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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기내식은 없지만...먹어서 세계 속으로<유럽편>

영국가정식 식당 차만다의 비프웰링턴

해외여행 금단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 여전히 많으시죠? 1년이 훌쩍 넘도록 수납장 안에서 햇빛도 못 보고 있는 여권도 처량하긴 마찬가지.

최근에 나온 뉴스를 보면 해외를 가는 ‘기분만’ 느끼는 무착륙비행 상품이 출시되는 족족 매진된다고 하더라고요.
또 기내식을 맛볼 수 있는 기내식 카페까지 등장했답니다. J항공이 마포구 홍대에 오픈한 이곳에서는 실제 승무원분이 서비스하는 기내식 4종과 음료를 하늘이 아닌 지상에서 맛볼 수 있다네요(사진을 보니 이코노미석보다 불편해 보이는 의자가 함정ㅋㅋㅋ). 조만간 맞이할 집단면역을 꿈꾸며 그날이 오면 스페인? 이탈리아? 어디부터 가볼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지 않나요.
누구에게나 꿈의 여행지일 유럽은 먼 거리만큼 시간상·비용상 자주 가기는 힘든 곳이죠. 식도락이라도 미리 간접체험하도록 ‘기내식은 없지만, 먹어서 세계 속으로’ 지난번 아시아에 이어 이번엔 유럽으로 맛있는 여행을 떠나볼까요.


■ 이탈리아-알척
‘취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의미인 알척(Al Choc)은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캐주얼한 이탈리아 음식점이에요. 2018년 이탈리아 상공회의소가 지정한 정통 이탈리아 식당으로 선정됐다니 어쩐지 더 신뢰가 가네요. 베네치아 출신의 셰프 마르코의 현지 손맛을 느낄 수 있는데 주바리 입맛에는 짜지 않고 오히려 슴슴하기까지 한 간이 너무 만족스럽더라고요.

 

셰프뿐만 아니라 직원도 외국분이라 현지 느낌 제대로 뿜뿜. 물론 의사소통은 가능하니 걱정하지 마시고요ㅋㅋ.

 

식전빵
라비올리

이곳의 인기메뉴는 ‘라자냐’와 ‘트러플 뇨끼’입니다. 라자냐는 전통 볼로네제 소스와 베샤멜 소스, 파르미자노 치즈를 겹겹이 쌓아 오븐에 구워낸 넓적한 면 스타일 파스타의 일종이고, 뇨끼는 찐 감자를 으깨서 반죽해 만든 파스타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의 옹심이와 비슷하지만 쫀득쫀득한 식감이 아주 매력적이죠. 와인과 함께 안주 삼아 즐기기 좋은 ‘루꼴라 딸리아따 스테이크’도 가성비가 좋더라고요. 메뉴판에 없던 추천메뉴 ‘라비올리’도 맛이 좋았지만 가격 대비 양이 너무 적어서 추천하기엔 좀 민망쓰~.

 

꿀팁 하나 알려드리자면 주바리는 이곳을 방문할 땐 꼭 수요일에만 가지요. 왜냐하면 매주 수요일에는 2명당 와인 1병의 콜키지가 무료라는 점!

 

수요일마다 와인 1병 콜키지 프리

■ 스페인-따빠마드레
스페인에 여행온 듯한 느낌을 원한다면 종로구 성곡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따빠마드레’를 소개해 드릴게요. 겉모습은 아담한 한옥처럼 생겼지만 붉은 톤의 색감이 강렬한 내부에 들어서면 바르셀로나로 순간이동하는 마법이 펼쳐지죠.

 

스페인 요리로는 새우를 올리브오일에 넣어 만드는 감바스 정도만 익숙하실 텐데요. 해물을 듬뿍 넣은 스페인식 철판볶음밥인 ‘빠에야’와 메인메뉴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소량의 음식을 통칭하는 ‘타파스’를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발렌시아 정통 레시피로 만든다는 이 집 빠에야는 질척하지 않고 적당히 짭조름해 합격이었지만 ‘염소 치즈 소스 가지구이’도 아주 입맛을 저격하더라고요. 토마토소스에 넣은 계란, 수제 미트볼을 바게트 위에 올려먹는 ‘스페인식 미트볼 요리’도 주바리 믿고 드셔 보세요.

