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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점심

신에게는 아직 5천만의 응원과 수백 곳의 맛집이 남아있사옵니다

원조부안집 껍데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거리두기 4단계 속의 여름밤을 잠깐이나마 뜨겁게 보낼 수 있게 해준 ‘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 주 막을 내렸죠. 목표했던 메달 갯수에는 못 미친 성적이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온 국민을 덕질하게 만든 스타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몇 년을 힘겹게 준비하고 여느때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경기를 치르느라 고생한 모든 대표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특히 주바리가 애정하는 선수 몇 명에게 사주고 싶은 음식을 꼽아봤지요. 그래서 이번 주 맛집 주제는 ‘신에게는 아직 5000만의 응원과 수백 곳의 맛집이 남아있사옵니다ㅋㅋㅋ’.


■ 하계올림픽 첫 3관왕 신화, 안산에게 ‘엄마표 고추장찌개’를
경기도 안산에는 태어나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신궁 안산 선수가 3관왕의 위업을 이룬 뒤 인터뷰에서 밝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엄마표 집밥’이었습니다. 특히 고추장찌개를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실제로 귀국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먹은 애호박찌개를 SNS에 인증하기도 했죠.

 

안산 선수의 이런 취향을 ‘엑스텐’으로 저격할 집밥 맛집을 소개할게요. 한식집 ‘토박이’는 식당 이름부터 구수하지만 사실은 서울 서래마을 20여년 토박이라는 게 함정ㅋㅋ. 서울식 손만두와 신선한 재료로 우려낸 육수로 만든 만두전골이 대표메뉴지만 이 집에 가보면 테이블마다 가장 많이 먹고 있는 게 고추장찌개더라고요. 슴슴할 정도로 자극적인 맛은 전혀 없고 MSG의 향도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는데, 다섯 가지의 정갈하고 맛깔난 반찬이 젓가락질을 바쁘게 하더군요.

 

이 집의 매력은 특별한 맛이 아닌 딱 우리 엄마(단, 음식 솜씨가 좋은 엄마)의 손맛이 느껴진다는 점. 집 앞에 있다면 일주일에 5일 정도는 방문할 각이에요. 깔끔한 매장 분위기도 좋았고 순두부, 차돌된짱찌개, 제육볶음 등도 인기메뉴랍니다.

 

쌈밥정식

■‘뉴 마린보이’ 황선우의 파워를 길러줄 고기 앞으로
올림픽 초반에 시원한 질주로 온 국민을 두근두근하게 만든 주인공이 있죠. 바로 ‘뉴 마린보이’ 황선우 선수.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한국 신기록, 아시아 신기록을 하루 1개씩 경신해가며 파리올림픽을 향한 ‘꿈메달’을 목에 걸었죠. 황선우 선수가 좋아하는 음식은 알려지지 않아 못 찾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부족해보였던 체력을 길러줄 한우 고기를 실컷 먹여주고 싶어요.

 

왕십리에 있는 ‘유래회관’은 등심을 넓적하게 썰어 둥근 무쇠 불판에 구워먹는 고깃집으로 등심 부위만을 공급받아 일정 기간 숙성시켜 손님상에 올린다고 해요. 1인분에 4만 2000원인데 180g이 제공되니 보통 120~130g에 1인분인 다른 집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편이죠.

 

잘 구운 등심 한 점을 파절이와 곁들여 흡입하면 느끼함은 잡아주면서 살살 녹는 등심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어요.

 

된장찌개에 면을 넣고 끓여먹는 된장국수나 깍두기를 넣은 볶음밥을 먹으면 완벽한 식사의 마무리가 되죠.


■‘도마요정’ 여서정이 좋아할 껍데기 맛집
여자 기계체조 최초 올림픽 메달이자 한국 첫 부전여전 메달의 주인공 여서정 선수의 인터뷰 내용 중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봤더니 의외로 개불, 닭발, 전복, 돼지 껍데기라더군요. 

 

어머니의 고향 부안을 모티브로 만든 돼지고기 맛집 원조부안집은 전라도 파김치와 숙성고기의 만남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프랜차이즈이긴 하지만 몇곳은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고 지점마다 맛이나 재료의 편차도 느껴지지 않아서 주바리가 인정하는 곳.

 

쫀득살, 오득살 등 독특한 부위를 맛볼 수 있어 자주 가는 편인데 특히 고기를 다 먹은 후 마지막으로 안 먹고가면 섭섭한 것이 쫄깃껍데기죠.

 

다른 집에 비해 아주 두꺼운 식감을 자랑하는데 맛깔나게 양념 된 껍데기를 뒷면부터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후 콩가루에 콕 찍어 입에 넣으면 아마 입 천장에서 도마를 폴작폴짝 뛰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거예요ㅋㅋ. 원래 질깃한 식감이 싫어 껍데기는 잘 먹지않는 주바리에게도 유일하게 합격점을 받았다는.

 


■‘식빵언니’에게 최고로 맛있는 식빵을
교회는 성경, 불교는 경전, 배구는…김연경이라죠. 저는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작전타임 중 후배들의 파이팅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김연경 선수가 했던 “해보자, 후회 없게”라는 말이었어요. 이 언니는 언제부터 이렇게 멋있었을까요, 태어날 때부터ㅋㅋ?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을 은퇴하기로 했다지만 영원한 우리의 식빵언니, 김연경 선수를 위해 최고의 식빵 맛집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식부관’은 식사를 위한 빵을 만드는 집을 표방하고 있어요. ‘식빵성지’로 유명한 이 집은 생효모로 천천히 발효시키고 1년 동안 간수를 뺀 깨끗한 천일염과 자연방사 유정란을 사용하는 등 건강까지 무척 신경을 쓴다고. 매장을 방문하면 정말로 식빵밖에 없는 진열대에 ‘깜놀’하는데, 퓨어, 플레인, 리치, 내추럴 등 버터의 양이나 질감이 조금씩 다른 식빵을 취향껏 초이스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주바리가 식빵언니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은 바로 ‘트러플 식빵’. 10억분의 1로 꼽히는 명품선수이니만큼 식빵 하나도 명품으로 드셔야죠, 암요. 가격도 2만4000원 프리미엄급ㅎㅎ. 트러플식빵은 생트러플과 AOP 버터를 듬뿍 넣은 프리미엄 식빵인데 고급진 그 맛에 저절로 엄지 척. 식빵 단면을 보면 트러플오일이 아니라 생트러플을 갈아서 넣었기 때문에 거뭇거뭇한 색깔을 띠더라고요. 풍부한 그 향이 그 어떤 식빵과도 비교불가.
참, 구입한 식빵은 3~5일 상온에 두고 먹어도 괜찮고 오래 두고 먹을 땐 냉장보다는 냉동했다가 프라이팬이나 토스터기에 구워 먹는 것이 수분을 덜 날아가게 하는 팁이라 하니 기억해 두세욥. 
그럼, 김연경 선수가 날렸던 ‘띵언’으로 마무리해 볼까요. 맛있는 거 먹었으니 “식빵,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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