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는 이미 밝았지만, 임인년 호랑이띠가 시작되는 건 다음 주 설날(2월1일)부터인 거죠. 해가 바뀔 때마다 주바리는 띠에 맞춰서 맛집을 소개했던 적이 많았는데요. (좀 잔인하지만 ㅋㅋ) 소의 해엔 한우 맛집, 돼지해엔 삼겹살 맛집, 양의 해엔 양갈비 맛집, 닭의 해엔 삼계탕 맛집 뭐 이런 식이었죠. 하지만 ‘나는 자연인이다’도 아니고 호랑이 고기는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대신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만한 음식 맛집을 가보려고 해요. 아 물론 ‘켈로그’ 맛집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욥. 모쪼록 새해에도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 많이 드시고 임인년에 더욱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 마포옥
기운이 좀 없을 땐 뜨끈뜨끈한 국밥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서 뚝딱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힘이 났던 경험, 한 번씩은 있으시죠. 제가 그럴 때 찾는 곳이 바로 마포 용강동 주물럭 거리에 위치한 마포옥이지요.
퀄리티 좋은 한우를 사용하기에 양지설렁탕 1만 5000원, 명품양지설렁탕은 2만원으로 녹록지 않은 가격이지만 한 번 맛보시면 고개를 끄덕끄덕하실 거예요. 보통과 명품의 가격 차는 고기의 양이 아닌 퀄리티의 차이. 국물은 잡내 없이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살아 있고 퍽퍽함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 고기가 듬뿍 들어있어, ‘완국’ 하면 단전에서부터 힘이 불끈 솟아나는 듯한 기분이 느껴져요. 프랜차이즈 설렁탕집에서 느껴지는 인위적인 진한 색깔과 맛의 국물과는 비교 거부.
파김치와 신김치는 따로 요청하는 분께만 드리니 잊지 말고 챙겨드시고요. 1949년부터 70여년을 쌓아온 깊은 내공을 맛보러 가보세요.
■ 불이아
팔각, 정향, 화자오 등 다양한 약재를 사용한 육수에 신선한 고기와 다양한 야채를 넣어 데쳐 먹는 중국의 샤브샤브인 ‘훠궈’도 대표적인 겨울철 보양 메뉴 중 하나죠. 우리나라에 처음 훠궈 붐을 일으켰다는 ‘불이아’는 서교동과 삼성동 등에 위치해 있어요. 냉탕·온탕 아니고 ‘홍탕’과 ‘백탕’으로 칸이 나뉘어진 훠궈 전용 냄비에 양고기 하나, 소고기 하나 시켜서 육수가 끓어오르면 고기를 젓가락에 잡은 채로 사우나에 몸 담갔다 나오듯 살짝 익혀 소스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죠. 씨뻘건 색의 홍탕은 많이 매울 것 같지만 혀에만 얼얼하게 느껴질 뿐 위 안에서는 속쓰림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면두부, 동두부, 포두부 등 각종 두부와 은이버섯, 죽순 등 재료 하나하나가 건강한 식재료라 든든.
소스를 입맛대로 제조해 먹는 것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꿀팁인데 땅콩소스, 사차장, 다진마늘, 다진 파, 간장, 식초 등을 제조법 안내글을 참조해 최상의 조합을 찾아내보면 재밌어요.
■ 부산복집
없던 숙취도 해장해줄 것 같은 ‘맑은복탕’도 요맘때 자꾸 생각나는 음식인데요. 재료의 특성상 편하게 즐기기는 어려운 가격이라 자주 못 먹는 게 아쉬울 뿐. 복어는 저지방에 단백질은 많고 비타민까지 풍부한 데다 혈액을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답니다. 거기에 콩나물과 미나리도 듬뿍 얹어먹으니 금상첨화죠.
을지로 3가역 근처에 있는 부산복집은 ‘맛있는 녀석’들 입맛도 반하게 만든 오래된 복 전문점이에요. 유명 복어집들에 비해 가성비가 느껴져서 애정하는 곳.
은복이든 참복이든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복탕을 주문합니다. 뜨겁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시원~한 국물에 찰진 복어살을 소스에 찍어 먹으면 아~ 겨울에 일본 어느 노천 온천에 몸담그고 있는 그런 ‘너낌’ ㅋㅋㅋ. 해장술을 부를 위험이 다분하다는 점은 함정. 맑은 국물을 충분히 즐기다가 마지막엔 다대기를 요청해 칼칼하게 즐기면 일석이조. 볶음밥이나 죽으로 마무리하면 김민경, 유민상이 부럽지 않죠.
■ 중화복춘
연남동 연트럴파크와 인접한 힙한 중국 요리집 중화복춘은 중식 여성 셰프로 유명한 정지선 셰프가 운영하는 곳인데 짜장면, 탕수육 등 흔한 중식 메뉴는 없고 제대로 대륙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요리들로 라인업이 꾸려져 있죠.
이곳에는 양장피, 동파육 등이 히트 메뉴인데 오늘 주제에 맞게 추천드리고 싶은 요리는 바로 ‘한방사자두 완탕’. 이름도 생소한 한방사자두 완탕은 중국의 10대 요리로 꼽히는 보양식 메뉴인데, 사자두완자와 은이버섯, 송이버섯, 죽생버섯, 흑화고, 망태버섯, 뿌리삼, 청경채 등 귀한 식재료가 듬뿍 들어있는 일품 탕요리입니다.
사자두라고 불리는 야구공만 한 쇠고기 완자를 수저로 조금 떼내 자연 송이버섯, 국물과 함께 흡입하다보면 아랫배부터 따뜻하게 데워지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사자두와의 먹방 한판으로 몸 보신 제대로 하고 식당문을 나서면 이미 호랑이 기운이 불끈 솟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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