겉절이를 곁들여 먹으면 금삼첨화. 1인분에 2만4000원으로 한우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느껴지는 가격에 ‘폭풍먹방’을 하다 보면 연탄불 위 ‘소느님’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남는 것은 ‘텅장’뿐~.

다른 메뉴는 전혀 없고 공깃밥만 주문 가능한데 몇 점 남은 갈비와 잘 익은 총각김치만으로도 식사는 게임 오버. 영업시간은 오후 4시부터.


■ 한우향기
이번엔 공기 좋은 곳에서 구워 볼까요? 구기동 이북5도청 앞 한적한 도로변에 위치한 ‘한우향기’는 한식 스타일의 소고기 구이집이에요. 입구 옆 화로에서 직접 만들고 있는 숯의 모양새부터가 일단 “합격”을 부르더군요. 

안창·치마·토시 등 특수부위 모둠으로 맛봤는데요. 소의 내장 부위를 감싸고 있는 이 부위들은 안심이나 등심 등 뼈에 붙어 있는 고기보다 육향이 진한 것이 특징이죠. 한우 투플러스 등급을 사용한다고 하니 일단 육질의 상태는 뭐 물어보나마나죠. 질 좋은 백탄을 숯으로 사용하고 구리 불판을 써서 불맛이 더욱 배가되는 듯. 된장찌개도 집에서 끓인 듯 맛깔나서 ‘굿’입니다.

‘한우향기’는 격식 있는 모임이나 연인끼리보다는 가족들과 부담없이 편하게 방문하시기에 제격인 곳이에요, 식당 앞 북한산 풍광은 멋진 보너스.


■호경전
한우를 구이로만 먹는다는 편견을 뒤집게 한 메뉴도 있습니다. 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의 세컨드 브랜드격인 ‘호경전’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식당가에 자리잡은 맛집인데요.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하는 시그니처 메뉴는 바로 ‘한우탕수육’이랍니다.

부드럽고 두툼한 한우살과 두껍지 않은 찹쌀튀김옷이 시스루룩으로 유혹하니 이건 안 넘어가고는 못 배길 비주얼이죠. 한 입 베어물면 바삭 촉촉 황홀한 혀끝이 그냥…. 깨끗한 기름을 사용했다는 것이 주방을 확인해 보지 않아도 입안에서 느껴지더군요. 4만원이라는 가격은 좀 사악하지만 입에서는 사르르 녹으니 마음도 녹아버릴 듯합니다. 따로 나오는 소스에 찍어 먹어도, 그냥 먹어도 ‘JMT’. 곁들여 먹는 반찬인 짜사이도 아주 맛깔나서 젓가락질이 바빠지네요.

 

■호왕
이태원시장 골목을 호령하다 몇해 전 방배동으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은 한우 맛집 ‘호왕’.

숙성한우로 유명한 이 집은 부위에 따라 1인분(150g)에 4만~5만원대인데 ‘정식 세트’(2인 기준 13만2000원)를 주문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질 좋은 한우 4가지 부위를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데다 야채구이, 육회비빔밥, 된장찌개까지 풀코스로 즐길 수 있으니 강추해요. 거기다가 와인 1병까지는 늘 ‘콜키지 프리’이니 이 정도면 ‘한우 식당계의 김혜자’라고 칭송해도 모자람이 없죠.

고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직원이 숙련된 솜씨로 구워 주니 편하게 입 속으로 줍줍하면 돼요. 육즙과 육향이 잘 느껴지는 고기 한 점을 입안에서 영접하면 이때만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죠. 양념으로는 명품 소금과 생와사비가 준비돼 있고요. 마늘·양파·레드페퍼 등을 넣은 버터소스는 거의 반칙 수준의 조합. 식사로 나오는 된장찌개 맛도 일품인 데다 주물솥에 바로 지어나오는 밥과 육회비빔밥도 퀄리티가 만만찮답니다. 

맛도 왕, 가격도 왕, 서비스도 왕…‘호왕’한테 주슐랭 스리스타 아낌없이 쏴드립니다. 요즘같은 시국에도 늘 만석이니 방문 전 예약은 필수.
옛말에 소고기 사주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다지요. 대가 없는 소고기는 없고, 돼지고기까지가 순수한 맘이라는…. 그러니 한우는 ‘내돈내먹’ 하는 것으로. 연말정산 받아 뭐하겠소, 소고기 사묵겠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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