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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평양 갈래, 함흥 갈래...당신의 냉면 취향은?

평양면옥

장장 54일의 길었던 장마기간이 끝나니 곧바로 ‘찐 여름’이 시작돼 버렸네요. 무더위에 입맛도 뚝 떨어지기 쉬운 이런 때 생각나는 것이 바로 시원한 냉면이죠. 하지만 짜장이냐 짬뽕이냐만큼 커다란 선택의 기로에 빠지게 만드는 메뉴. 시원한 평양냉면을 먹을 것이냐, 매콤한 함흠냉면을 먹을 것이냐로 갈등하게 되지요. 여러분의 선택은 어느 쪽이신가요? 짬짜면처럼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평함냉면’ 개발해 주실 순 없나요? ㅋㅋㅋ 


■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원한 평양냉면
평양냉면을 파는 곳 중 가장 오래된 곳인 주교동 ‘우래옥’은 육향이 진한 편인데, 소고기로 육수를 내기 때문. 메밀과 고구마전분을 섞어 만드는 면발에도 구수한 향이 그대로 담겨 있죠. 냉면만 놓고 보자면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평가하지만 만두 등 곁들여 먹을 사이드 메뉴가 없고, 저녁 땐 불고기 손님들 위주라 냉면 한 그릇 주문하면 종업원분들도 눈치를 주곤 한다는 ‘지인들피셜’이 좀….

평양면옥

수습기자 시절 평양냉면에 첫 경험을 안긴 장충동 ‘평양면옥’은 주바리의 최애 평냉집(뒷광고 아님ㅋㅋㅋ). 사실 입문시켜 주신 국장님 앞에선 맹물 같은 국물을 들이켜며 속으로 무지하게 욕했던 기억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 슴슴한 육수에 홀릭돼 버린 지 오래입니다. 냉면·만두·수육 등 모든 메뉴의 퀄리티도 3대째 이어오고 있는 내공을 고스란히 담고 있죠.

장충동파와 이름은 같지만 뿌리가 다른  노포 ‘의정부평양면옥’은 본점 외에도 강남점과 고양 S필드 식당가에 입점해 있으니 방문이 용이해요. 같은 계열의 ‘필동면옥’ ‘을지면옥’도 남녀노소 구분없이 평냉 마니아들의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곳. 이들의 평양냉면엔 고춧가루가 뿌려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죠.

의정부평양면옥 스타필드 고양점
필동면옥
을밀대
부원면옥

또 다른 평냉 성지인 마포의 ‘을밀대’는 더 이상 ‘서민적’인 가격이 아니라 최근엔 방문이 뜸해졌는데 대안으로 남대문시장 ‘부원면옥’을 추천합니다. 50여년 전통인 데다 1만원이 넘지 않는 가격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착한 식당으로 사랑받고 있죠. 새콤하게 버무린 닭무침과 제육도 인기 메뉴니 맛보세요. 색깔은 맑지만 단맛이 있는 육수맛은 옥에 티.

서관면옥 점심반상

지하철 3호선 교대역 근처 ‘서관면옥’은 오픈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신흥 맛집에 속하는데 1만5000원의 점심반상에 냉면을 포함해 편육·족편·빈대떡·디저트 등 비주얼까지 사랑스러운 한 상을 선사하죠. 강남쪽에서 평냉을 즐기실 분은 ‘평양옥’ ‘피양옥’ ‘진미평양면옥’ 등 신흥 맛집도 후회없는 선택이 될 듯하네요.

진미평양면옥
평양옥

■ 매콤하게 입맛 당기는 함흥냉면
원래 함흥냉면의 메카는 오장동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근래에 방문했을 때 초심을 잃은 맛에 적잖이 실망했답니다. 더욱이 최근엔 프랜차이즈화돼 맛의 하향평준화가 안타깝더군요.

오장동흥남집

주바리가 얼마전 방문한 ‘함흥곰보냉면’은 종로 예지동에서 오래 시간 자리를 지키다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으로 인근 세운스퀘어 4층 식당가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죠. 당시 30여년 된 을지면옥은 서울생활유산으로 지정됐지만 60년이 넘은 이곳은 그렇지 못해 서울시의 평냉 편애에 말들이 많았다는 후문이…. 이곳 냉면은 첫 젓가락에는 무난하지만 뒷맛으로 갈수록 매콤함이 치고 들어오는 것이 매력. 어르신들이 많이 찾기 때문인지 면 삶기도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끊기더라고요.

함흥곰보냉면

매운맛 마니아라면 ‘대치동함흥면옥’을 추천해요, 한티역 인근에 위치했는데 면발도 탱글하고 강렬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입 안을 얼얼하게 만들더라고요. 주차 발렛비도 1000원으로 강남치고는 착한 편^^.

대치동함흥면옥

백선생님의 골목식당 청파동편에 출연해 엄청난 인기를 누린 ‘오복함흥냉면’은 숙대입구역 바로 앞 새로운 매장으로 이전했는데, 현재는 당시의 어마어마한 대기줄 없이 즐길 수 있어요. 깔끔하면서 적당히 매운 양념장이 딱 주바리 취향 저격이더라고요. 직접 뽑은 면발과 수수한 맛이 괜히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구나 싶더라는.

오복함흥냉면

평냉이냐 함냉이냐…. 아직도 선택장애에서 못 벗어나신 분들을 위해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본인의 체질에 따라 고르시는 것도 방법인데요. 평양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여름철 체내에 쌓인 불필요한 열기를 식히는 데 도움을 주고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하네요. 반대로 함흥냉면 양념으로 사용되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는 맵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 속의 찬 기운을 몰아내고 마늘이나 생강, 명태와 가자미 등 고명도 양기를 보충하고 과도한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냉방병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그러니 평소 열이 많은 체질은 평냉을, 반대로 손발이 차고 소화기가 약한 분들이라면 함냉을 드시는 것이 스마트한 선택…이겠지만 그냥 그날 ‘땡기는’ 것으로 완냉의 기쁨을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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