 

스페인식 미트볼요리

‘따빠마드레’는 리즈너블하진 않지만 런치타임에는 합리적이 가격의 세트메뉴를 즐길 수 있으니 참조하세요.

 

■ 영국-차만다
영국 음식은 피시앤칩스밖에 없다는 편견을 깨주게 한 서울숲 옆 ‘차만다’는 영국 가정식의 달인으로 소개된 미슐랭 레스트랑 출신의 이승환 셰프가 현지 맛을 구현하고 있는 맛집입니다. SNS 핫플레이스인 데다 좌석도 그리 많지 않아 예약하지 않으면 바로 맛보기 어려울 정도예요. 식당 안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아담한 영국 가정의 다이닝룸처럼 클래식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좋더라고요. 창밖으로 서울숲 전경이 보여서 데이트 맛집으로도 꽤 인기죠.

 

주바리가 이 집에서 꼭 맛보길 강력 추천하는 메뉴는 ‘비프웰링턴’인데요. 영국의 전쟁영웅 웰링턴 공작이 나폴레옹 군대를 격파한 뒤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소고기 안심을 통째로 양념하고 프로슈토 등으로 감싼 후 겉을 다시 페스트리 반죽으로 싸서 오븐에 구워내는 영국 대표 가정식인 비프웰링턴은 조리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리 예약 주문해야 먹을 수 있어요.

 

한국에서 푸짐하게 한상 차려야 하는 날에 엄마들이 갈비찜을 푹푹 쪄서 내주신 것의 영국 버전이 아닐까 싶더라는…. 살살 녹는 소고기에 버터가 듬뿍 든 페스트리를 함께 먹는데 안 맛있으면 ‘반칙’이겠죠?

 

우스터 시 새우 파스타

영국의 우스터소스에 새우, 마늘, 엔초비, 올리브오일을 넣어 만든 ‘우스터 시 새우 파스타’도 간이 적당하고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재료 조합이더라고요. 다진 쇠고기 등심을 토마토 소스에 익히고 감자, 모차렐라 사워 크림을 올린 전통 음식 ‘셰퍼드파이’도 인기 메뉴랍니다.

 

■ 스위스-라 스위스
주변에서 그리 많이 접하지 못하는 스위스 음식 전문식당인 ‘라 스위스’는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이국적인 공간인데요. 스위스 출신 셰프의 레스토랑 ‘가스트로통’의 세컨드 키친이랍니다.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먹거리로 ‘퐁듀’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방문해 보니 다양한 전통음식들이 가득하더라고요.

 

그중에 ‘러스티’는 감자를 얇게 채 썰어 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다음 수제 소시지, 훈제연어, 쇠고기, 치즈 등 취향에 맞는 재료들을 곁들여 먹는 요리예요. ‘브라트부르스트 소시지 러스티’와 ‘취리히 스타일의 버섯 크림소스 송아지 안심 러스티’가 인기메뉴라고…. 소금·후추로 간이 알맞게 잘 된 감자는 아주 담백하고, 송아지 안심은 입에서 사르르 녹는 듯해 요들송이 절로 나오는 맛이네요. 버섯 크림소스가 부드럽게 재료들의 밸런스를 돕더라고요.

 

러스티 외에 추천하고 싶은 요리는 ‘에멘탈치즈 키쉬와 샐러드’. 키쉬는 달걀·우유에 고기나 베이컨, 야채, 치즈 등을 섞어 만든 파이의 일종이에요. 오믈릿이나 프리다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얇은 파이 위에 올려져 있는 게 차이점이죠. 달걀로 맛볼 수 있는 메뉴 중 고급짐의 끝이라 해도 손색없을 듯합니다.

 

에멘탈치즈 키쉬와 샐러드
그뤼에르치즈 어니언 스프

‘그뤼에르치즈 어니언 스프’도 몸을 따뜻하게 덥혀 주면서 맛나더라고요. 그 외에도 참숯구이 스테이크를 얹은 토마토 스파게티 등등 먹어본 음식 하나하나 셰프의 솜씨를 느낄 수 있었던 ‘라 스위스’. 식당 내부도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취향저격이었답니다.

다음번에는 어느 대륙으로 맛여행 떠나볼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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